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아, 푸딩아아아! 이리로 안 와?"
'헤헷. 죄송.'
몸이 가벼웠다. 갈비뼈가 도드라지도록 빠졌던 살이 아직 다 찌지 않은 탓인지 병원 구석구석을 가볍게 날아다녔다. 거대한 노즈워크 같은 이 공간에서 고소한 밥 냄새를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 키만 한 나무판자 너머에 꽤나 맛 좋은 밥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병원 사람들이 바쁜 틈을 타서 날렵하게 점프해 높은 판자를 훌쩍 넘어섰다.
'녹슬지 않았군. 좋아.'
한눈에 봐도 묵직한 사료는 튼튼한 비닐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닳고 닳아서 나이가 짐작된다는 나의 이빨 앞에 별 소용은 없었다. 이 이빨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씀! 우걱우걱 배불리 밥을 먹고 있으니 뒤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들이 내 앞까지 와서 사료와 나를 떼어놓는 순간까지 밥을 먹었다. 모처럼 배불리 먹어서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며칠 전 엄청나게 배가 아픈 탓에 잠에서 깬 날이 있었다. 누군가 내가 잠든 틈에 배를 여러 번 세게 찬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어질어질하며 아주 잠깐이지만 식욕도 떨어질 정도였다. 한참을 빌빌거리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해보려고 할 때 병원 사람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고생했어. 많이 아프지? 수술은 잘 됐단다."
'수술이요?'
"한동안 아랫배나 가슴이 아플 일은 없을 거야. 계속 안 아프면 제일 좋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쑤시는걸요.'
"조금 더 있다가 회복식 먹고 약도 먹어보자."
'고기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는 밥이라면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이삼일쯤에 걸쳐 서서히 통증이 가라앉았다. 회복식이라는 건 내가 생각한 고기 듬뿍 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지만 부들부들한 담요를 깔고 달빛을 받으며 자는 생활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길거리에서도 달빛이야 원 없이 받았지만, 그건 더위와 추위와 수많은 벌레들을 감당하며 지내는 밤이었다. 깨끗하고 안전한 방에서 마음 편히 쬐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돌아갈 집이 없다면 여기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너무나 가뿐해서 그동안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사료봉투도 열어버렸다. 이렇게 순조로운 회복이 병동에서의 생활을 빨리 끝낸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아픈 척을 더 할 걸 그랬다.
"푸딩이 회복 잘 되고 있어요. 일주일 뒤에 실밥 풀으러 병동으로 데리고 와주세요. 혹시 환부를 많이 긁거나 핥으면 넥카라 씌워주시고요."
"네, 고생하셨습니다."
"말썽 부리지 말고 지내고 있어라, 푸딩아."
병원 사람은 내 머리를 툭툭 쓰다듬고는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나는 병원으로 가기 전 있었던 철문이 달린 작은 방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돌아온 걸 환영해. 병원 생활은 어땠어?"
"환영은 됐어. 병원 안 가봤어? 여기보단 훨씬 좋던데."
"난 여기 처음 왔을 때 검사만 했어. 잠을 잔 적은 없었거든."
"넌 수술인가 뭔가 안 한 거야?"
"어릴 때 이미 했어. 여기 말고 집이 있을 때 말이야. 근사한 곳에 놀러 가자고 하더니 병원으로 데려가 버렸지 뭐야. 내가 거기서 주사를 몇 번이나 맞았는데! 병원을 모를 줄 알았나. 그날도 주사나 맞으면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완전 속았어. 나는 그때 고작 엄마 팔뚝보다 조금 더 컸을 때였는데 말이야. 며칠 동안은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못된 마녀할멈처럼 보였다니까."
"결국은 마녀할멈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지금 여기 있는 걸 보면 말이지."
"... 아니야. 이유가 있었을 거야. 나한테 말해주진 않았지만."
"..."
환영인사를 건넨 녀석에게 괜한 말을 하고 말았다.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머뭇거리다가 시간을 놓쳐버렸다. 어색하게 이야기가 끊기고 각자 방에서 조용해졌다. 풀썩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바닥에 엎드려 쉬기로 했던 것 같다. 어딘지 울적해지고 있던 차에 건물 밖에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나 봐."
