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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05. 2016

헤어졌다고 끝이 아니야

한때는 미친 듯이 사랑했잖아

"야 괜찮아 네가 아깝다 진짜", "걔는 성격이 이상해", "걔 얘기도 꺼내지 마 짜증 나" 이별한지 얼마 안 된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줄곧 나오는 대화 중 하나다. 헤어졌기에 마음이 아픈 것도 알고 그 사람이 싫어진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라도 흉보지 않으면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거 같고,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놓지 못할 거 같다. 그래서 이별한 사람들은 헤어진 그 사람을 말한다. 그게 아니면 그 사람을 흉보기 위해 이야기를 꺼낸다.


어느 날은 정말 오래 연애를 하던 친구 커플이 헤어지고 술을 마셨던 적이 있다. 정말 누가 봐도 결혼할 거 같은 커플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진 건지 헤어지고 말았다. 그날 그 녀석은 눈물을 흘리기보단 웃으며 술을 마셨다. "5년 동안 정말 지겹게 연애했네, 헤어지니깐 자유가 된 거 같아 좋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고 갔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꽤 밝고 헤어지기만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도 겉으로만 저렇게 밝고 속으로는 굉장히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사귄 시간을 떠나서 그 커플은 주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행복한 연애를 했고 누가 봐도 서로를 사랑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그 사람을 흉보며 억지로 단점을 찾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 이랬던 생각이 계속 술자리를 가지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사라져갔다. 처음엔 남자라서 그런가 생각도 해봤고 5년 동안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봤다. 시간이 지나 술에 취해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별이 다행인 듯 웃으며 그녀와 있었던 추억을 대단한 무용담처럼 풀어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둘만의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해야 할 부분까지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궁금증에 이야기를 꺼냈다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자랑스럽게 그녀의 성격, 싸웠던 일 그리고 잠자리까지 5년 동안 연애했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거 같다. 헤어지고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린 건지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그녀를 흉본 건지는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며 헤어졌다고 끝난 듯 그녀를 놓는 모습에 그 친구에게 실망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여담으로 이 이야기를 했던 친구, 혹은 여자를 가볍게 이야기하는 친구, 사랑을 간단하게 생각하는 친구에게는 소개팅도 내 여자친구도 소개해주고 싶지 않았다.





여자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마 여자든 남자든 똑같이 헤어지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썼던 글처럼 헤어지더라도 인연이면 다시 만날 수 있다. 아니 다시 못 만난다고 하더라도 정말 살면서 그 사람과 하루가 됐든 일주일이, 한 달이 됐든 혹은 몇 년이 됐든 진심을 다해 사랑하지 않았던가. 살면서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인연을 만난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런 기적과 축복 속에서 사랑을 나눴던 사람이 헤어진다고 남이 되는 걸까? 아니 냉정하게 보면 남이 되는 건 맞지만 그 기억이 그렇게 쉽게 잊히고 그 사람을 그렇게 쉽게 흉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많은 연애를 해왔지만 사랑이든, 사랑 비슷한 감정이든 연애를 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잊히지 않고 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서로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다. 설령 헤어졌어도 내 마음과 기억 속에는 아직 그녀가 존재하고 있으니까.



