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첫 홈스테이
¡Cuídate!
(꾸이다떼! 조심해!)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간다. 페루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코이카 사무소 직원들과의 첫인사와 일정 소개 그리고 홈스테이 마마들과의 식사였다.
앞으로 현지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나와 함께 한국에서 온 단원들은 사무실에서 미리 컨텍한 마마들 집에서 두 달 동안 하숙을 하게 된다. 마마는 긴장 탓에 몸이 굳은 나를 힘껏 안으며 내 볼 가까이로 입을 데고 가볍게 쪽 하는 소리를 냈다. 페루의 인사인 Beso(뽀뽀)에 대해 익히 들었지만 직접 경험하니 신선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페루에 도착하고 딱 처음으로 문화 차이를 느낀 순간이었다.
이렇게 첫인사를 마치고 마마와 함께 서먹서먹하게 홈스테이 집으로 왔다. 중간에 통역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생각에 막막함과 긴장으로 얼어붙은 나를 데리고 마마는 집과 동네에 대해 안내해줬다. 그동안 한국인들을 여럿 홈스테이를 해봤다며 마마는 스페인어를 못하는 날 위해 침착하게 손짓과 사진을 활용하여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정말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니 단어들을 나열해주는 식이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마마에게 두 명의 딸이 있고 벤지(Venji)라는 강아지가 함께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 강아지가 얼마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 벤지의 무덤 위에 나무를 심었다는 등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곳에서 2달 동안 살면서 마마가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스페인어 학원에서 페루의 문화와 언어를 배울 텐데 부디 내 언어 능력이 어서 빨리 발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홈스테이 마마와 함께 마트를 가기로 했다. 페루의 마트는 어떨까? 기대에 찬 내게 마마는 리마는 소매치기가 많아서 손목에 찬 시계를 절대 밖으로 보이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를 한다. 페루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뚜렷한 외국인이라서 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내내 Cuídate(조심해!)를 쉼 없이 반복했다. “에이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마마와 밖으로 나오니 정말 현지인들이 길을 지나가다 멈춰 서서 나를 한 번씩 쳐다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한 마디씩 한다. Chinita! (중국인이다!)
페루의 대형마트는 한국의 마트와 비슷한데 그중에서 가장 시선이 간 것은 식거리와 “빵"이었다. 빵은 스페인어로도 Pan(빵)이라고 한다. 진열대에 있는 빵들이 마치 야채들 같이 전시되어 있다. 먹음직스러운 빵들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에 마마는 비닐봉지에 빵을 한가득 담으며 내일 나와 가족들의 아침 식사로 먹을 음식이라고 설명해줬다.
페루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커피나 주스를 곁들인 빵을 먹는다. 빵 위에 버터와 잼을 발라먹고 진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나오면 하루 일과가 시작이 된다. 빵을 좋아하는 나는 매일 아침이 가장 기다려졌다.
그런데 그 외에도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광경도 있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엄마들 뒤에 꼭 일행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짐을 한 가득 들고 따라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페루는 아직 계급 문화가 잔재하고 있어 일하는 사람은 주인집의 모든 집을 담당하고 식탁에서 합석할 수 없고 옥상의 판잣집에서 씻고 잠을 자며 생활을 한다. 나중에 마트를 다녀와서 한국인 동료들에게 이야기하자 B 언니 역시 일하는 가정부와 같이 딸기를 먹다가 주인집에서 호되게 혼이 났다는 일화를 이야기해줬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살아야 하는 곳이니 핸드폰과 계좌를 개통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 사무소 직원과 함께 은행과 통신사 매장에 갔다. 페루에는 여러 통신사가 있지만 특히 Claro(끌라로)와 Movistar(무비스타)가 제일 대중적인 것 같다. 그중에서 우리는 Claro(끌라로)에 방문하여 핸드폰을 개통하며 여기저기를 구경했는데 우리 한국 핸드폰들이 보여서 굉장히 뿌듯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핸드폰 개통을 하고 나서 우리는 함께 은행에 갔다. 앞으로 우리 단원들은 BCP라는 은행 계좌를 통해 생활비로 달러를 입금받는다.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달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페루의 화폐인 Sol(솔)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좌로 돈을 입금받으면 다시 필요한 돈을 출금하여 환율이 가장 높은 환전소를 찾아 환전하여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Falso(빨소)라는 가짜 지폐가 많으니 꼭 공중에 지폐를 비춰서 진짜 지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고 큰돈을 한 번에 환전하다가는 잘못하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적은 돈을 여러 환전소에서 여러 날들을 거쳐서 환전하는 것이 낫다. 바라보는 눈이 많으니 언제나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
하루를 마치고 홈스테이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봤다. 하루 종일 주변에서 스페인어가 들리는데 모든 일정이 끝난 저녁 집에서도 역시나 나는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내 나름 최선을 다 해서 오늘 하루 핸드폰과 계좌 개설했던 일과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맘씨 좋은 홈스테이 가족들은 그런 내가 Bueno(부에노, 잘했다)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바쁘고 정신없었던 하루가 이렇게 뉘엿뉘엿 저물었다. 내일부터는 마마의 도시락을 들고 버스를 타고 현지인 선생님과의 공식적인 스페인어 교육이 시작된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날 기다릴지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