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모델의 차가운 방

by 푸하퐁

길쭉한 팔다리, 멋진 웨이브, 초롱초롱한 눈과 진한 콧망울.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밥을 먹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목욕시키고 털을 예쁘게 깎는다. 내 코에는 고약하지만 사람들은 향기롭다고 말하는 것도 칙칙 뿌린다. 손이 빠른 미용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단장을 마치는 이런 날은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날인 것이다. 여름이 시작될 때 입양센터에 왔는데, 가을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교육견이 된 나였다. 이곳에서 나는 거의 뭐랄까. 머스터드... 마스터... 아니, 마스코트라고 불린다.


"오늘도 아주 예쁘네. 외출 잘 다녀오렴."

'응원 고맙습니다. 다음부터 목욕은 빼주세요.'

"푸딩이까지 완료네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커다랗고 하얀 차 안에는 크기가 다른 몇 개의 켄넬이 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외출을 하는 날에는 대부분 나 말고도 다른 강아지들 몇몇이 함께 간다. 평소에 만날 일이 없는 작은 애들이라 딱히 친하지는 않다. 친하기는커녕 작은 애들은 이유 없이 큰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편이다.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차가 도착한 곳은 어둑한 지하주차장이었다.


'오늘 가는 곳은 어떤 곳이지? 맛있는 게 많은 곳이면 좋겠어.'


넓적한 카트 위에 켄넬 통째로 실려 이동하는데, 나는 늘 가장 큰 강아지이기 때문에 제일 아래에 깔린다. 작은 애들의 켄넬이 내 머리 위에 켜켜이 쌓이는 것이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더욱이나 작은 애들이란 대부분 앵앵거리거나 낑낑거리니까 말이다. 이런 애들과 내가 같은 특별 임무반이 됐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듯하다. 언짢은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띵동 하며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소란함이 몰려왔다.


'와... 이게 다 무슨 일이람.'


끝도 안 보이게 높은 유리창에는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있었고, 와글와글 웅성대며 걸어 다니는 많은 사람들, 내 몸에서 나는 것과 비슷한 불쾌한 화장품 냄새들, 그리고 그 사이에 파고드는 맛있는 음식 냄새들. 아주 흥미로운 곳이다. 음식 냄새가 말이다.


'이건 치킨 냄새? 잠깐만, 이건 돼지고기 튀김이야. 엇, 과일 파는 곳도 있나 봐.'

"자 도착이다. 오늘 행사는 별마당이야. 사람들이 참 많지? 여기서 우리 유기견 친구들이 얼마나 괜찮은 친구들인지 멋지게 보여주자꾸나."

'멋진 보상을 약속하신다면 멋지게 보여드리죠.'


"와, 엄마 여기 봐. 얘네들 좀 봐. 엄청 귀여워."

"정말 그러네. 가서 인사해 볼까?"

"안녕? 강아지 키워본 적이 있니?"

"저는 도마뱀을 키우고 있어요!"

"오! 멋진 동물을 기르고 있구나. 여기 나온 친구들은 유기견들이란다. 가족을 찾고 있는 강아지들이지."

"가족을 찾아요? 가족이 없어요?"

"저런, 가엾어라."

"가엾지 않아요. 이제부터 가족을 만나면 되거든요. 사람들은 대게 버려진 강아지들, 유기견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아무래도... 아프거나 사납거나 그런 애들을 많이 본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아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모든 유기견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족이 있는 가정견들도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꽤나 많죠. 길을 가다가 산책하는 강아지가 사납게 짖는 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희 동네에도 그런 애들이 많아요. 덩치는 쪼끄만 것들이 어찌나 사람이건 강아지건 보기만 하면 짖어대는지..."

"그렇죠. 모든 가정견이 순한 건 아닌 것처럼 모든 유기견이 문제가 있진 않아요. 다들 같은 강아지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들은 생각보다 사소한 습관과 훈련으로 교정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요. 더욱이 저희 입양센터에서는 건강검진도 꼼꼼하게 해서 입양 전에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려드린답니다."

"오... 입양 후에 생각지도 못한 병이나 문제행동이 드러나서 곤란해지는 걱정은 확실히 덜겠네요."

"그렇죠! 저희가 그래서 오늘 센터에서 지내는 친구들이랑 함께 나왔어요. 이렇게나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정말 많답니다."

"혹시 오늘 저희가 얘들이랑 인사하려면 입양을... 해야 되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모든 입양은 갑작스럽게 진행하지 않고요, 오늘은 그저 유기견들도 똑같이 사랑받을 준비가 된 강아지들이라는 것을 알려드리는 자리예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강아지들과 인사하시면 됩니다."


