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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by 펄서까투리

# 사랑의 기술

저자: 에리히 프롬

역자: 황문수

출판사: 문예출판사

출판일: 2019년 9월 1일


이 책에서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 즉 사랑은 그냥 누군가를 만난다고 되는 것 아니다. 소위 말해서 운명의 짝을 만나면 그(그녀)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책제목처럼 기술로서 알아야 한다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어느 정도 동감하고 있었습니다.


1. 왜 사랑은 배워야 하는 기술인가?

이럴 때 부모님도 항상 저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할 줄도 안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실제로 연애를 경험하면서 그 말씀이 어떤 뜻이었는지 점점 알게 되긴 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감사하게도 저는 어릴 적 부모님께 사랑은 충분히 받은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랑을 잘하는 것은 어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은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건가? 그건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건 부모님을 통해서건 혹은 친구를 통해서건, 연인들을 통해서건 분명 그것을 받고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었습니다.

저 자신도 몇 명의 연인들을 만나면서 사랑의 스킬이라고 해야 하는, 즉 여성과 재밌게 대화하고 여자들의 마음을 알아내는(소위 말하는 눈치) '사랑의 기술'은 성장하는 것 같으면서 때로는 순수한 감정은 잃어버리는 것도 같아서 30대가 된 지금은 오히려 사랑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도 결국 기술로서 잘하기 위해서 그것을 이론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훈련해야 하는 특정 '행위'가 아니라 꾸준히 가져야 할 '삶의 태도'라고 설명합니다. 즉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분리'된 상태를 싫어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유일한 길은 진정한 사랑을 통해 합일(다만 꼭 그것이 연인과의 사랑에 국한하지는 않고, 형제애, 부모, 종교 등등 다양하게 설명)을 이루어야만 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 궁극적인 진정한 사랑을 통한 합을 너무 어려운 것이라 보통의 사람들은 순응(그냥 조직에 자신을 맞추는? 자신을 버리는 행위)이나 파괴(반대로 남을 파괴하는 것, 가학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말하는데, 데이트 폭력이나 가스라이팅 같은 것에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로 분리 상태를 해소하는데 이것은 매우 개인에게 위험한 행위임으로 우리 모두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2. 에리히 프롬의 이야기한 사랑의 기본요소 4가지에 대한 생각

먼저 이 책에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는 것'이라는 정의로 먼저 시작합니다. 즉 우리는 흔히 사랑은 수동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예를 들어 첫눈에 누군가에 "빠지는 것", 혹은 부모님이나 종교적 존재로부터 무한히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거나 혹은 성적으로는 육체적인 쾌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누군가에 주는 것, 즉 시장형 논리로 다시 돌려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온전히 주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인간의 본능은 의존성이나 욕망 등을 가지고 있기에, 그 본능과 위배되는 온전히 주는 행위인 사랑을 위해서는 이것을 이해하고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아야 할 사랑의 기본요소로는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라고 설명합니다. 보호는 말 그대로 누군가를 지키는 것으로 이건 저도 항상 생각해 온 사랑의 요소이긴 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항상 지켜주고 싶은 마음(실제 물리적인 위험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연인에게 행복을 줌으로써 그녀가 정신적으로도 보호받게 하는 것)이나 혹은 저는 아직 자식이 없지만 제 부모님이 그랬듯 저 또한 저의 아들, 딸이 태어난다면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바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책임인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에리히 프롬은 책임은 남들에게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자칫 책임이라고 하면 이른바 조직에 속해있을 때 나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니 남으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나 스스로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책임지겠다고 느껴지는 자발적인 행동을 말합니다.


세 번째인 존경은 제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스승이나 우상에 대한 존경 같은 느낌(두려움이나 외경에 가까운)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라고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존경보다는 존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나의 여자친구, 배우자 혹은 미래의 아이들이 그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꿈과 행동, 성격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라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식은 개인적으로 '이해'라는 단어가 좀 더 맞다고 생각하는데, 즉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보통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을 껄끄러워하고 때로는 분노합니다. 보통 연인들이 많이 싸우는 '나랑 참 안 맞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연애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게 배려와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즉 설령 나랑 맞지는 않아도, 그녀가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그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에리히 프롬은 위 요소들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이해'할 수 있어야, 그녀를 '존경(존중)'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녀에게 책임감을 느껴야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


3. 에리히 프롬이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항상 훈련해야 할 4가지 요소에 대한 생각

책의 마지막 장에서 에리히 프롬은 그렇다면 이러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 생애를 통해 꾸준히 훈련해야 할 4가지를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 훈련, 즉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아마 이는 스스로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당연한 것일 겁니다. 물론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연인 혹은 사랑하는 친구가 메꿔주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너무 의존적인 사람이면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고 꺼려지는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니까요.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을 받으려면 역설적으로 혼자서도 잘 사는, 즉 본인 일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혼자만의 취미도 가진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건 많이 봐왔고 저 스스로도 깨달은 점이니까요.


두 번째로 정신집중은 말 그대로 사랑을 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그 기술을 훈련하는데도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 집중하라는 뜻도 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 인내는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해서는 제가 제일 잘 못하던 것이긴 합니다. 누군가와 썸을 탈 때도 그녀가 저와 감정을 같이 올라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고, 연인이 되고 나서도 그녀와 더 깊어지고 평생 함께할 배우자로서 관계를 끌어가는 것에서 인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는 관심인데, 앞서 집중과 비슷한 것 같은데 다만 이 경우는 본인을 이기적으로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에게 1순위의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고 나니 사실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그래서 위의 기술들을 꾸준히 삶의 태도로서 갈고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인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모든 사랑의 대상에 맞춰 위의 자세를 삶의 태도로서 가지고 평생 가꿔나가고자 합니다.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할리스 강남역점 카페에서.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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