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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Oct 12. 2024

나는 왜 대숲을 파괴해야만 했나

한 편의 시

나는 왜 대숲을 파괴해야만 했나

굵은 삶의 결을 톱질하는 나

순간, 주위는 풀 내음이 퍼지며

내가 알아왔던 거대한

대숲은 하나씩 무너진다

마치 폭탄에 쓰러지는 빌딩처럼

파괴에 재미를 붙인 주모자는

머리 위 이글대는 태양의 형벌도 잊은 채

낯부끄러운 행동으로

생태계의 민낯을 파헤친다

이미 잘린 대 줄기는

회색에서 더 시커멓게 변하여

수런거림이 사라진 숲에는

더는 새들도 찾지 않고

더는 바람도 불지 않아

피폐해 버린 내 마음처럼

나는 한걸음 더 깊이

대숲으로 들어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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