나는 구경 온 사람들과 센터 직원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점잖게 직원 다리 옆에 붙어 앉아있었다. 이것이 낯선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가장 좋은 자세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홍보를 위한 자리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간에 널찍하게 만들어졌다. 밥을 먹으러 가려던 사람, 밥을 먹고 구경 다니던 사람들이 난데없이 공간을 장악하고 꼬리를 흔들고 폴짝대며 가족을 찾는 강아지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나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가뜩이나 구경할 것이 많은 곳에서 제 갈 길이 바쁜 사람들을 멈춰 세우기에는 나처럼 크고 예쁜데 의젓하기까지 한 강아지만 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두둥'하고 있는 게 어쩐지 어색한 나란 존재에게 눈길을 주고, 멋진 외모에 이끌려 발길을 옮기고, 나와 사진을 찍고 간식을 몇 개 주고, 작은 강아지들과 인사하러 간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머스타... 아니 마스코트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나의 사진을 찍어서 나보다 더 큰 크기의 간판도 만들어 세웠다. 앉아서 한 손을 들고 있는 내 간판 앞에서 사람들은 내 손에 자기 손을 맞추며 기념사진을 찍고 갔다. 가족을 찾는 꼬물꼬물 강아지들과 짧지만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손에는 안내문을 쥔 채로 다시 갈 길을 향해 갔다.


"푸딩, 오늘 간 곳은 어땠어?"

"지금까지 갔던 곳 중에 가장 크더라. 사람들도 정말 많았어."

"이제 겨울이야. 춥진 않았어?"

"다행히 실내였어. 요즘 같은 날씨에 몇 시간이고 밖에 있어야 한다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을 걸."

"글쎄. 난 아직 어려서 괜찮지! 그래도 재밌었겠다. 나는 다음번에 나가려나."

"재미는 별로 없지. 너도 잘 알잖아."


코코와 내가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관심을 끄는 덩치의 역할은 한 번에 한 마리 정도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센터에서 홍보용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 정도만 같이 활동한다. 얼마 전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만든 거대한 트리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걸 누구에게 보여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보여준 적은 없다. 이렇게 한 달에 한두 번쯤 특별 임무를 수행하러 나갈 때를 제외하면 그냥 유기견이든 교육견이든 철문이 달린 좁은 방에 있어야 하는 건 다르지 않다. 거기다 추운 계절이 되면서부터는 홍보를 위한 행사 같은 것도 많이 줄어든 눈치이다. 지난번 임무가 끝난 뒤 한동안 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구불구불한 털들은 벌써 북실하게 쪄서 겨울 대비를 하고 있었다. 나의 활약으로 유기견에 대한 생각이 좋아져서 가족을 찾게 된 녀석들은 나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자그마한 간식이라도 하나씩 주고 가면 좋을 텐데.


"푸딩아. 잠깐 나와보자."

'응? 오늘은 임무가 상당히 늦게 시작되네요. 조금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인데.'


평소와 다른 시간대의 호출을 받고 직원을 따라 운동장에 나왔는데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배변 시간도 아니고, 산책 시간도 아닌데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몇 발자국 앞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았다.


'보자, 어른이랑 아이 한 명씩.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인가?'

"푸딩아!"


아이가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보통 강아지들이라면 이런 모습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용감한 강아지이기 때문에 피하진 않았다. 다만 고개를 좀 돌렸을 뿐.


"푸딩아! 잘 있었어? 언니가 엄청 보고 싶었어!"

'언니?'

"아픈 데는 없어? 밥은 잘 먹고 있어? 푸딩이 행사에 다닌다며?"

'잠깐만. 질문은 하나씩이요. 대답해도 못 듣겠지만요. 가만...'


어쩐지 냄새가 낯이 익었다. 잠시 후 약간 진정한 아이가 내 곁에서 얼굴이 보일 정도로 떨어지자 이 사람들이 누군지 생각났다. 가족이 되어준다고 하더니 하룻밤만에 보호소로 다시 돌려놓았던 가족... 이 될 뻔했던 악당이다! 그런데 여긴 갑자기 왜 나타난 거지? 잠깐만, 그런데 꼬리가 나도 모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푸딩, 잘 지냈어? 살 좀 붙었어? 여전히 예쁘네."


아주머니가 내 볼을 양손으로 부비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아주머니 눈가가 빨갛고 촉촉하게 보이는 건 이 날 따라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나 싶다. 가끔 잠이 들기 전, 푸른 달빛 아래에서 어딘가 쓸쓸함을 느낄 때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를 버렸던 사람들을 혹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를 낼지, 따져 물을 지, 나를 고생시킨 복수로 아예 확 물어버릴지 등을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내 잠들기 일쑤였다. 그리고 상상 속에 있던 모습이 눈앞에 일어난 그 순간, 나는 그저 꼬리를 흔들며 헤벌쭉 웃고 있는 강아지였다. 아무래도... 조금은 그리웠나 보다. 나를 버린 사람이라도, 너무 짧은 순간이었어도 가족이… 보고 싶었나 보다.


