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섬
김 모루
아,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이면
청순한 젊음을 품은 이와
같이 바람맞고 싶다
도도한 고양이라도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녹음 짙게 물든
여름 초저녁 하늘빛 아래에서
기타 튕기며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거만한 염소라도
내 곁에서 함께 울어줬으면 좋겠다
비가 발목까지 차고 넘쳐
만물이 추억의 그림자로 흠뻑 젖는 날에는
함께 우산을 쓰고 보이지 않는
구부러진 길까지 속닥속닥
이야기 나누며 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