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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텃밭과의 첫 대면

주말농장 1일 차, 나의 로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by 세렌뽕구


드디어 주말농장이 시작되었다.

‘자연 속에서 내가 직접 키운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로망에서 시작된 텃밭 농사를 진짜로 실현하게 된 것이다! ​


첫날은 특히 할 일이 많았다. 분양받은 텃밭 구획을 확인한 다음 비료를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게 오늘의 목표!



어찌나 설레던지 텃밭이 시작되는 날

일어나자마자 농장에 가고 싶어 남편을 깨웠다.

“여보, 일어나~ 얼른 우리 밭에 가보자~!”


오전에 비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직 비도 내리지 않고 선선해서 작업하기 딱 좋을 것 같아 모자만 눌러쓰고 서둘러 농장에 갔다.




텃밭과의 첫 대면


우리의 첫 텃밭


농장에 도착한 다음 일단 사무실에 방문해서 올해 우리가 가꿀 텃밭 자리를 확인했다.

겨울이 지난 지 얼마 안 돼서 아무것도 심어지지 않은 황량한 흙 밭이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일굴 공간이라고 하니 신이 났다. ​


오늘을 위해 긴 겨울 동안 농사와 관련된 책들도 읽어보고 tvn 예능 콩콩팥팥도 여러 번 보며 머릿속으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했었다. 드디어 내 생각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당장 뭐든 심고 싶었지만 순서가 있었다. 바로 텃밭을 다지는 작업부터 해야 하는 것!



일단 비료를 뿌려주면 작물들이 잘 자란다고 해서 농장에서 파는 비료를 샀다. 그리고 우리 밭에 살살 뿌려줬다.

남편이 비료를 뿌리는 동안, 나는 농장에 구비된 삽으로 흙과 비료를 섞어줬다. 4~5평 남짓의 작은 땅인데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


그런데 한편으론 흙냄새 때문인지 앞으로의 기대감 때문인지 좋았다. 몸을 쓰는 동안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잡념들이 없어져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비료와 흙이 어느 정도 섞였다 싶었을 때 땅을 평탄화시키는 작업을 해줬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작물이 심어질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 땅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흙이 부드러워야 식물들도 땅을 뚫고 올라올 수 있다.​


바람이 엄청 불어서 고생 좀 했던 비닐 작업.


흙이 어느 정도 평평해졌다고 판단한 우린 밭에 비닐을 덮어주기로 했다. 비닐은 농장에서 파는 친환경 비닐을 구매했다.


비닐을 씌우면 잡초와 새들로부터 보호하기도 좋고 땅이 촉촉하게 유지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완성하니 뿌듯했다.




감자 하나에도 많은 정성과 수고가 들어간다니!


작업을 하면서 정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을 때 더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헸다.


씨를 뿌리고 감자를 심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는 건데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비 오기 전이라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데도 땀이 뻘뻘 났다.


그런데 ​첫 삽을 뜨던 순간의 기분은 평생 생각날 거 같다. 부드러운 흙을 퍼올리던 촉감, 선선하게 불던 바람, ​밭과 머리 위로 흩날리던 벚꽃들, 산을 뒤로하고 걸어오던 남편의 모습 그리고 바람 사이로 느껴지던 흙냄새까지도 너무나 생생하다.

앞으로 우리 텃밭은 어떻게 변할까?

주말농장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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