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바 튜브

한 편의 시

by 모루

라바 튜브(Laba tube)

-용암이 지표를 흐르면서 형성된 동굴에서

기억이 상실되기 전

사람들은

Laba tube를 찾는다지

가장 뜨거웠던 열정이

지표 속에 묻혀 있는 곳

생채기에 흐르는 네 전설을 감상한다

‘넌 다시 태동하려는 거야’

네가 도전하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듯

백록담에서 해안선까지 달리다가

한아름의 분노를 안고 매몰된 곳에서

네 기억은 고스란히

동굴의 상흔으로만 남았다

지표면을 녹일 듯 흐르던 네 힘도

분출하던 분노도 모두 돌이 되었다

네가 눈물을 흘리면

전설의 동굴에선 비가 내렸지

중생대에 사라진 공룡 한 마리가

고부라진 길 따라 산책하기 좋은 굴

만장굴이나 김녕사굴이나

거문오름 동굴이나 네 흔적은 한결같았다

푸른 섬이 아름다운 건

Laba의 기억 속에 흐르는 네 전설 때문일 거야

넌 사라졌어도 난 느낄 수 있다

네게 감전된 내 감각들의 전율로

경이로움과 장엄함에 온몸에서는 힘이 솟는다

이별 뒤에 남겨지는 어떤 아쉬움과 함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