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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02. 2016

타임머신

그때 그날로 돌아간다면

우울하고 슬픈 날이 계속되면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그때로 돌아가면 잘못된 우리 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녀와 행복하겠지. 헤어진 직후 그리고 얼마 전까지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리곤 아직까지도 가끔씩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 돌아가 함께 웃는 그런 꿈을 꾸곤 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때 그날로 돌아가면 지금까지 그녀와 행복하게 있을 수 있었을까? 그녀와 했던 짧은 대화도 감사하며 어떻게든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던 내 모습을 돌이켜보니 아마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행복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헤어진 사람에게 계속 연락하며 마음을 돌려 보려 애쓰고 있다면 너무 성급해하지 말고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부터 해보자.


그녀와 헤어진 날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던졌던 말 때문에 헤어진건 아닐까 생각하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로 돌아가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하고 있지만 과연 그랬더라도 지금까지 행복할 수 있었을까. 아니 헤어진 날보다 더 과거로 돌아가서 연락을 평소처럼 했다면, 짐 때문에 감정이 상할일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 이렇게 헤어졌을까 생각한다.


당연히 그때로 돌아가면 같은 실수를 안 할 거니깐, 그렇게 되면 헤어지지 않을 거니깐 잘될 거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처음에 이성적이지 못할 때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그녀와 다시 잘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종교도, 패턴도, 신념도 뭐든 바꿀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해볼까 생각도 했었다. 지금 그녀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있고 행복하고 지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그녀의 흔적을 지우기 전까지 그녀는 굉장히 행복해 있었다. 그런 만큼 요즘엔 혼자 상상하고 믿었던 그녀를 조금씩 의심도 해보고 상상을 확신으로 만들기도 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그때로 돌아간다 한들 그녀가 내 옆에 남아있었을까?





그녀는 나와 철저하게 비밀연애였다. 물론 친구들은 보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지만 적어도 가족 한 테만큼은 알려지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경험이야 예전에도 있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치고 이해했다. 하지만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과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알릴 만큼 공개적으로 연애를 했다. 카카오톡 프로필부터 페이스북 태그까지 나와는 그렇게 민감했던 그녀가 왜 그와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랑을 할까. 아마 나와의 관계가 비밀이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했던 변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되지만 사랑 받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에 하면 안 될 만을 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과연 이런 사랑 과거로 돌아가서 내가 했던 실수를 돌이킨다고 지금까지 행복하고 사랑하며 지낼 수 있었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스스로 변하고 돌이킨다고 해도 그때 그 상황은 극복할 수 있지만 원인이 됐던 감정과 상황은 변하지 않을 거다. 시간이 지나 비슷한 상황이 들이닥치면 그때 했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할 거고 결국엔 또 헤어지게 될 거다.


반대로 그녀가 날 정말 좋아했고 그때 상황을 제대로 넘겼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그녀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고 나와는 그런 연애를 했다고 한들 결국엔 혼자 하는 추측일 뿐이다. 그녀가 정말로 날 사랑했다면 그랬을 때 그때 그 실수가 없었다면 만약에 그런 상황이라면 지금 그녀와 사랑하고 있었을까? 그녀가 정말로 날 사랑했다고 해도 아마 결국엔 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때로 돌아가서 그 상황을 바꾼다고 해서 서로를 위해 변화할 준비가 돼있는지 그 이후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결국엔 결과는 똑같지 않았을까.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가 날 정말 사랑했다고 해도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아직도 쉽게 잊히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그때 잘못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한 번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과거보단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그리고 만약에라도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그때처럼 잘못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할 뿐이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잘못을 되돌리기보단, 현재를 열심히 살고 미래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고 싶다. 정말로 인연이라면 이렇게 헤어져도 이렇게 싸워도 다시 만날 테니까. 먼 훗날 미래에 그녀와 웃을 수 있는 날이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녀 생각에 휘둘리기보단 그 날을 위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넌 정말 예쁜 사랑이야.
그러니깐 더 이상 아파하지 마.
같은 이유로 아파하지 않게
그런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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