"아주머니, 왜 이제 오셨어요? 혹시 오늘은 저를 다시 데리고 가는 거... 맞죠?"

"오와! 엄청 크다! 엄청 커! 하퐁이가 본 강아지 중에 제일 큰 거 같아!"


응? 이게 무슨 일이람. 처음 듣는 목소리에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낯익은 사람들 사이로 낯선 냄새가 난다는 걸 눈치챘고,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거기에는 내 발바닥으로 가려질만한 정말 정말 작은 하얀 솜뭉치가 있었다.


"안녕? 안녕? 나는 하퐁이야! 나는 태어난 지 5개월이래! 근데 5개월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헤헷. 너는 이름이 뭐야?"

"잠깐, 조용. 너무 소란스러우니까 입 좀 다물어, 꼬마야. 5개월? 완전 갓난아기잖아."


사실 나도 5개월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모르지만, 일단 아는 척을 했다. 어차피 눈앞의 솜뭉치는 한눈에 봐도 견생 경험이 거의 없는 새끼 강아지라서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진실을 모를 것이다. 예를 들어 네가 먹는 사료는 토끼똥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한들 말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왜 여기 있지? 새로 들어온 유기견인가? 이런 작은 새끼 강아지라면 데려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금방 서겠구나 싶었다.


"넌 여기 왜 있어? 네 방에 가 있어야지."

"엄마랑 언니 따라서 놀러 왔어. 오늘 예쁜 언니랑 만날 거라고 했어. 근데 예쁜 언니는 아직 안 왔나 봐! 이게 우리 엄마야!"


솜뭉치는 아주머니 다리 옆에 찰싹 붙어 말했다. 우리 엄마라고? 왜? 지난번에 아주머니네 집에서 잤을 때 나 말고 다른 강아지는 없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라는 건 무슨 말일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푸딩아, 얘는 하퐁이라고 해. 작지? 아직 아기 강아지야. 인사시켜 주려고 데리고 왔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얘가 정말 아주머니네 강아지라고요?'

"푸딩이는 잘 지내고 있었나 봐요. 관리를 정말 잘해주셨는지, 처음 봤을 때부터 살도 잘 찌고, 복슬복슬해졌네요."

"네, 이 친구가 식욕이 좋아서 오히려 너무 많이 찌지 않게 관리해야 될 정도예요. 하하. 작은 강아지를 키우신다고요? 그게 이 강아지군요. 푸딩이가 딱히 공격성이 심한 친구는 아닌데, 그렇다고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더라고요. 놀아줄 때는 잘 놀아주지만 너무 까불면 싫은 티도 내요. 얼마 전에는 다른 대형견이랑 시비가 붙어서 다리에 상처가 났었어요. 상대 강아지가 사회성이 많이 없는 아이이긴 했어요."

"아... 그래도 먼저 시비를 거는 공격성이 없다면... 괜찮으시다면 이렇게 가끔 와서 푸딩이랑 하퐁이 인사를 시켜도 괜찮을까요? 물론 올 때마다 청소든 산책이든 봉사를 할게요."

"봉사를 꼭 안 하시더라도 요청하시면 보여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푸딩이가 입양을 가기 전까지만 가능하고요. 그런데 작은 아이가 작아도 너무 작아서 다칠까 봐 걱정되네요. 보시다시피 아기가 두 발로 있는 힘껏 일어서도 푸딩이 어깨까지도 안 닿거든요. 저렇게 체급차이가 나면 놀다가도 자칫 크게 다칠 수 있어요."

"그런 점은 숙지하고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지켜주고..."

"직원이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팀에서 회의를 해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솜뭉치 말대로 아주머니네 가족이 맞는 모양이었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거 봐. 맞지? 하퐁이 엄마야. 하퐁이 이름도 엄마가 지어줬어. 근데 너는 이름이 뭐야?"

"너보다 비교도 안되게 오래 살았어. 너라고 하지 마. 푸딩이야."

"오, 푸딩! 푸딩은 뭐야? 누가 지어줬어?"

"... 알 거 없어."

"푸딩, 같이 놀자. 나는 여기 처음인데 아주 멋져. 흙밭에서 뛰뛰라니! 최고야!"

"흥... 그렇게 좋으면 너나 여기서 살아."