"..."
"너는 이름이 뭐야?"
"..."
"미안해. 일부러 나쁜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
"..."
"비가 오는 날 산책도 좋은데 말이야. 문이 열리려나 모르겠네."
"비가 오는 날에도 잠깐은 문이 열려. 볼 일을 봐야 하니까."
"오, 어서 열리면 좋겠다."
"내가 대답해 줬다고 해서 기분이 풀린 건 아니야."
"그래, 알겠어."
"내 이름은 코코야."
코코가 못 이기는 척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성미가 고약한 녀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코코는 직원들이 운동장 문을 열어줄 때마다 몇몇의 사람 곁에 머무르길 좋아했다. 모든 사람을 다 따라다니진 않는 걸 보면 나름대로 낯을 가리긴 하나보다. 그렇다고 누군가 앞을 지나갈 때 사납게 짖는 아이도 아니었다. 슬쩍 머리를 철문 쪽에 갖다 대거나 총총총 발소리를 내며 좁은 방 안을 한 바퀴 도는 것 같았다. 온몸이 까만 털로 덮여있어서 반짝거림이 없다면 어디가 눈인지도 모를 모습이긴 했지만, 특별히 사나운 강아지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 새로운 가족을 못 찾았다는 것은 코코 말대로 덩치가 크기 때문인 걸까?
매일 보는 직원들 말고 한 두 번씩 왔다 가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을 알았다. 눈치가 빠른 나는 어느 날 운동장에서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직원들이 그런 사람들을 봉사자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직원들이 나를 보고 예쁘다, 착하다, 기특하다 온갖 칭찬의 말을 해줬던 걸 기억한다. 겉으로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라고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내심 이들 중 누군가가 어느 날 퇴근길에 나와 함께 집에 갈 것을 기대했다. 매일 늦은 오후 밥시간이 되면 다른 강아지들 방 안으로 그릇을 하나씩 넣어주고 나만큼은 옆으로 미는 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줄 것이라고 상상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몇 달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봉사자들이 와서 놀아줄 때에도 잠깐은 설레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톱만 한 간식을 가끔 주며, 무엇보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사진 같은 걸 엄청나게 찍어댔다. 한껏 높은 목소리로 "이거 봐~여기 봐~아이 예쁘다"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강아지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나는 아니지만) 덩치가 큰 강아지들 중에서도 특히 나를 예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집에 돌아가서 사진을 보고 예쁜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 져서 내일 다시 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역시 그런 사람은 없었다. 방에 돌아가고 나면 괜히 한 번 어깨를 으쓱 털어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매일 밤마다 철문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차갑고 서럽게 느껴졌다. 여기 있는 강아지들 대부분은 비슷한 마음인지, 어떤 애들은 새벽 내내 아우우거리며 울거나 작은 소리에도 크게 짖거나 체력이 좋은 일부 애들은 벽을 뛰어넘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여러 날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곳에 오는 대게의 사람들 또한 여느 보호소와 마찬가지로 작고 어린 강아지들과 가족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덩치 구역'에 있는 애들은 정말 장기 손님들 뿐이다.
"코코, 너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나? 글쎄. 네가 오기 몇 달쯤 전부터 있었을 거야."
"한 번도 누가 너를 만나러 오지 않았어?"
"맞아. 그치만 이유를 알고 있어. 난 특별하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딱히 나보다 나아 보이진 않는 걸."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내가 가끔 저기 옆으로 미는 문을 나가는 걸 봤지?"
"아, 그건 그랬지. 병원을 자주 다니는 거야? 어디가 아파?"
"무슨. 전혀 아프지 않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거야."
"특별한 임무?"
"우리 같이 가족이 버린 강아지들을 유기견이라고 한대. 사람들은 유기견이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어디가 아프거나 성격이 괴팍하거나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물은 적이 있다거나 심각하게 집 안을 어지럽히거나 등등. 여러 가지로 '버려진 이유가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편이야. 그래서 한 번 '버려진 개'들은 새로운 가족을 찾기가 어려워. 우리처럼 말이야."
