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의 페루 살이 시작
¡Hola! Bienvenida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지구 반대편 남반구에 위치한 페루까지는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고작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인사말 Hola!(올라)와 내 이름을 소개하는 정도였지만 봉사 단원의 신분으로 2년 동안 페루 사람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게 되었다는 설렘과 열정으로 시작된 도전이었다.
현지에서의 한 달 간의 적응 교육 중 OJT로 앞으로 내가 근무하게 될 리마의 동쪽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방문하는 날이다. 홈스테이 집에서 학교까지 이동하던 길. 흙먼지가 날리는 공터 뒤로 지붕을 뚫고 철근이 튀어나온 집들과 회색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알록달록 화려한 원색으로 채색되는 건물들로 가득한 풍경들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학교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된다. 한국에서 온 봉사 단원의 신분으로 파견 근무지에 처음 방문하는 자리인데 현지어인 스페인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니 엄청 떨리고 걱정스러웠다. '인사만 할 줄 아는 내가 정말 이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처음이니 조용히 슬쩍 인사만 하고 나와야겠다.' 라며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더니 태극기와 페루 국기를 손에 쥔 학생들이 큰 함성과 함께 열렬하게 환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Hola! Bienvenida.(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엄청난 환대 속에서 나는 전교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연습했던 "Hola, Mucho Gusto." (올라 무초 구스또) 라며 인사를 하고 앞으로 내가 수업하게 될 컴퓨터 실습실에 방문을 했다. 환영식이 끝나고 수업에 참관을 해보니 한 대의 컴퓨터에 두 세 명씩 옹기종기 붙어 앉아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두꺼운 모니터와 Windows 98가 설치된 컴퓨터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과거로 떠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동양인이 거의 없는 이 곳에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 꼬레아(Corea)라는 곳에서 왔으니 학생들과 선생님들 역시 내가 생소한 것은 매한가지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우르르 몰려와 쉬지 않고 질문을 하는데 거의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보며 모두들 놀라워했고 일부 학생들은 창문에 매달려 까치발을 하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 성대한 환대와 관심에 연예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든다.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홈스테이로 복귀하는 길. 풍경은 동일했지만 길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왔을 때와는 조금 다르다. 성대한 환대와 기대만큼 내가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앞으로 2년간 이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어깨가 부쩍 무거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스페인어 공부가 절실하다는 점을 깊이 체감했던 하루였다. 당연하지만 일단 말을 할 줄 알고 들을 줄 알아야 소통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나는 다시 스페인어 책과 단어장을 챙기고 간절한 마음으로 언어 공부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아, 약속한 2년 간의 페루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