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a Jun 05. 2023

지금 내 모습이 부모님 모습이라고?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 내면감정해소하기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은 항상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게 몸에 베여있던 분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동생을 케어하며 열심히 살아오셨고,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다. 하지만 우리 집이 부유한 편은 아니었다. 아주 어린 시절, 그래도 여유로웠던 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날, 하루아침에 빚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내가 중학교 막 들어갔을 때였던 거 같다.

아버지는 나에게 좀 멀리 이사를 가야 할 수 도 있다라고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 시절 나는 나의 친구들과 멀어진다는 것에 대한 큰 생각이 없었다. 그냥 상관없다고만 대답했던 걸로 기억난다. 당시 아버지는 삶의 터전을 지켜냈고, 다행히 근처로 집을 구해 전학을 안 가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힘들었지만 나와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신 부모님들이다. 그리고 특히 나의 어머니는 '빌리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던 거 같다. 돈이 생기면 무조건 적금과 예금으로만 살아갔고 지금 당장의 앞 날을 살아가기에만 바빴다.

그래도 내가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항상 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이후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께서는 특히, 어머니께서는 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셨던 거 같다.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안정적이게 살아가길 원하셨던 거 같다.

내가 물리치료사로 첫 취직을 할 때도 나는 무엇인가 더 배우고 싶었고, 더 많은 경험을 원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몸이 힘든 곳 보다 편한 곳, 마음이 편한 곳으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 시절 그렇게 권하는 어머니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님께 서울로 이력서를 넣었다고 말을 했고 그렇게 처음 취직 했던 곳은 '서울'이다. 항상 그랬든 나의 부모님은 말리지 않았다. 힘들면 언제든 내려오라고 내려와서 편하게 일하는 건 어떻냐고 은연중에 말씀하실 뿐이었다.

나는 그 시절, 나에게 결핍된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왜 엄마, 아빠는 나에게 더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와 달라, 나는 아빠와 달라. 엄마, 아빠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도 그랬던 거 같다.

또, 나는 캐나다 오기 전에도 부모님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책임져달라고 한 적 없었다. 이 또한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나 혼자서 부모님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저 혼자서 다 안고 살아가려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게 하라고 한 적도 없었고, 그건 부모님이 원하는 행복도 아니었으며 내 욕심이었다. 그렇게 하면 내 속에 고여있는 부모님과의 감정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내면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다른 외부의 어떤 것으로 일시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캐나다에 와서 내 가족들과 몸이 멀어지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 부모님들은 지금의 내가 있도록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옆에서 항상 케어해 주신 분들이다. 그걸 잊고 살고 있었다. 내가 돈을 조금 벌기 시작했다고, 시간이 가면서 부모님 보다 아는 게 조금 더 많아졌다고, 머리가 좀 컸다고 부모님이 아무것도 못 하는 줄 알았나 보다.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부모님들은 나 없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었다.


5월 초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서는 5월 8일이 어버이의 날이지만 캐나다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 6월 둘째 주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이다. 그날은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을 구경을 갔다. 'Parents Are Human'이라는 카드가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또, 밴쿠버공공도서관을 가서 평소관심 있었던 레이키 관련 도서를 읽기도 한 날이었다.

'현재 부모님의 모습은 내 모습이다'라는 내용이 그날 따라 유난히 뇌리에 박혀 들어왔다. 왜 그랬을까? 평소에도 많이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위 내용을 접했을 때 평소처럼 '나는 부모님과는 달라'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에 오면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내 모습이 부모님 모습이라고?

얼마 전에도 '갈수록 어머니 닮아간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캐나다에 와서 혼자 살면서 나도 모르게 베였던 습관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혼잣말들에서 흠칫 흠칫 놀라곤 했다. 그리고 한 날, 내가 부모님께 받은 건 무엇이며, 부모님께 감사한 점을 적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평소 들고 다니던 메모장을 펼치고 하나씩 하나씩 써 내려갔다. 버스에서 적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왜 눈물이 흘러나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캐나다에서는 햇빛이 너무 강해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적기 계속 써 내려갔다.

