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의 몸짓

한 편의 시

by 모루

그해 여름의 몸짓

1

이곳은 유독 나비가 많았다

호랑 무늬와 청색을 띤

화려한 벨벳의 보석들이

꽃의 정원을 날아다녔다

울타리 친 산의 능선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보호하였고

나른하면서 부드러운

땅의 열기가 발바닥에 전해져

꽃의 정원을 누볐던

분주한 발놀림은

그해 여름의 몸짓이었다

2

한낮의 볕에 달구어진

거대한 대양은

밤이 되면

섬을 달구었다

프라이팬 위의 크림빵처럼

위태로운 모습으로

언젠가는 흘러내릴지도 모르는

섬의 여름은

눈물을 지탱한 채

긴장의 나날들로 이어졌다

3

물기를 저장한 난대림의 숲은

비를 뿌리지 않아도

습도를 유지하여

바람이 불 때면 시원함을 선사했지만

당신과

비바리 뱀과

줄무늬 거미들은

무성한 여름 섬을 지키며

타인의 침입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4

여름 섬의 세상은 빛과 그늘로 양분되어

채색된 방문객의 마음을 지우려고

낮에는

이글이글 타오르거나

밤에는

미풍도 없는 적막감으로

미동도 할 수 없는

낯선 고독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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