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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09. 2016

현실과 꿈,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꿈을 따라가! 현실을 따라가!

강연을 하다 보면,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현실과 꿈 중 무엇을 쫓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사실 꿈이 없다, 꿈과 현실 중 어떤 걸 쫓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등 이런 질문들은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도 아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이런 대답을 해보려고 한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더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현실과 꿈,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꿈을 좇아야지?

-몽상가-



꿈을 좇으라는 이야기는 주로 음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한다. 아마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업이 아니기에 현실과 가장 비교되는 게 예체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왜라는 질문은 굉장히 간단한 질문이다. 음악으로 공감하고 그림으로 치유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미 꿈이 있는 몽상가들에게 꿈이나 목표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꿈 많은 사람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다.


꿈을 좇다 보니 벌써 나이가 30이 다돼가고 그렇다고 모아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뒤돌아보니 그냥 취업했었으면, 꿈은 취미로 즐겼다면 이 나이까지 이렇게 살았을까. 어쩌면 무작정 꿈만 좇아서 달려가지 않았다면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았을 텐데라며 생각한다. 자취방 월세를 내기 위해 매일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식비도 아까워서 끼니를 굶거나 라면, 김밥으로 때우곤 한다. 꿈? 말로는 좋지 막상 쫓아가 보니 별거 없더라. 꿈이 있어서 부럽다고? 지금 내 나이에 가진 거라곤 월 40만 원씩 나가는 보증금 500만 원짜리 월세방과 냉장고 속 신김치 그리고 기타밖에 없어. 이젠 1년 1년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나 정말 꿈을 쫓아간걸 잘한 걸까. 이젠 지친다. 지금이라도 취업준비나 해볼까 해.


20살 땐 겁도 없었다. 세상을 너무 얕봤던 걸까? 그때는 정말 철근도 씹어먹을 정도로 겁이 없었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 나름 멋있는 무대에도 서보고 돈은 안됐지만 꽤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낸 거 같다. 이제 군대에 다녀오면 본격적으로 꿈을 좇아야지. 23살 전역하고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TV를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많이 나오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여기저기 꾸준히 지원하면서 꿈을 좇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서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에 번번이 떨어지는 오디션으로 재능이 없는 걸까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꿈을 좇고 있다며 나를 응원했고 심지어 존경했다.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계속 음악을 했고 그렇게 30살이 됐다.



죽고 싶다



음악에 미쳐서 매일매일을 꿈꾸며 살았던 삶을 이제는 모두 내려놓고 싶다. 내가 잘못한 걸까? 음악에 재능이 없었던 걸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들고 이제는 좋아했던 음악마저 점점 싫증 나고 싫어진다.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년 후, 10년 후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꿈을 좇는 게 뭐가 멋있어. 월세 40짜리 반지하에서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데. 이제는 나이도 들어 아르바이트를 하면 하루가 지쳐 음악을 할 힘도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해본다. 결국 오늘도 이렇게 의미 없이 흘러간다. 그때 취업한다고 중소기업에 들어간 그 친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





꿈은 사치야 돈부터 벌어야지
돈만 있으면 꿈도 이룰 수 있어

-현실주의자-



꿈보단 현실을 보고 하고 싶은 일보단 잘하는 일, 인기가 있는 일을 쫓는 현실주의자가 있다. "꿈은 없는데, 그냥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요",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는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그냥 빨리 취업해서 돈 벌고 그때가 되면 그 돈으로 뭐든 하겠지 생각한다. 사실 꿈이 중요한 건 아니다. 꿈을 꾸더라도 돈이 없으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결국엔 꿈도 잃게 되기 때문에 현실을 먼저 보려고 한다. 하지만 현실만 쫓은 사람들도 과연 나중에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어떻게든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할 거라며 취업준비를 했다. 채용공고가 있을 때마다 자소서를 쓰고 지원했다. 하루에도 10개씩 자소서를 써가며 어디 하나 붙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채용공고만 찾아봤다. 나름 취업스터디도 열심히 했고 학점도 관리 잘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취업이 안되지. 토익이 조금 낮았던 건가? 괜찮아 분명 발표가 꼭 날 거야.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찾아왔다. 현실을 보겠다며 취업준비를 한지 벌써 2년이 됐고 잘 나가는 친구들은 한참 취업해서 잘살고 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꿈이나 좇을걸 그랬나 봐. 점점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연봉이고 복리후생이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월급이나 제대로 주는 기업에 취업했으면 좋겠다.


