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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Feb 10. 2016

그녀의 생일과 답장

어차피 울리지 않을 메신저를 붙잡고.


2월 4일 얼마 전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날이 찾아왔다. 제목처럼 일 년에 한 번뿐인 그녀의 생일이다. 처음에는 뭐라도 해줄까 고민하다 문득 생각났다. 얼마 전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한동안 잘 버티고 들어가지도 않았던 그녀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연애 중이 떠있었다. 하지만 내가 본 걸 알았던 걸까 그녀의 페이스북에 들어가고 몇 시간 후 그녀의 계정은 비활성이 됐다. 잠깐  울컥했지만 금방 돌아올 수 있었다. 어쩌면 헤어질 때 내가 생각했던 그게 맞을 수도 있겠구나. 나와의 연애는 가족에게 철저히 비공개였지만 그와의 연애는 가족이 댓글을 달 만큼 공개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됐으니 나도 그녀와 더 쉽게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후로 몇 주가 지났지만 그때 그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알고 있지만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그녀가 연애 중인 걸 알고 1월 28일 그녀에게 마지막 문자를 남겼다. 어쩌면 차단일 수도 있는 내 번호로 문자를 보내도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차단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라면  차단할 정도로 그녀에게 많은 문자를 보냈었다. 지난번 승무원과 미팅 후 그녀의 꿈을 응원하려 USB를 잠깐 전해준 적이 있다. 그때 그렇게 무작정 찾아갔던 이유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마지막으로 구차해 보일 수 있지만 그녀에게 남자친구와 함께 콘서트를 보러 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기에 콘서트 티켓으로라도 그녀의 사랑을 응원하는데 쓰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조금이라도 그녀와의 끈을 잡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연애하고 더 이상 문자를 보내면  안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울리지 않을 메신저를 붙잡고 혹시라도 답장이 올까 그녀를 기다렸다.


역시나 기다리던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 그녀의 생일이 가까워질수록 그녀가 더 많이 생각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비활성이 풀리고 연애 중이 사라졌다. 혹시나 헤어진건 아닐지, 혹시나 상처받은 건 아닐지 하는 마음에 연락해볼까 고민했다. 아니면 내 문자를 의식하고 비활성을 푼 게 아닐까? 이렇게까지 생각했다. 참고 참았지만 그녀 생일 전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그녀에게 카톡을 남겼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과 내 감정 그리고 널 어떻게 생각했는지, 심지어 그녀와 헤어지고 여자친구가 생겼던 것까지 모든 걸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역시나 기다리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집에 누워서 혼자 많은 상상을 했다. "역시 날 의식하고 비활성을 푼 건 아니었어." 반년을 기다려왔더니 조금은 냉정해질 수 있었나 보다. 카톡에 있던 1은 사라져있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일 당일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답장은 역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보냈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1은 사라진다.


그런데,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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