"버려진 이유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그렇지? 당연해. 난 아픈 곳도 없고 성격도 좋은대다가 말도 잘 들어. 가구를 박살 낸 건 아주 어릴 때 이빨이 가려워서 그런 적이 있긴 하지만 흠흠. 예의 없게 짖는 일도 없지. 게다가 아직 늙지도 않았고 예쁘기도 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버려진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여기 있는 다른 애들도 그럴 테고."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하는 특별한 임무가 중요한 거야. 유기견을 소개하는 행사에 나가서 사람들이랑 인사를 나누는 거야. '보세요. 유기견이지만 아주 멋지고 착하답니다. 유기견은 문제가 있어서 버려진 강아지가 아닙니다.'라고 알리는 거지. 새 가족을 만난 강아지들은 내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걸."
"그러면 너는 앞으로 계속 그.. 유기견 인사만 하러 다니는 거야? 가족은 못 찾아?"
"아... 글쎄. 모르겠어. 사람들이 귀엽다고 나랑 같이 사진도 많이 찍고 가긴 하는데, 가족이 될 만한 사람은 아직 못 찾았나 봐."
"마냥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구나."
"그런가..."
코코는 지금 생활에 그럭저럭 만족하는 듯 보였다. 자기가 좋으면 잘 된 일이다. 만약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종종 바깥 구경을 나가 새로운 곳에 드라이브도 가보고, 특별 간식을 얻어먹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보다야 사랑하는 가족이 생기는 것이 백 배는 천 배는 좋겠지만...
"푸딩아, 손님이 오셨어. 나와보자."
'손님?'
직원을 따라 운동장으로 향했다. 분명 아침에 청소를 마친 터였다. 아직 오후 배변시간이 안 되었는데 다른 애들 두고 나만 운동장으로 나가다니.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지만, 나가서 시야나 한 번 더 하자는 생각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운동장 문을 넘어서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안녕? 네가 푸딩이구나."
'누구세요?'
"애가 사람을 좋아하고 착한 편이에요. 기본적인 훈련이 다 되어 있고요."
"기특하네요. 체격도 아주 멋지구나."
'그런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죠.'
"댁이 주택이라고 하셨죠?"
"맞습니다. 마당이 있어서 대형견이 뛰어노는데 전혀 지장이 없지요."
'오'
"아주 잘 됐네요. 최근에 건강검진도 했는데 이상 없었고요, 중성화도 센터에서 진행했고 지금은 다 회복되었어요. 크게 신경 써야 될 부분은 많지 않으실 거예요. 대형견 키워보신 적도 있다고 하셨고요."
"그럼요, 대형견 익숙하죠. 쟤보다 더 큰 애도 있었는걸요."
"몇 번 더 방문하셔서 강아지랑 친해진 다음 입양하셔도 괜찮습니다."
"별로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데려가도 될 것 같은데요?"
"오늘 당장은 규정상 어렵고요, 우선은 입양상담실로 가셔서 다음 방문에 가져오실 서류 안내 같은 것을 도와드릴게요."
"예, 그러시죠. 가시죠."
또 이런 상황이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눈앞에서 오가고 있다. 이 사람은 또 누구이며, 내가 이 사람에 대해 파악할 시간은 주지도 않고 데려가겠다니.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신중하게 킁킁거려서 파악한 바로는 이 아저씨에게서 강아지 냄새가 났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도 아니고 심지어 세 마리의 냄새다. 주택도 있고 대형견을 키운 경험도 있다고 하지만 어쩐지 썩 내키지 않는 첫인상이다. 그래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좋지 않겠지? 강아지를 버린 사람도 사실은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반대로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아저씨가 의외로 강아지를 절대 절대 버리지 않는 착한 사람일지도 모르는 거다.
"푸딩, 나가는 거야?"
"아직 모르겠어. 일단 오늘은 아니라는 것 같아."