20살엔 왜 그랬을까. 차라리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꿈도 꿔볼걸. 이제 와서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이렇게 취업하면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어찌어찌 2년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꿈꾸던 대기업은 못 갔지만 그냥 무난하게 연봉 2000~3000 정도 되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첫 출근을 하고 첫 월급을 받으니 이제 뭔가 되는 기분이 들고 돈도 꾸준히 모아 하고 싶은 일 하겠다 다짐했다.



첫 월급이 들어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 월급이 들어왔다. 세금이랑 4대 보험료가 빠지니 120만 원 정도 통장에 들어왔다. 첫 사회생활이라 월급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을 쫓는다 쫓아왔는데 왜 아직도 현실이 눈앞에 있을까. 40만 원 월세 내고, 교통비, 통신비까지 빠지면 50만 원, 공과금에 식비까지 빠지고 가끔 친구랑 술 한잔 하면 통장엔 40만 원쯤 남는다. 그나마도 친구들이 결혼하기 시작하면 축의금으로 나가고 남은 돈마저 적금으로 사라진다. 하.. 내가 그리던 현실이 결국 이런 거였나. 30만 원씩 적금 넣어도 1년이 지나야 390만 원이다. 이렇게 몇 년을 일할 수 있을까? 결혼해서 집은 살 수 있을까? 데이트 비용도 부담되고 이럴 줄 알았으면 꿈이나 한 번 미친 듯이 좇아볼걸 그랬다. 그때 음악 하던 꿈 많은 친구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지?





꿈 vs 현실
둘 다 이렇게 힘든데
그럼 어떤 걸 좇아?



무엇하나를 정해놓고 따라가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까지 강연이나 멘토링을 받다 보면 꿈을 빨리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꿈이 뭔지 모르고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에게 무작정 이것저것 해보라며 그렇게 찾아보라고 재촉한다. 과연 미친 듯이 꿈만 꾸는 몽상가가 정말 아름다워 보이나? 돈 많이 버는 현실주의자가 행복해 보이나?


처음 창업을 시작하고 벌써 3년이 흘렀다. 아니 이제 4년 차가 된다. 처음에는 정말 꿈만 따라서 창업에 몰두했다. 1년, 2년이 지나갈 때 정말 열정 하나로 뭐든 할 수 있었다. 작은 강연부터 큰 강연까지 다양하게 열어보고 청년들과 소통하며 많은 CEO 들을 만났다. 그렇게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만나다 보니 뭔가 잘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1년, 1년이 지나면서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포기할까 고민도 많이 했고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생각도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니 다행인지 이제야 뭔가 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급함



꿈만 좇는 몽상가, 현실만 쫓는 현실주의자 모두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네 선택이 분명히 옳다. 하지만 꿈에, 현실에 취해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음악을 위해 다른걸 다 포기하고 전념하는 게 정답일까? 현실과 꿈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게 아닌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을 좇아간다면 현실이 방해하면 안 되고, 현실을 좇아간다면 이상이 방해하면 안 된다. 물론 꿈과 현실 어떤 게 우선시 돼야 할지는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한다고 음악으로만 돈을 벌기보단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천천히 가져가 나가 보길, 취업을 하겠다고 좋아하는 음악을 놓지 말라고 말해본다. 무엇이든 시기가 있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큰 장애물은 돈도 현실도 아니다. 스스로 이 길이 맞나? 지금 상황에 너무 힘들고 스스로 상처를 주는 조급함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더 이상 조바심 내지 말고 지금 이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무작정 꿈이 이뤄질 때까지, 현실의 벽이 사라질 때까지 마냥 지금이랑 똑같이 지낼 순 없다. 너무 먼 미래를 그리며 조바심 갖기보단 오늘, 내일의 모습을 그리며 천천히 당신의 선택을 이뤄가길 바란다.


결국 꿈꾸는 몽상가가 됐든 현실주의자가 됐든 똑같다. 처음부터 꿈을 따라가거나 돈을 벌고 꿈을 따라가거나.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은 똑같기에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당장 꿈을 좇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먼저 벌어도 좋다. 꿈에 올인하지 않아도 좋다. 내 앞에 있는 허들을 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조급해하지 말자. 결국 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창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알바를 하면서 어떻게 창업을 해요? 직장 다니면서 어떻게 사업을 해요? 돈도 없이 창업을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깐 해봐요.
지금 해야 할 일을.





puding의 상담창구 카카오톡 @나미야잡화점을 열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나미야 잡화점은 존경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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