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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11. 2016

사랑의 아픔을 치료하는 병원

이별이 아픔, 사랑의 아픔을 치료하는 방법

한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아픔과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녀와 함께하면 뭐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땐 몰랐다 그녀와 함께라면 정말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녀와 헤어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일이 내게 들이닥쳤고, 지금 이 순간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아플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때부터였을까 사랑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했다.


내 모든 걸 다 주려고 노력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과거부터 내 모든 이야기를 해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라면 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고 내 모든 걸 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허물없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모든 걸 주고 나니 그녀와의 이별이 찾아왔다. 다 주고 나서 그런가 마음속은 공허함만 크게 남았다. 이토록 내주고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도 해본다. 어쩌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서 평생 아플 거 다 아픈 건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면 이 아픔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지 사랑의 아픔을 치료하는 병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취하는 병원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가장 먼저 찾았던 병원은 취하는 병원이었다. 상처는 알코올로 소독하라는 말처럼 마음의 아픔도 술로 소독하기 시작했다. 한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분위기에 취해 억지로 생각하지 않는 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로도 괜찮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떻게 치료 하든 상관없었으니까. 술에서 깰 때마다 상처가 자꾸만 벌어져서 더 많이 소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잔은 계속 비워져 갔지만, 술을 계속 채워 넣었지만 마음속 공허함은 차오를 생각을 안 하고 상처는 아물 생각을 안 한다. 아무리 마셔도 며칠을 마셔도 그녀 생각은 떠날 기미도 안보였다. 마음속 아픔이 술보다 강했던 건가 결국 취할 생각도 않고 아물지 않는 상처를 부여잡으며 취하는 병원에서 나왔다.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 아무 효과도 못 봤기에 멍하니 지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하던 일은 제대로 잡히지도 않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연락해볼까 생각하며 상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다른 병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람 병원



다음으로 찾아갔던 병원은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병원이다. 그 병원에는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라고 불리는 의사에게 찾아갔다. 낯익은 사람이 진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맛있게 보이는 음식을 앞에 놓고 내 아픔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고 친구는 많은 조언들을 해줬다. 조금씩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사람 병원에 계속 다니다 보면 분명히 치료될 수 있을 거라 느끼고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찾아갔다. 하지만 찾아가면 갈수록 친구라는 의사는 이제 지쳤는지 같은 대답만 반복한다. 그리곤 이제 그만하라며 진료를 거부한다. 그렇게 결국 내 두 번째 진료는 끝이 났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 병원에서 조금씩 상처가 아물었기에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를 찾아갔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서로를 챙겨주며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 병원에 다니니 마음이 편해지고 점점 괜찮아지긴 했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 상처를 치료했지만 결국 속에 남아있던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 병원도 그때 잠깐을 위로해준 응급처치일 뿐이었다.


더 이상 어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울을 보니 관리라곤 하나도 안 한 수염과 단정하지 못한 모습으로 멍하니 서있는 내 모습만 비추었다. 무기력한 모습에 돌이켜보며 스스로를 위해 변화하자고 다짐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지내고 있으니 밖으로 나가볼까 결심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사랑병원



단정하게 관리하고 옷도 차려입었다. 그리고 다른 병원에 찾아갔다. 그래도 예전과 다르게 마음은 가벼웠고 기분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로 부족하고 외로움이 느껴져서 사랑병원에 찾아왔다. 병원에 계속 다니다 보니 뭔지 모를 감정이 생기는 사람을 만났다. 어쩌면 이 사람이 내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그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상처가 치료된 듯 아프지 않았다. 그녀 생각도 안 났고 그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벌어졌던 내 모슨 상처들이 그 사람으로 인해 허물어지는 줄 알았다. 사랑으로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데 가장 좋은 건 역시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과 그녀의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했고 점점 그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애를 하면서 내 감정은 그 사람에서 그녀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내 아픔 때문에 그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없어 그 사람과 헤어졌다.


사랑의 상처를 다른 상처로 치료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원망했다. 이별은 언제나 마음 아팠고, 벌어진 상처에 또 다른 이별로 새로운 상처를 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잊지 못할 상처를 주었기에 후회했다. 그날부터 결심했다. 그녀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랑으로 치료하지 않겠다고, 내 아픔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면 안 되겠다고. 그렇게 처음 받았던 상처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병원을 나왔다.





시간 병원


결국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병원을 찾아왔다. 술도, 사람도, 사랑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라는 걸 알고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헤매서 겨우 시간 병원을 찾아왔다. 나는 아직도 시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하루하루 흘러갈 때마다 치료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큰 상처를 치료하는데 꽤 오래 걸린다는 말만 듣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가장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이라 생각하고 있다.


시간 병원에 입원할 땐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그녀의 흔적을 지우는 거다. 쉽게 지울 수 없었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그녀의 연락처, 페이스북, 카카오톡까지 전부 지워 그녀 흔적을 없앴다. 핸드폰에 남아있던 마지막 사진 한 장까지 전부 지웠다. 그 외에도 섣불리 다른 병원에 찾아가지 않기, 그녀 소식 물어보지 않기 등 몇 가지 조건을 마치고 입원하게 됐다. 시간 병원에서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도 오늘도 내일도 아픈 상처 치료하기 위해 오늘도 시간을 보낸다.



널 잊기 위해 많은걸 해봤어
취하는 병원도,
사람 병원도,
사랑 병원도,
시간 병원도
여기저기 찾아봤어.

그런데 아직 난 준비가 안됐나 봐.
발버둥 칠수록 더 아프네.

_by puding






술, 사람, 사랑, 시간 병원을 찾아보며 사랑의 아픔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녀가 남자친구가 생겼어도 밉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잊을 수 있을까 했던 마음부터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중증 환자처럼 그녀에게 빠져 지냈던 지난날을 돌이켜봤고,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병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랑의 아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 아픔 누군가와 나누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응급처치처럼 조금씩 아물어가는 걸 느끼고 병원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병원이 나미야 잡화점이다.


술도 마셔봤고, 사람도 만나봤다. 새로운 사람과 사랑도 해보고 시간이 흘러가길 8개월이 넘도록 기다렸다. 그래도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워지지 않고 상처를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그 사람과 대화함으로써 조금이지만 응급처치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연애, 삶, 인생 상담 같은 건 잘 모른다. 전문가도 아니다. 이 공간 말고 상담해주는 전문가도 굉장히 많이 있다. 재회상담, 사랑 상담, 썸에서 연인으로 만들어주는 상담 등 이별을 하고 찾아보니 별의별 상담이 다 있다고 느꼈다. 한 번 상담을 받는데 적게는 몇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돈을 내고 진행한다. 효과가 어떻고 정말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나 역시 한 번 해볼까 고민을 해본 적도 있었을 정도로 이별 후에는 조급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사랑과 '내' 삶은 스스로 만들어가고 가꿔가야 그게 진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다시 만나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내 솔직한 모습과 함께 그녀의 마음도 진심이 통해야 유지가 될 테니까. 그렇기에 작은 병원처럼 상담소를 만들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을 만났고 그녀와 이별도 했다. 상처는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이별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


어서 오세요. 사랑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료해주는 병원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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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ding의 상담창구 카카오톡 @나미야잡화점을 열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나미야 잡화점은 존경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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