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시로 살아요 / 김충석
가시로 살 수 있나요
내가 찌르면서
네가 찔리면서
오늘 지하철에서도
내일 버스에서도
도로에는 이미 차 사고로 말다툼이 벌어져요
가시로 살 수 있나요
내 혀의 가시로 당신을 마구 할퀴어댔어요
당신의 혀로 내 등은 고슴도치가 되어가요
나를 방어하는 수단에 당신 차에 펑크가 났어요
당신의 선인장에 새가 걸려 죽어 가고 있어요
가시로 살아 볼까요
내 가면이 벗겨지면 옷이 벗겨지듯 창피해요
당신의 가면이 벗겨지면 그 꼴을 차마 볼 수 없어요
내가 찔리면서
네가 찌르면서
내일 학교에서
모레 회사에서 만나요
어쩌면 가시로 엮인 떨기나무처럼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도 좋은 시절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