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껍데기

한 편의 시

by 모루

소라껍데기


김 산



빈 몸을 데리고


들녘 위에 설까


바람이 지나간


오름 위에 설까



흔들리는 영혼을 잠재울


굳은 비라도 내리면


스멀스멀 피워 나는


바다 위 안개처럼



나는 두둥실 떠올라


구름 곁으로 갈까


먼지에 뒤섞여


절벽 끝에서 부서질까



봄의 햇살에 깬


풀밭 위를 거닐며


여름 바다가 쏟은


모래 위에 누우면



내 빈 몸을 채울


소라고둥 하나


당신 귓속을 채울


삶의 노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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