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라바 튜브(Laba tube)
-용암이 지표를 흐르면서 형성된 동굴에서
기억이 상실되기 전
사람들은
Laba tube를 찾는다지
가장 뜨거웠던 열정이
지표 속에 묻혀 있는 곳
생채기에 흐르는 네 전설을 감상한다
‘넌 다시 태동하려는 거야’
네가 도전하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듯
백록담에서 해안선까지 달리다가
한아름의 분노를 안고 매몰된 곳에서
네 기억은 고스란히
동굴의 상흔으로만 남았다
지표면을 녹일 듯 흐르던 네 힘도
분출하던 분노도 모두 돌이 되었다
네가 눈물을 흘리면
전설의 동굴에선 비가 내렸지
중생대에 사라진 공룡 한 마리가
고부라진 길 따라 산책하기 좋은 굴
만장굴이나 김녕사굴이나
거문오름 동굴이나 네 흔적은 한결같았다
푸른 섬이 아름다운 건
Laba의 기억 속에 흐르는 네 전설 때문일 거야
넌 사라졌어도 난 느낄 수 있다
네게 감전된 내 감각들의 전율로
경이로움과 장엄함에 온몸에서는 힘이 솟는다
이별 뒤에 남겨지는 어떤 아쉬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