하나 둘 써내려 갈수록 내가 부모님께 받은 건 너무나도 많은데, 나는 결핍된 것에만 쏠려있어 스스로가 부모님에 대한 불만, 부정적인 감정이 고여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그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가 알아차려야 하는 부분이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너무 강했다. 다른 사람과 태어난 환경 자체가 달라 불공평하다 생각했다. 그게 다 내 부모님 탓 같았다. 엄마, 아버지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아쉬웠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그 당시 내가 도전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이유도 부모님 탓이라 생각했다. 모든 부분이, 현재 지금 내 환경 때문이라 생각했고, 지금 내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도 변하길 원했다. 온전히 내 욕심이었다. 나 스스로의 내면이 불안정해서 외부에 환경을 탓하고 외부의 환경이 변하면 내 삶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이었고, 나는 내 삶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외부에서만 찾고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께도 내 생각대로 그들이 살아가길 강요했던 거 같다. 내 생각이 옳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부모님의 행복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온전히 내 욕심이었다는 걸 하나씩 깨닫게 되었다. 내 삶이 행복해지는 법, 그에 대한 정답은 내 안에 있었고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흐른다는 건 정화의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아직도 스스로에게 고여있는 감정이 많다는 걸 느낀다. 물론, 우리 집 환경이라던지 실질적인 재산 등 눈에 보이는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부분들이 달라졌다.

이젠 더 이상 부모님께 내 삶을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내 욕심으로 잡고 있던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 우리 가정에 대한 무거웠던 어깨의 짐을 조금 덜어놨다. 이것이 방관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부모님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부분, 부모님께서 생각하는 행복으로 부모님의 삶을 채워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부분에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 항상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나를 케어해 주셨던 부모님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나는 부모님이라고 표현했지만, 꼭 본인을 낳아주신 부모님이 아닌 어린 시절 본인은 케어해 주셨던 분, 본인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던 그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가 보면 좋을 듯하다.

지금 내 모습은 인정하기 싫은 모습까지도 그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속에 담겨있던 나 자만 꼭 숨겨두었던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보았을 때, 그 힘든 과정을 이겨냈을 때, 나의 내면을 더 단단하게 채워갈 수 있다.


부모님께 감사한 점, 배운 점 적어보기

우리나라 날짜로 5월 9일, 캐나다에서 5월 8일에 적었던 글이다. 여기서부터는 한국에 살고 있는 부모님께 올린다.  손 편지로 쓸까 했지만,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오늘 브런치를 켜고 온라인상으로 남기기로 했다.


1.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이 존재하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합니다.


2. 지금까지 의식주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의 삶의 다 받쳐 나에게 보다 더 나은 의식주를 제공해 주기 위해 노력했을 부모님들입니다. 감사합니다.


3.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살다 보면 미울 때도 많을 것입니다. 그 어느 순간에도 빠지지 않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나의 어린 시절 기억해 주시고, 기록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는 건 부모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조차 모르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진'으로 기록 남기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5. 바른 언행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가장 많이 보고 배우는 것이 부모님의 언행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이 된 지금까지 바른말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던 것. 다 부모님 덕입니다. 나 스스로 옳은 길로 갈 수 있게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 베푸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베푸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받는 행복도 좋지만, 주는 행복은 그 배가 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을 때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더 크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 눈치.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살아가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모르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물론, 신경을 덜 쓰고 살아도 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내가 그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8. 저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해주지 않았던 부모님, 감사합니다.

나는 내 욕심으로 내 삶을 부모님께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공부, 취직, 입시 그 무엇도 강제로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부모님께서 강제로 무엇인가 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알고 있었을까요? 그렇기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9. 화가 날 때, 즉시 분출하기보다는 한번 더 생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부모님은 본인 감정, 본인 의견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아닙니다. 이걸 보고 자란 나도 이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한때는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왜 나는 바로 말로 표현을 못할까? 항상 참고 사는 걸까?

