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을 했다

페루에서의 스페인어 수업기

by 세렌뽕구
그 외국인이 우리를 가르치겠대!
¡Esa extranjera va a enseñarnos!

페루에 온 지 약 3개월. 약속됐던 나의 첫 수업 날이 왔다. 한국에서 온 내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컴퓨터 수업을 한다는 소식은 동네 여기저기 소문이 났다. 가뜩이나 희귀한 외국인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보기 힘든 동양인인 내가 무엇인가를 가르치겠다고 하니 궁금했는지 온 동네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교문에 몰려와 나의 출근길을 구경한다. (그리고 이 광경은 내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뭐 어쨌든 나는 오늘을 위해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피티와 대본을 만들었다. 컴퓨터를 가르치러 왔는데 막상 PC 사양이 별로였기 때문에 실습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교 입학 후 처음 배웠던 컴퓨터학 개론에 기반하여 짧지만 기본이 되는 하드웨어 구성부터 설명하자는 생각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너무 긴장이 됐다.



혹시나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지? 나에 대한 기대가 큰 분들인데 막상 내 피티가 너무 조잡스럽고 맞춤법에 맞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을까? 질문을 잘 못 알아들을 텐데 어쩌나?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을 안고 첫 수업을 시작했다. 내가 준비한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피티도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썼다.



“이 수업의 대상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언제 모일까요? 매주 금요일이에요!”


“어디가 모일까요? 여기서 만나요!”


컴퓨터는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PC 구입 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다음 앞으로 이 학교에서 내가 무엇을 할 거고 여러분들과 같이 컴퓨터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부족하기 그지없는 내 첫 수업을 선생님들은 끈기 있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들어줬다. 수업이 끝나자 준비한 내게 박수를 쳐줬고 지금은 좀 부족하지만 앞으로 스페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괜찮다는 독려도 해줬다. 각자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해주고 웃고 떠들며 한바탕 시끌벅적했던 수업이 끝났다. 참 감사하고 다행스러웠다.



엉망징창 서툴기 그지없기는 했지만 한 걸음 내디뎠다는 점과 진심을 전달했던 첫 날로 무척 뿌듯했다. 내가 가진 것으로 작은 걸음이지만 1mm라도 한 발자국 나가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초심을 항상 기억하며 이곳 리마에서 남은 시간을 잘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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