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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Feb 09. 2016

잘되는 그리움

잘될수록 생각나는 그리움


작년에는 안 좋은 일들이 많아  시도 때도 없이 알바를 하고 돈 벌러 지방까지 다니고 정신없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녀한테 많은 신경을 못써줬던 게. 그래도 일 끝나면 그녀를 보러 가고, 맛있는 걸 먹으면 항상 그녀도 먹으라고 포장해서 가져다줬다. 작지만 함께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새벽에 그녀가 보고 싶으면, 그녀가 보고 싶다고 말하면 항상 그녀를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내 옆에서 날 응원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은 항상 풍요롭고 사랑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와 헤어진지  수개월, 2016년이 되고 무슨 일인지 하고 있는 일들이 전부 잘 풀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너무 잘 풀려서 그동안 있던 고민이 하나같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런데 왜 그럴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녀와 사랑하고 있을 때 이렇게 일이 잘 풀렸다면 우리 사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우린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연애를 꿈꿨다. 그녀는 승무원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히 작년 12월 승무원과 미팅을 하게 됐고 승무원 취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한항공 공채 소식을 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떠오른 건 그녀였다. 지금 이 사람을 그녀와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꿈에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일주일 동안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모아 USB에 저장했다. 그리곤 무작정 찾아갔다.


"괜찮아. 날 더 싫어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꿈을 이루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어쩌면 얼굴을 보고 싶다는 핑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냥 그녀에게 이 USB를 꼭 전달해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 찾아갔다. 처음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고민했다. 이렇게 무작정 찾아오는 게 맞을까? 이게 정말 그녀를 위한 걸까? 그냥 그녀를 보기 위한 내 핑계가 아닐까? 30분이 넘게 밖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어떻게 말하고 가져다주는 게 좋을지 생각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녀가 날 쳐다봤다. 하지만 역시나 그녀의 표정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한테 잘 지냈는지, 그리고 왜 왔는지, 커피라도 한 잔 마실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정리를 하고 갔지만 그 표정을 보고 나는 곧바로 카페 문을 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굳은 다짐 끝에 보러 간 그녀에게 한 마디도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잠깐 마주해서 그런지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 생각에 잠못이루면서 생각한다.


"오늘도 미움만 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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