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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나의 첫 번째 작물 감자

땅의 따스한 온기가 감자를 품고 싹을 틔워냈다.

by 세렌뽕구
봄에 처음 심는 것 중에 감자가 있다. 아직 춥지만 땅의 따스한 온기는 감자 싹을 품어 틔워낸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중>


텃밭에 맨 먼저 감자를 심었다.

봄감자는 시기를 꼭 맞춰 심어야 한다고 해서다.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에 하면 된다고 해서

주말농장 시작일에 맞춰 씨감자 6개를 준비했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추웠다. 그것도 엄청.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대 콧물이 훌쩍훌쩍 나왔다. 아직은 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였다.


감자도 농사도 처음인 우리 부부는 ‘정말 지금 심어도 되나?’하는 염려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잘 자라주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 반을 담아 마주 앉아 준비한 씨감자를 심었다.




감자를 심는 방법은 단순하다.


간격을 25cm 정도로 벌리고 깊이는 15cm 정도로 파서 안에 감자를 넣고 흙을 덮어주면 끝!


다만 싹이 어느 쪽을 바라보게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6개의 감자싹을 각기 다른 방향을 보게 해서 넣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농장에 가니 남편이 작업했던 땅 위를 가르고 뭔가가 삐죽 나와있었다.


감자가 초면인 우리는 뿌리가 나온 건지 본체가 실수로 튀어나온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나머지 다섯 개의 감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이것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또 기다려야 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감자들이 심긴 건조한 땅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일이었다.




‘까마귀가 다 파먹은 거는 아닐까?‘하며

기다린 지 또 일주일.


파 먹혔어도 너무 속상 해하지 말자고 서로 위로하며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텃밭에 갔다.



남편은 도착하자마자 본인이 심은 감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기쁨에 들떠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여보, 감자에 줄기랑 잎이 생겼어.

이거 잡초 아니지? 새한테 안 먹히고 싹을 틔웠어! “



진짜였다. 춥다고 걱정했는데 땅의 온기는 감자를 품고 싹을 틔워냈다.


나머지 감자들도 느리지만 땅을 가르고 줄기를 올리며 푸릇푸릇해지고 있었다.


연휴 동안 우리는 매일 아침 텃밭에 갔다.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는 감자를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좀 더 심을걸 그랬다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추위 속에서도 땅의 온기에 기대서 시간을 거쳐 나온 작물이라고 생각하니 더 귀하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감자 수확은 6월에 할 수 있다고 한다.

땅속의 감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있을까?


감자 덕분에 매주 주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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