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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13. 2016

오늘이 의미 없다고?

작은 움직임이 큰 불꽃이 될 거야

오늘,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했던 일에는 과연 의미가 있을까?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일단 휴학을 해보려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시작은 굉장히 단순하다. 계획이 없기에 뭐라도 해볼까 용기를 내고 시작하거나 관심이 생겨서 한 번쯤 도전해보려고 뭔가 시작한다. 과연 이게 취업하는데 도움이 될까?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까? 큰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그냥 재미로 그렇게 시작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이 의미가 없다고.



오늘 하는 이 일이 의미가 있을까?





"오늘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요즘 시간도 없고 너무 힘들지만 나를 위해서 그림을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5분 10분씩 짬을 내고 조금씩 그림을 그렸다. 동그라미도 하나 제대로 못 그렸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릴 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취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그림을 블로그에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고 작지만 하나 둘 댓글이 달리는 모습에 그냥 기뻤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지금 내 직업은 프리랜서 캐릭터 디자이너다. 3년 전 취미로 시작했던 그림이 지금은 유명한 기업과 계약해 각종 상품들로 나오고 있다. 대기업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3년 전 의미 없이 그냥 시작했던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쩌면 의미 없던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회사를 다니며 월급을 받고 있었겠지.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의미 없이 시작한 그림 그리던 일이 이제는 인생의 전환점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강의를 하다 만난 사람의 이야기다.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취업특강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날 강연에서도 정말 많은걸 느끼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든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 무엇을 하든 잘될 거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딱 그 정도. 그분은 당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나에게 이제 막 시작한 그림들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형편없을 정도로 느껴졌다. 나름 노력했다는 건 느껴졌지만 그 사람이 이렇게 그림에 빠질 줄 누가 알았을까? 결국 3년 전 그림이라곤 선긋기밖에 못하던 그녀가 3년 후 그림으로 꿈을 이뤄가고 있다. 정말 오늘 시작했던 일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을까?








아무 의미 없이 휴학을 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교에 복학했다. 사범대를 다니는 만큼 미래의 공무원이라며 주변에서 좋아했다. 나 역시 선생님의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대를 하고 복학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가 꿈꾸던 선생님과 현실에서의 선생님. 교육학을 배우다 보니 괴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결국 계획도 없이 휴학을 했다. 계획도 이유도 없이 단지 괴리감이 든다는 핑계로 휴학을 하고 그렇게 서울로 왔다. 결국 휴학의 의미를 찾지 못한 나는 12개월 중 4개월을 노는데 쓰기 시작했다. 알바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없는 집에서 용돈 받아가며 클럽을 다니고 시간 날 때마다 술 마시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행동들을 계속해왔다.


4개월이 흘러 문득 집에 누워 잠을 자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휴학을 했을까? 벌써 4개월이나 지났는데 남은 8개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깊은 고민 끝에 무엇이든 해보기로 했다. 4개월 동안 놀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무엇이든 해보려고 했다. 남은 8개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다 하고 가겠다며 다짐했다. 결국 인턴, 대외활동에 합격을 했고 연장선으로 창업까지 시작하게 됐다.


첫 시작은 휴학이었다. 어떤 의미를 찾아보려 휴학을 했지만 결국 아무 의미 없이 4개월을 보냈다. 이런 의미 없는 행동들이 내 속에 있는 꺼져가는 불씨를 살렸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4개월 동안 놀았기 때문에 남은 8개월에 더 깊게 집중할 수 있었고, 4개월 동안 놀았기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수학밖에 없었던 사람이 지금은 꿈과 취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고 창업을 시작해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상에 그냥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누군가를 만났다면 그 사람이 내 팀원이 될 수도 있고, 내 은인이 될 수도 있다. 오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면, 인정받는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하며 유명한 아이폰 사진작가가 된 사람도 있다.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찍고 싶어서 찍었고 올리고 싶어서 올렸다고 이야기한다. 또 어떤 분은 우연히 시작한 미싱으로 지금은 개인 브랜드를 내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미싱을 시작했던 의미를 역시 그냥이다. 시작은 굉장히 간단하다. 의미도 이유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든 시작을 했다면 3년 후, 5년 후에는 그 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일도, 술 마시고 친구들을 만나 노는 일도 내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3년, 5년 뒤에 어떤 모습을 가져다줄지 참 기대가 된다. 수학선생님을 꿈꾸고 사범대에 입학한 대학생이 휴학을 계기로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고, 친구들이 한 학기 동안 함께 학교를 다닌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소심했던 사람이 군대를 다녀온 계기로 수십, 수백 명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무엇이든 손에 잡아보고 3년이든 5년이든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의미도 두지 말고 뭔가 시작해보자. 그러면 3년 후 당신은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사진작가가, 쇼핑몰 대표가 될 수도 있다. 굳이 의미를 두지 말자.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는 그때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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