"푸딩! 푸딩은 여기 살아? 우와, 좋겠다. 멋져! 푸딩은 맨날 맨날 뛰뛰할 수 있구나! 나는 줄매고 산책가야한대. 엄청 빨리 뛸 수 있는데 언니가 못 따라와! 우리 언니는 잘 넘어져. 헤헷."

"줄 산책이라니... 배부른 녀석이군."

"푸딩, 근데 여기 예쁜 언니도 살아? 하퐁이보다 예쁘기는 힘들겠지만, 엄마가 인사시켜 준다고 했으니까. 근데 언니가 약속을 안 지키나 봐."

"야, 꼬마야. 아마도 그 언니라는 건"

"오! 알아?"

"나야."

"헤헤헷. 푸딩, 완전 웃겨. 재밌는 덩치야!"

"이 녀석이 정말..."

"다음에 예쁜 언니가 얼마나 예뻤는지 푸딩한테도 알려줄게. 오늘은 나랑 뛰뛰할래?"

"저리 가. 귀찮아."

"푸딩! 뛰뛰하자. 흙밭에서 뛰뛰 안 하는 건 나쁜 강아지야. 뛰뛰! 뛰뛰! 내가 먼저 뛸게!"


정신없는 꼬맹이다. 녀석은 쉬지 않고 말을 걸고 놀자고 보챘다. 나는 내심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아주머니는 직원과 이야기하느라 한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슬쩍슬쩍 내가 먼저 다가가면 두 팔 벌려 쓰다듬고 안아주긴 했지만 말이다. 대신 아주머니의 딸인 라하와 이 작은 솜뭉치가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덩치들이 모인 곳에 있다가 오랜만에 이런 발바닥 만한 새끼 강아지를 보니 어쩐지 신기한 기분마저 들었다. 뛰어놀 마음은 전혀, 조금도, 절대 없었지만 자꾸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라하와 솜뭉치를 보다가 나도 어느샌가 같이 뛰기 시작했다.


"푸딩! 이리 와! 언니한테 와! 푸딩!"

"나 잡아봐라. 쇽쇽, 하퐁이 엄청 빠르지? 대단하지?"


아주머니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직원과 대화하면서도 고라니 떼처럼 뛰어다니는 나와 라하, 솜뭉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나름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만큼은.


"자, 푸딩. 이제 들어가자."

"푸딩아,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올게. 봉사도 자주 오고, 그래서 더 많이 만나러 올게.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알겠지?"

"힝... 푸딩아..."


짧은 만남과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직원은 나를 다시 철문으로 안내했다. 솜뭉치는 가족들을 따라 옆으로 미는 문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다시 생각해보고 있을 때 코코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오, 새로운 가족 후보야?"

"아니. 전혀."

"너 보려고 온 사람들 아니야?"

"맞아. 그런데 가족 후보는 아니야."

"왜 아니야. 보고 싶어서 왔으면 가족 후보인 거지."

"나를 버린 사람들이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버린 사람들이 너를 보러 왔다고?"

"사연이 있어. 별로 말하고 싶진 않아."

"그렇구나. 궁금하지만 여기 다 사연 있는 강아지들 뿐이니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알지. 더 묻지 않을게."

"고마워, 코코."


이 날도 철문 안으로 밤하늘의 빛이 들어왔다. 입양센터는 온도를 맞춰주기 위해 하루 종일 에어컨도, 난방도 틀어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은 여전히 차갑다. 희망을 가득 품은 색, 따뜻한 노란색 빛이 밤하늘에서 아무리 매일 밤 쏟아진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푸르게 얼어가는 내 마음 같다.

나는 두 번이나 버려졌지만 유기견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입양센터에서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특별히 더 반짝이는 강아지이다. 직원들도, 봉사자들도, 홍보행사에서 만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모두 나를 칭찬한다. 하지만 칭찬은 항상 그때뿐이다. 쓰다듬고, 간식을 주고, 칭찬을 하고, 사진도 찍지만 결국 매일 밤 내가 잠들어야 하는 곳은 철문 안의 차갑고 좁은 방인 것이다. 어차피 버려질 거라면, 어차피 상처받을 거라면 화려한 모델견의 생활도 나쁜 것만은 아니란 걸 안다. 이곳에서도 산책이라고는 배변산책 정도밖에 못하거나 심지어는 쓰레기장 같은 보호소에서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불안에 떨어야 하는 강아지들에 비하면 나 역시 배부른 강아지일지도 모른다. 줄산책이 답답하다던 아까 그 솜뭉치처럼. 그 솜뭉치처럼... 나도 아주머니와 라하를 따라 옆으로 미는 문을 넘어 집으로 갈 수 있다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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