하지만 그 덕에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었습니다. 가끔은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 득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10. 그들도 그들의 꿈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이 가정을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본인의 꿈보다는 이 가정을 지키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 노력하는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이런 부모님께 책임감을 배웠습니다.

내가 당장 힘들더라도, 나 순간의 편함보다, 순간의 기분보다 더 소중한 무엇인가를 위하는 마음,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배웠습니다.

이 책임감은 때로는 나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11. 글 쓰는 걸 즐기는 내가 되었고, 현재 블로그에서 브런치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말로 의견을 전달하고 감정을 풀어나가는 것보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 듯합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께서 다른 건 권유안 했지만 '독서를 많이 해라'라는 말은 수시로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글을 일고, 글로 쓰고, 덕분에 저는 브런치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12. 어릴 적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는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알고 자라왔습니다. 내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었습니다.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자랐습니다. 나는 내가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세상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13. 항상 감사하는 마음, 인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한마디 하는 것을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것을 배워왔고 덕분에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힘들지 않은 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그 어느 모임에 가도 어머니, 아버지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4. 요리하는 모습, 운전하는 모습, 청소하는 모습 등 일상 속에서 무엇인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하는 일이었고, 그들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처음해도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이유는 요즘 세상이 다 발달해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기에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것도 다 옆에서 보며 자라왔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들을 보지 않았다면 당장 내가 캐나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15. 대학교졸업까지 지원해 주시고 케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살 성인을 넘어서 대학교 등록금까지 지원해 주신 부모님입니다. 지방 사립대학교, 물리치료학과의 등록금은 저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힘든 티를 내색하지 않고 지원해 주신 부모님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대학교에서 너무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 전부다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 대학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부분 덕분입니다.


16. 내가 어딘가 간다고 할 때, 일찍 학교를 가야 할 때, 시험이 있을 때 등 항상 차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자라왔습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로 떠나는 그날까지 공항버스로 편안하게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17. 취직을 하고 내가 돈을 모을 수 있는 환경, 그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부모님일까? 이 부분도 한때는 원망으로 향했습니다.

이 또한 내가 '결핍된 부분'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나 스스로 돈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8. 내가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고 할 때, 언제나 먹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시 내 감정, 오롯이 '나'만 중요했습니다. 그저 귀찮았습니다.

그들은 항상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집 냉장고엔 언제나 음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함을 몰랐나 봅니다. 언제나 먹을 수 있었던 한식, 저렴하고 빨랐던 배달음식 지금 당장 안 먹어도 내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그 환경을 제공해 준 건 부모님이었습니다.

그 소중한 환경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 내가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캐나다'로 떠난다고 했을 때 물론 그들도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엔 나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들은 나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들이 반대하고 말렸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현재입니다.

지금 내가 캐나다에 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

그들이 응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 나는 부모님을 보며 항상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왜, 그들은 안정적인 길만 택하고 그저 지금처럼만 살아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부모님들이 원하는 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들의 최선을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나와 동생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삶이고, 그 결과로 지금 내가 있고 동생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라고 말해준 부모님, 나는 부모님처럼 부모님처럼 살기 싫다고 말했지만 난 다른 삶을 살거라 말을 했지만 그건 결국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결국 부모님의 거울입니다. 결국 부모님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저 감사하며 나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부모님은 부모님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며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오늘도, 내일도 수고했다고 말해준 부모님이 있기에 감사합니다. 아무도 나에게 부담 주지 않습니다. 내가 부모님 밑에서 자라와서 아무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받고 있습니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들을 원망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내가 결핍된 부분을 부모님 탓으로만 돌리고 환경 탓만 했습니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부모님에 대한 원망 모두가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

이 말을 안 한 지 정말 오래된 거 같은데 사랑합니다 그리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 대한 알아차림, 1년 전 나를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