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로 되돌아가는 길은 참 조용했다. 차 안에는 그 흔한 음악 소리 하나 없었고, 앞에 앉은 두 사람이 말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계속해서 휴지를 뽑는 소리, 콧물을 쿨쩍이는 소리, 깊은 한숨 소리만 들려왔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 어제처럼 바깥을 구경하기도 하고 지루하면 엎드려 쉬기도 했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들렀다 가자."
차는 휴게소에 멈췄다. 한 사람은 먼저 화장실을 향했고, (아직은) 새 가족인 사람은 나와 함께 휴게소 건물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이럴 땐 쉬야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것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
"시원해? 잘했어."
'이 정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빠르게 볼 일을 마치고 (아직은) 새 가족인 사람의 언니가 간식거리를 사 오는 동안 계단쯤에서 기다렸다. 나는 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어머. 얘 좀 봐. 너무 예쁘다."
"말 엄청 잘 듣나 봐요. 의젓하게 앉아있네."
'보는 눈들이 있으시군요. 아주머니도 멋지세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나를 바라봤다. 어딜 가든 눈에 띄는 외모이다. 오랫동안 털 정리도 못하고 빗자루 머리를 하고 있는데도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 같은 강아지는 아이돌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다섯 살 정도만 어렸더라면 뭐라더라, 댕플루언서 같은 거 해봤을 텐데.'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자만의 우스갯소리를 하며 속으로 쿡쿡 웃었다. 옆에 있는 (아직은) 새 가족인 사람은 사람들의 관심이 어색한지 안절부절이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면 한 손으로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어주는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뭐 안 먹을래?"
"응. 배 안 고파서. 커피면 될 것 같아."
"에이그.."
'저는 주시면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푸딩이라도 뭐 먹자. 여기 물이랑 간식."
'역시 저랑 말이 통하시네요.'
센스 있는 언니가 약간의 물과 간식을 주었다. 어쩌면 이 사람과 새 가족이 됐었더라면 좋았을지도... 잠깐의 휴식 후에 차는 다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딘가 차 안은 더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모든 게 꿈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꾸벅꾸벅거리기 시작할 즈음 차가 멈추는 탓에 잠에서 깨야했다. (아직은) 새 가족이 한숨을 푸욱 쉬다가 어깨를 들썩이다가 콧물을 크릉크릉 삼켰다가 요란을 떨더니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자, 가자."
"진짜 괜찮겠어?"
"그럼, 나는 괜찮지... 얘가 안 괜찮겠지..."
"안 되겠으면 돌아가. 드라이브 한 번 더 했다 생각하고."
"아니야. 돌아가면 또 반복할 거 같아. 언니 말이 맞아. 내가 준비가 안 됐던 거야. 몇 날며칠 검색해 보고,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 다 알아보고 준비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아는 게 다가 아니었어. 이론은 이론일 뿐이야."
"그러니까. 너는 뭔가 하기 전에 걱정이 너무 많아. 나처럼 일단 저지르고 어떻게든 수습해 가면 그것도 나름대로 굴러가."
"나도 그런 면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그래, 너랑 내가 같을 수는 없지. 주변에 뭐가 있지? 들어가기 전에 간식 가져온 거 먹이고 산책이라도 시켜주자."
저 멀리서 보호소의 냄새가 난다. 온갖 뒤엉킨 똥오줌과 곰팡이 냄새들. 단지 하루만 떠났다가 왔을 뿐인데, 죽도록 들어가기 싫은 지독한 냄새이다. 곧 나는 저기로 다시 돌아간다. 돌아가기 전에 신나게 바깥공기를 마셔두자. 마치 이 산책의 목적지가 저곳이 아닌 것처럼...
"푸딩이 기분 좋아? 꼬리 흔드는 거 봐. 아고, 예쁘네."
서서히 보호소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내게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 낸다면 이 줄을 끊고 도망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멀리 도망친다면 보호소에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는...? 나를 버린 가족들을 생각하며 나처럼 버려진 먹을거리가 있는지 바닥에 코를 박고 다니다가 지쳐 쓰러진 다음에는...? 자유이지만 자유가 아닌 그런 날을 보내겠지. 그러니까 그냥 걸었다. 이 산책의 끝이 어딘지 알면서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린이 상태는 괜찮나요?"
"네, 일단 약을 먹었어요. 괜찮아질 거예요.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죠. 알러지 모르고 데려갔다가 오시는 분들 종종 계세요. 직접 데리고 들어가시겠어요?"
"네..."
어제의 나를 보내주던 그 철문이 다시 열리자마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퀴퀴한 냄새 구름과 함께 쏟아졌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나와 (나를 버릴) 새 가족이 걸었고 그 뒤에 언니가 따라왔다. 내가 있던 자리는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고작 하루 비웠을 뿐인 걸. 철문에서 자리까지 가는 길은 얼마 길지 않았지만, 살면서 가장 긴 가시밭길 같이 느껴졌다. 혹시 사람들 욕심 때문에 개싸움장으로 끌려갔다던 강아지들의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야, 저기 봐. 어제 나간 녀석이 돌아왔어."
"꼴좋다. 저 혼자 살겠다고 나가더니. 낄낄."
"하룻밤 만에 때깔 좋아졌네? 맛있는 거 먹었냐?"