"이런. 그래도 옆 방에서 몇 달이나 지냈는데, 하루아침에 가버리면 서운할 거야. 만나본 사람은 마음에 들어?"
"내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가 무슨 상관있겠어. 그 사람은 내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오늘 당장 데리고 가겠다는 걸 직원이 막았어. 솔직히 괜찮은 사람인지 나는 모르겠어. 강아지 냄새가 너무 많이 나. 난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 다른 강아지가 이미 살고 있나 보구나? 그건 참 불편하겠어. 나처럼 순한 성격이 아니라면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겠는 걸."
"그러게 말이야. 누구와 가족이 되고 싶은지 우리한테도 물어보면 정말 좋겠어."
"재밌는 생각이야. 하지만 아무도 그런 기회는 주지 않겠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옆 방 코코와 강아지들끼리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첫인상이 좋지 않은 아저씨가 가족이 되면 어떻게 될지 은은한 긴장과 약간의 기대가 함께 떠밀려왔다. 그리고 배고픔도 늦지 않게 또 왔다.
"밥 먹자, 얘들아."
'밥이다. 이때가 가장 신나.'
"코코, 맛있게 먹고. 푸딩."
'저 여기 잘 있습니다. 어서 주세요.'
"푸딩, 밥 여기 있어. 아쉬운 소식도 전해줘야겠어."
'우적우적. 밥이 모자란 것 같은데, 그게 아쉬운 소식일까요? 우적우적.'
"아까 푸딩이 만나러 왔던 분 말이야.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이미 대형견을 세 마리나 키우고 계셨지 뭐야."
'알고 있었어요. 우적우적.'
"대형견 한 마리가 있어도 합사가 가능할지 시간을 가지고 봐야 하는데, 하물며 세 마리는 과해. 푸딩이까지 가면 큰 개가 네 마리나 되는데 그 정도면 너를 잘 돌봐주기 어려울 거라는 게 우리들 판단이야."
'뭐, 그 집에서도 맛있는 밥만 잘 나온다면 안 될 것도 아니긴 하지만 괜찮아요. 우적우적.'
"그치만 입양공고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던 거니까 다음번에는 더 괜찮은 가족이 찾아올 거야. 희망을 가져."
오히려 잘 됐다. 내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면 사실 아까부터 딱 잘라 '새 가족으로 탈락'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곳 센터가 아주 못 살 곳도 아니고, 직원들도 나쁘지 않다. 굳이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 당장이라도 아무 집에나 가족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옆 방 코코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고, 옆 방이 아니더라도 운동장에서 가끔씩 만나는 애들조차 참아줄 만하다. 섣불리 가족이라고 했다가 금방 버리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바에야 여기서 지내는 것이 덜 상처일 것 같다...
그렇게 수많은 밤이 지났다. 거의 매일 새로운 봉사자들을 구경하고, 나를 보고 싶어 왔다는 사람들도 몇 번 만났다. 나를 직접 만나자마자 사진과 다르다며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예쁘다고 잔뜩 말했으면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작고 어린 푸들이나 비숑 같은 애들은 정말 빠르게 새 가족을 찾아갔다. 나도 만만치 않은 곱슬을 가지고 있는데 왜? 덩치들 중에서는 비교적 어린 보더콜리나 골든리트리버들이 그나마 센터에 오래 머물지 않는 애들이었다. 똑똑하기로는 나도 지지 않는데 어째서? 사실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나이가 많다는 걸. 강아지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고 했다. 7살인 사람은 어린 아이이지만, 7살인 덩치 강아지는 할머니의 나이에 들어선 거라고 했다. 사람들은 늙고 병들어 곧 죽게 될 덩치 큰 강아지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철문 안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푹푹 찌던 여름이 끝나가고 선선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감돌기 시작했다.
"안녕, 푸딩아. 잘 잤어? 똑똑하고 예쁜 우리 푸딩이에게 새로운 소식이야. 앞으로 한동안 교육견으로 지내게 될 거야. 코코가 선배니까 잘 알려줘. 즐거운 추억이 될 거야."
'교육견...?'
"오! 환영해. 너도 결국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되었구나.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