정말 그녀를 사랑한 거야?
그렇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그녀와의 기억을



그녀와 밤을 보냈던 기억은 소중한 사랑을 나눴던 기억이 되고, 그녀와 싸웠던 기억은 나를 변화하고 성장시키는 기억이 되고, 그녀와 웃었던 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이 된다. 어느 누구한테 말한다고 한들 이 감정은 나밖에 못 느끼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억이다. 정말로 소중한 물건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만져지게 두지 않는다. 항상 내 품속에 지니고 다니고 나만 아는 소중한 보석함에 간직한다. 이처럼 기억은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물건이다. 소중한 기억 너무 힘들거나 잠깐 꺼내보고 싶을 때,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럴 땐 꺼내서 들여봐도 좋고 이야기해도 좋다. 하지만 반짝이는 기억을 욕과 비속어를 섞어가며 말하지 말자.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을 잃게 하기엔 너무 소중하지 않은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가 그녀를 어떻게 이야기했을지 돌이켜보고 생각해봤다. 어쩌면 나 역시 세상 무엇보다 반짝이는 빛을 상하게 하지 않았을까. 헤어짐에 너무 아파 그랬던 기억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항상 그녀는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에겐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던 건 확실하다. 나 역시 이별의 아픔에 상담을 받고 조언을 구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에 여자는 많아 그러니깐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돼", "네가 아까워 그냥 잊어", "그런 애는 분명 나중에 후회한다" 라며 어떻게든 그녀를 깎아내리며 나를 위로해주려고 한다. 상담받고 조언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너무 힘들어서 혼자 이렇게 끙끙 앓고 있으면 정말로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내민 것뿐이다. 그녀를 흉보고 싶어서, 그녀의 잘못이었다고 듣고 싶어서 이야기한 게 아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그녀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에 여자는 많지만 그녀는 한 명뿐이야,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난 그녀를 사랑하겠어", "그녀의 미소는 이미 내 가치보다 높아 나에겐 그런 존재야", "그녀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쩌면 나와 헤어진 이 선택이 현명한 선택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야" 이미 조언조차 듣지 않는 고집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다.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정말로 내가 그들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예쁜 사랑 했구나 힘들겠다", "네가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면 그걸로 된 거야" 그녀를 욕하고 흉보고 싶지 않다. 어쩌면 내가 했던 노력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랬던 것 같다. 그만큼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고 열정적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직도 그녀를 가볍게 이야기하고 우리 사랑을 거짓이라 이야기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녀는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야





첫사랑은 사랑이 무엇인지 연애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소중한 사람이고, 나를 정말 좋아해준 사람에겐 배려와 양보를 배웠고, 내가 정말 좋아한 사람에겐 또 다른 내 모습과 이별, 그리고 진심을 배웠다. 이별이 아프고 힘들 수 있지만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사람에게 소중한걸 배웠고 빛나는 기억을 받았다. 어쩌면 이 기억 때문에 아플 수 있지만 이 기억 덕분에 더 성숙하고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헤어졌지만 끝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건 기억 속에 소중하게 빛나고 있는 사랑이니까. 그 사랑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억하는 게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를 욕보이지 마
지금 잘못해버리면
사과조차 할 수 없잖아..



넌 정말 최선을 다했고 예쁜 사랑을 했어 그런 만큼 지금의 이별도 아름다워. 지금 말하고 있는 그녀를 정말로 사랑했던 거야? 아직도 그 사람 생각이 안 떠나서 힘들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나랑 대화해보지 않을래? 어디부터 시작해볼까 그녀와의 아름다웠던 기억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 사람이 왜 좋았어?" 맞아 나랑 똑같네 그냥 그 사람이 웃는 것도 좋았고 같이 손잡고 걷는 걸로도 너무 좋았어 이유가 무슨 필요하겠어. 정말 그냥 좋았어. 이 사람 하고는 평생을 함께해도 행복할 거 같다는 걸 만났던 그 날부터 느꼈어. 너도 나랑 같네 그럼 나만큼 힘들겠다. 그래도 괜찮아 우린 최선을 다했잖아. 진심을 다해 사랑했잖아.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 나는 그녀와 함께 밥 먹을 때, 그녀를 바라볼 때, 그녀를 데려다주고 집에 가며 그녀와 통화할 때,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말해도 끝이 없다. 그냥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던 그 모든 날이 행복했어. 그렇기에 지금은 그녀가 내가 느꼈던 행복만큼 행복하길 바라. 그녀는 정말 좋은 사람이니깐.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널 만난걸 당당하게 생각해. 헤어져서도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났다는 걸 기억하고 그녀를 그리고 너의 추억을 너 자신을 욕하지 마. 그녀도 너도 서로를 가볍게 욕하기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했잖아.



한때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이야
헤어졌다고 그 사람을 욕보이지 마
솔직하게 말해봐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지만
그 사람을 사랑했잖아 그리고 사랑하잖아.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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