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의 언어 공부 방법
Buenos días.
(좋은 아침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들리는 소리는 스페인어뿐이다. 영어는 만국 공통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이 곳에서는 영어가 무용지물이다. 함께 사는 홈스테이 가족들을 포함해 마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할 줄 몰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장 하나를 내뱉는 것도 어렵다. 쉽게 늘지 않는 스페인어 때문에 늘 조급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최대한 빨리 이 언어를 습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현지 적응 교육이 끝나자마자 외국인들을 위한 스페인어 학원에 등록했다. 페루 현지인 강사가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곳이다. 접수 후 간단한 레벨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10단계의 기초 반 중 5단계로 배정받았다. 다행히 기초반 중 중간 단계이고 매달 시험을 통해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하니 분발해야겠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서니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있다. 앞으로 한 달간 같이 공부하게 된 외국인 친구들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중국, 브라질 등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페루에 왔다고 한다. 페루에서 만났지만 한국에서만 살았던 내게 다른 외형을 가진 그들이 외국인처럼 느껴졌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페루까지 와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려고 학원을 찾았다는 점이 신기했다.
( 여담이지만 쉬는 시간에 우리끼리 있을 때는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같은 언어권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그 나라 언어 혹은 영어를 많이 사용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영어로 정말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수업은 하루에 두 시간씩 회화와 독해 위주로 이루어지며 스페인어로만 진행된다. 처음엔 어색했던 반 친구들과도 점점 친해져 주말에 틈틈이 만나 서로의 집에 초대를 하는 사이까지 발전되었다.
단어는 아는 만큼 들린다.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 언어 능력이 향상되려나 했는데 단어를 모르니 역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단어를 외우기 위해 현지 서점에서 스페인어 사전 두 개를 구매했다. 한 권은 우리나라의 국어사전과 비슷한 느낌이라면 다른 한 권은 비슷한 뜻과 반대말이 적혀있다.
뜻을 잘 모르면 반대말이 적힌 사전을 찾아서 단어를 익혔는데 단어 공부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비슷한 말도 함께 적혀 있어 할 줄 아는 언어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늘 사전을 끼고 다니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도 있었는데 어떤 날은 버스에서 정신없이 단어를 외우는 날 보던 현지인이 내게 “Ánimo!”(아니모, 힘내)라고 독려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해서는 내가 문법과 문맥에 맞게 말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대개 외국인인 나를 배려하여 단어나 문법을 틀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은 현지인 친구 싼도르의 도움으로 많이 해소가 되었다. 그는 페루 입국 후 한 달 동안의 현지 훈련 때 만난 선생님이다. 스페인어 사전을 들고 다니며 더듬더듬 말하는 내 엉터리 스페인어를 참을성 있게 똑바로 말할 때까지 반복해서 고쳐줬다.
이렇게 스페인어 습득을 위해 노력한 지 6개월. 점점 귀에 들리는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의 생존력이 올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