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나는 왜 대숲을 파괴해야만 했나
굵은 삶의 결을 톱질하는 나
순간, 주위는 풀 내음이 퍼지며
내가 알아왔던 거대한
대숲은 하나씩 무너진다
마치 폭탄에 쓰러지는 빌딩처럼
파괴에 재미를 붙인 주모자는
머리 위 이글대는 태양의 형벌도 잊은 채
낯부끄러운 행동으로
생태계의 민낯을 파헤친다
이미 잘린 대 줄기는
회색에서 더 시커멓게 변하여
수런거림이 사라진 숲에는
더는 새들도 찾지 않고
더는 바람도 불지 않아
피폐해 버린 내 마음처럼
나는 한걸음 더 깊이
대숲으로 들어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