"어쩌니. 쯧쯧. 기운 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걷다가 직원이 문을 열어준 자리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이제 나를 정말 버린 새 가족이 직원에게 약봉투를 건네며 쩔쩔매는 모습이 보였다. 하루에 몇 번을 먹어야 하는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 병원에서는 몇 살 정도일 거라고 했는지, 허리를 굽신거리고 양손을 모으며 부단히도 애를 썼다. 직원은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걱정이라면, 버리지 않으면 좋았을 텐데.'
쓴 말을 속으로 삼켰다. 나에게 이곳에서 나갈 자유를 주던 줄이 몸에서 풀어지고 문이 닫혔다. 강아지에게 목줄은 참 오묘한 것 같다. 저것이 있는 강아지가 오히려 자유를 가진다. 목줄이 있다는 건 산책을 나갈 수 있다는 말이고, 산책을 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산책 후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가족이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한참 어릴 때는 마냥 뛰는 게 좋아서 아빠 엄마가 내 목에 걸어둔 줄이 거슬리기만 했다. 거기에 연결되는 기다란 줄은 아무리 길다고 하더라도 움직일 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줄 없이 마구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좋았다. 온종일 뛰어놀아도 힘이 남아돌던 시절에는 슬슬 집에 가자고 줄을 채우는 아빠가 밉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줄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어느 봄날 산책길에 불쑥 피어난 새싹을 보고 냄새를 맡고, 오돌토돌 풀과 돌도 밟고, 주룩주룩 시원한 장맛비와 포실한 눈도 맞고, 참방참방 뽀드득 밟아도 보고. 그 위에 볼 일도 산뜻하게 보고 나면 당연하듯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맛있는 밥을 먹는 그런 자유. 그런 자유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줄... 이제는 안다. 아빠가 길에서 줄을 푼 것은 내게 자유를 준 것이 아니라는 걸. 그건 그동안 나에게 주었던 모든 자유를 한 순간에 빼앗아간 아주아주 차가운 순간이었다는 걸.
오늘 나를 버린 사람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어깨를 들썩거리며 한 손으로는 얼굴을 계속해서 닦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나에게 하루짜리 자유를 주었던 줄을 꼬옥 잡은 채로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다가 끝내 커다랗고 낡은 철문 뒤로 사라졌다.
'하루 만에 정이라도 들었나. 나도 조금은... 슬픈 것 같기도.'
며칠 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어서 오세요. 이번에 데려갈 만한 애들은 미리 추려놨어요."
"네, 한 번 볼까요?"
"얘랑 얘도 괜찮을 것 같고요. 이쪽 애도 얌전하더라고요. 그리고 얘는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데 어떨까요?"
"음, 역시 많네요. 오늘 다른 보호소도 들러야 해서 다는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항상 자리가 모자라죠. 아, 참! 이쪽에 얘는 꼭 봐주시면 좋겠어요. 스탠다드 푸들이에요. 2살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병원에서 약을 지어다 줬어요. 귀에 곰팡이가 있다나 봐요. 애는 조용해요. 입양 가려다가 잘 안 됐어요."
"아, 그래요? 대형견 자리가... 어디 보자. 괜찮겠네요. 데려갈 수 있겠어요. 크게 다친 것 같아 보이진 않으니까, 스탠다드 푸들이면 입양이 아주 힘들진 않겠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보호소 직원들과 돌아다니며 하는 얘기가 들렸다. 나를 빤히 보며 얘기하던 사람들이 문 앞에 붙어 있는 종이에 체크를 하고는 다시 돌아다녔다. 잠시 후 다시 몇 사람이 나에게 오더니 문을 열며 말을 걸었다.
"안녕? 오늘 이사 갈 건데 이리 나와볼까?"
'이사?'
문을 연 사람은 상냥하게 내게 물었지만 대답을 기다리진 않고 가져온 줄을 꺼내더니 나의 목에 채웠다. 순순히 걸어 나가니 착하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커다란 철문 밖에는 내가 들어가고도 여유가 있을 법한 큰 켄넬이 있었다.
"여기로 들어가자."
적당히 눈치껏 켄넬로 들어가고 나서 빙그르 돌아섰다. 켄넬 문이 닫히고 덩치 큰 사람 두세 명이 '흣차'하고 켄넬을 들어 차 트렁크에 올렸다. 트렁크에는 크기가 다른 켄넬들이 있었는데, 그중 몇 개 안에는 이미 강아지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들어가 있었다.
"오늘 가는 애들 서류는 다 챙겼고, 그럼 다음 달에 다시 들릴게요."
"고생하셨어요. 조심히 가세요."
부르릉.
"그러면 이제 한 군데만 더 들르면 되나요?"
"오늘은 자리가 거의 차서, 복귀하고 내일 이어서 가야 할 것 같아요."
"알겠어요. 그럼 이제 돌아갈게요."
"얘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오늘 이사하는 곳 엄청 좋은 곳이야. 가서 건강상태 확인도 하고, 목욕도 하고 그러자."
차에 탄 사람들은 트렁크를 돌아보며 켄넬 속 강아지들에게 말을 건넸다. 몇몇 강아지들은 차를 거의 안 타봤는지 심각하게 오들오들 떨어댔고, 어떤 애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오줌도 지린듯했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인가 보다.
'엄청 좋은 곳? 입양이라는 게 이렇게 떼로도 갈 수 있나? 얘네들이랑 다 같이 한 집에 사는 건 어렵겠는데.'
달그락달그락. 차가 멈출 때를 빼고는 켄넬끼리 부딪쳐서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상상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자, 도착이다. 얘들아.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입양센터에 온 걸 환영해.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