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맨발로 해변을 걷는 마음으로 / 김충석
당신은 거룩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속된 욕망을 존중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자유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가치관을 비난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온전하여질 수 없기에
거룩함은 편견을 만들 수 있기에
사람의 본성을 속된 것이라 치부할 수 있기에
창조를 위한 새로움이 퇴색될 수 있기에
당신은 사람의 유전자에 흐르는 자연의 본성을
그냥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다듬어지지 않아 만발한 수염을
인상을 찌푸리며 눈 흘겨보지 않았으면
민망스러울 정도로 뻔히 쳐다보지 않았으면
자기와 다른 사람의 행동이라 괴기스럽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습을 추종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도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의 열정에 대한 자부심의 사랑스러움도
모두 인정하는 당신이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