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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08. 2016

좋게 헤어지고 싶어

결국 넌 끝까지 이기적이야



"나 이제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 그래서 여자친구랑 좋게 헤어지고 싶어", "나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아. 그래도 좋게 헤어지고 싶어" 정말 제대로 공부를 해보려고, 일을 해보려고 혹은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지금의 그녀와 헤어지려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 사람이 바람 폈거나 거짓말을 해 용서할 수 없다면 이렇게 싸우고 헤어지겠지만, 공부를 해야 해서 시간이 없어서 헤어진다면 아니 어쩌면 그냥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좋게 헤어지고 싶어



그녀가 밉거나 싫은 건 아니다. 그냥 더 이상 이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남처럼 돌아서기보단 친구사이로도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게 헤어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좋게 헤어지는 게 있을까? 헤어졌는데 좋은 관계로 남는 건 어떤 의미일? 과연 정말 친구로 남기 위해서 좋게 헤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이미 떠날 결심을 한 남자가 좋게 헤어진 다는 건 마음이 남아있기보단 혹시 몰라서 좋게 헤어지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이럴 수 없는 걸 알기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한때는 사업에 집중해보겠다며 연애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일만 하겠다 큰소리쳤던 날이 있다. 그 당시 날 좋아해주던 사람이 있었지만 결국 연락도 끊고 사업에 집중했다. 처음엔 하던 일이 안정적이지 않아 간혹 시간이 날 때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갔다. 독하게 결심하고 나니 일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이었을까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나갔었다. 사무실도 생기고 일도 잘 풀리고 있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때부터 스스로 하는 다짐은, 핑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날부터 그녀에게 빠져 일에 집중하겠다는 생각도 잊은 채 그녀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일에 집중하겠다던 나는 그날 이후 그녀와 연애를 시작했고 일에 집중하면서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헤어지고 싶다는 핑계부터 ~때문에, ~로 신경 못써줄 거 같아서, ~로 힘들어서 이런 이유를 말하면서 좋게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고 한다. 이별을 말하는 쪽도 이별을 받아들이는 쪽도 서로를 놓기엔 아깝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사이는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지만 이대로 남남으로 있기엔 아까운 그 정도. 혹시 알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 안 생기고, 지금 잘되는 사람과 안 됐을 때, 아니면 그녀의 몸이 생각날 때, 기댈 수 있는 그가 떠오를 때 그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그냥 그런 안정장치인 사람으로 남겨둘지.





사랑하면 헤어짐을 말하기보다
너의 입장을 생각하고 변화할 거야.



처음 글을 썼을 때랑 똑같은 질문을 해보려 한다. 정말로 사랑하고 첫눈에 반한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나면, 그리고 지금 공부와 일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녀에게 "지금은 너와 함께할 수 없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정말 내가 꿈꿔왔던 사람이 나타나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함께할 수 없다가 아닌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해보려 할 거다. 아니 극복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려고 할거다. 신경을 못써주는 만큼 연락할 때 더 다정하게 할 수 있고, 상대가 바쁜 걸 알기에 나를 위한 시간은 갖는데 힘쓰듯 어떻게든 맞춰갈 거다. 결국 헤어지자는 이야기가 입밖에 나왔다면, 그리고 헤어짐에 미련이 없다면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변화할 만큼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거다. 어떠한 경우에도 헤어지고 아무렇지 않은 듯 연락이 오거나, 싸우지도 않았는데 헤어지자고, 편한 친구처럼 오빠 동생처럼 지내자고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이 친구가 된 관계로, 한때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모습을 이제는 지켜봐야 할 테니깐.



헤어지자면서
좋게 헤어지자고?



지금까진 아직 사랑한다면서 좋게 헤어지고 싶다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일까 이야기해봤다면 이번에는 좋게 헤어진다가 참 재미있는 말이라는 걸 생각해보자. 좋게를 떠나서 헤어진다는 어떤 의미로 이야기한 걸까? 나 역시 그녀와 연애를 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헤어지자는 의미의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정신이 없었기에 그땐 냉정하지 못했지만 그 말을 꺼내자마자 하면 안 될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결국 그녀에게 잘못했다 용서를 구하며 이야기했던 날이 있었다. 물론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헤어진 지금도 아직까지 그날 했던 말실수를 기억하고, 그 말을 꺼냈던 당사자인 나 역시 아직까지 마음이 아픈 그런 말이다. 아마 그 이야기를 들었던 그녀는 마음의 상처가 더 심하지 않았을까? 헤어지자는 말의 의미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도록 아픈 말이다.





이렇게 아픈 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좋게 헤어지자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헤어지자는 말은 결국엔 상대를 밀어내고 상처를 주는 마음 아픈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 상대가 상처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좋게 헤어지자고 이야기한다. 아직까지 기억할 만큼 아픈 말을 하면서 상대와 계속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니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


정말로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해라. 내 옆에서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지켜주는 연인은 이럴 때일수록 함께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게 서로 지금의 상황과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더 열심히 사랑해라. 이야기를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면, 아직도 그냥 좋게 헤어지고 싶다면 그냥 그녀에게 희망 고문하지 말고 예쁜 이별을 하라고 말해본다. 어차피 헤어지자는 말은 어떻게 이야기하든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상처를 주면서 연인도 아닌 그녀를 옆에 두려고 하지 말아라. 어차피 새로운 사람 만나면 넌 또 그렇게 그녀와 멀어질 준비가 된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말,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서
너는 아무렇지 않은 거니.

상처 주고, 밀어내는 말을 하면서
좋게 헤어지고 싶은 거야?

그냥 나한테 이렇게 말해줘
우린 안 맞는 거 같아, 헤어지자.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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