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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16. 2016

연락을 해볼까?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아직 사랑인지 모르겠지만 내 맘을 움직이는 그런 사람. 코엑스에서 처음 만난 그 사람이 날 보며 웃어줬다. 탱글탱글한 볼살이 올라가고 꾹 닫은 입술은 살짝 미소를 보였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은 초승달처럼 변해 나를 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날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처음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했고 일이 끝난 후 조심스럽게 명함과 선물을 주며 연락처를 줬다. 그렇게 그날 저녁부터 아침까지 그녀의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그냥 바빠서 연락을 못했던 건지 결국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살면서 처음 해본 좋아한다는 감정표현이라 서툴렀던 건가처럼 여러 생각을 해보다 결국 그녀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녀에게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먼저 연락했던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항상 기다리는 입장에서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흔히 이야기하는 썸을 탈 때도 그녀가 좋았으면서 기다리는 입장에 있었다. 항상 먼저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며 사랑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그녀를 처음엔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었다. 결국 내가 먼저 연락했지만 그녀에게 물어보니 받았던 명함이 내 명함인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든 저렇든 기다리기만 한다면 이렇게 좋은 사랑을 만나도 놓쳐버리기 일쑤다.


나는 표현했으니깐 마음이 있다면 연락은 그 사람이 할 거야. 원래 연락은 남자가 먼저 해야지. 이렇게 상대방을 좋아하면서 무작정 기다린다. 결국 이 기다림은 사소한 오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한테 이렇게 표현해놓고 연락도 없는 거 보니 그냥 그 사람 성격이었던 걸까? 결국 사소한 오해로 그 사람도 연락하지 않게 된다. 좋다고 먼저 표현했으면 끝까지 좋아한다고 말해보는 것도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남남으로 지냈던 사 이인만큼 표현하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할지 혼자 하는 상상은 그만두고 먼저 연락해보면 어떨까?





혼자 하는 상상은
결국 다 틀리더라.
다름이 아닌 틀림.


그녀와 헤어지고 그녀에게 의사표현을 했다. 편지도 써서 보내봤고, 굶고 다닐까 걱정돼 도시락도 싸서 가져갔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전화도 해봤다. "헤어졌는데 먼저 연락하는 게 맞을까요?" 나 역시 그녀와 헤어지고 이렇게 연락하는 게 좋을까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러지 말걸 하며 후회하고 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에겐 더 좋은 사람이 옆에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연락이 먼저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연락하지 않을걸 알고 있다. 이미 그녀의 연락을 기다려봤고 결국 먼저 연락하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고 먼저 연락해야 한다는 걸 느꼈기에. 하지만 이 모든 연락이 그녀의 표현을 무시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녀는 나에게 그만 연락해달라는 의사표현을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연락을 해야 한다면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헤어진 후 그녀에게 연락했던 건 후회하고 있지만, 이렇게 매달려보지 않았다면 더 큰 후회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녀에게 연락했기에 후회하기보단 행복하길 바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연락한걸 후회할 뿐이다. 헤어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연락을 해야 할까 고민한다면 더 늦기 전에 해보길 바란다. 그 사람이 강하게 의사표현을 하기 전에 그때라면 먼저 용기를 내도 괜찮다. 하지만 사랑하면서도 아직까지 상대방에게 연락이 올 거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행복하게 지내길 바랬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연락했어.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연락해봐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생기기 전에,
아직은 네가 싫어지지 않았을 때.



여자든 남자든 누가 먼저 연락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면서 좋아하면서 끝까지 자존심 세우고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면 결국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사귀귀전이든 이별한 후든 아니면 연애를 하고 있을 때도 상관없다. 스스로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면, 연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꼭 먼저 연락해보자. 결국 그 사람에게 잊히고, 다른 사람이 생기게 되면 하고 싶은 연락도 하면 안 되니깐. 그때 가서 아쉽다며 후회하지 말고, 보고 싶다며 아파하지 말자.


아직도 가끔 그녀에게 연락을 해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의사표현을 알아주는 것도,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사랑을 인정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은 이렇게 그녀의 흔적을 조금씩 지우고 있다. 그녀도 나와의 사랑은 잊고 새로운 사랑에 빠져있을 테니까.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연락이 올 거라 믿고 기다린다면, 이쯤 해서 먼저 연락해보자.


사소한 걱정부터 아프지 않은지 연락하고 싶다. 잘 지내고 있는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우산은 가지고 나갔는지, 혼자 고민하며 끙끙 앓고 있진 않은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젠 걱정하면 안 되고 궁금해해도 안될 사람이 됐다. 그렇기에 모든 걸 지우고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고, 여행도 다니면서 마음을 풀고 있다. 그런데 말이야 조금씩 조금씩 괜찮아지는데, 점점 마음이 편해지고 잊혀 가는데 그게 참 싫다.



잘 지내고 있니?
이 한마디조차 묻기 힘드네
네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인데

이제 걱정하지 않을게
이제 궁금하지 않을게

더 이상 내 역할이 아니니깐.

_by puding





그녀를 기억하지 못해도
그녀의 사랑을 기억할게

너희 하나하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4월 16일 일어난 일들을 기억할게

세상이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월백이 달넘이가 되듯,
호락호락 잊지 않을 거야.
추위에 떨며 잠들어간 너희들
모두 천국에서 행복해야 해.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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