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화단의 마음
모루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는 모른다
싹이 트고 뻗는 줄기 하나
지난여름의 슬픔이었지도
가을의 아픔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더위에 아랑곳없이 초롱한
열대정글의 얼굴을 닮은 잎들
그는 일 미터 남짓의 화단에서 움튼
새틋한 고은 녹색의 싹에 신이 난다
볕의 열기로 달궈진 베란다를
푸른 생기로 감싸는 무성한 화단은
단조로운 평면의 시간을 넘어
입체감이 넘치는 이색적인 공간이 된다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극적인 경쟁이
생명력의 경이로움처럼 보이지만
조화와 균형을 조율한 섬세한 그의 손길로
화단의 마음은 선정(禪定)에 이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