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a May 26. 2023

새로운 이름과 함께 본격적인 시작

소개할 때 종종 듣는 말, "REINA" 가 무슨 뜻인지 알아?

 "너, Reina 가 스페인어로 무슨 뜻인지 알아?"


Reina 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소개를 할 때 종종 듣는 말이다. 밴쿠버에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개를 했을 때, 항상 나에게 되물어보았다.


"Reina? 일본이름이네? 한국 이름은 뭐야?"


아시아 친구들을 만날 때 종종 듣는 이야기다. Reina 는 일본에서도 사용되는 이름이었다.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는 그들은 항상 나에게 한국 이름이 무엇인지 되물어보곤 한다


"Reina"는 캐나다에 와서 지은 나의 영어 이름이자 새로운 이름이다. 지금부터 Reina 라는 이름을 어떻게 선물 받았는지에 대해 풀어가 보려 한다.


부모님께서 지어 준 내 이름은 누가 들어도 한국식 이름이다. 내 이름은 철학관에 가서 지어왔다고 한다.

빛날 현(炫) 에 붉을 주(朱). 붉게 빛나는 태양이 세상을 밝혀주듯, 빛이 되어 남들에게 항상 도움을 주며 살아라 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생활할 땐 몰랐지만, 내 이름은 발음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아랍어, 일본어, 독일어 등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에게 조차 어려운 발음이었다.

나는 캐나다에 오기 한참 전, 한국에서 가끔 사용하던 영어이름이 있었다. 

내 한자 뜻과 연관 지어 Rela 라고 지었다. Red + Light 에서 정말 일차원적으로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Rela 라는 발음은 한국인인 나에겐 정말 어려운 발음이었고, 내 영어 이름은 Rela 입니다 라고 소개를 가끔 하기도 했지만 내 입에는 붙지 않았다. 


그렇게 캐나다로 오고 일주일쯤 후 나, Yewon, Harry, Chloe 이렇게 4명이서 술 한잔 하는 날이었다. 이들은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오고 취업까지 하며 내가 한국에서 뿌리를 내릴 동안 캐나다에서 그 과정을 겪어온 친구들이었다. Chloe 집에서 기분 좋게 한잔하고 있는데, Chloe 가 나에게 영어이름은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당당하게 있다고 말했고 'Rela' 라고 말했고 근데 아직 잘 사용하진 않게 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동시에 "what?, Cinderella?" 라며 되물어보았다. 나는 내 영어이름이 한국이름과 같은 뜻이라며 이야기해 주었다. Chloe 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 Rela 라는 이름은 거의 80살, 90살 할머니도 사용 안 하는 이름인데 너무 올드해. 바꿔보는 게 어때요? 그리고 Cinderella 의 rella 같아서 좋은 느낌이 들진 않아요. "


올드한 건 상관없었지만, 좋은 느낌이 들진 않다니 그건 싫었다. 나는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름을 지어달라 부탁을 했다. 


"Reina 어때? Raena, Reina, Raina 스펠링은 편한 대로 써도 괜찮고 Rela 랑 최대한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고, 또 Reina 는 스페인어로 'Queen' 이라는 뜻 이래. 어때요?"


Queen, 새로운 시작을 queen 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과 함께 하는 건 너무 좋은데? 

그때부터 나는 'Raina' 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Reina 스펠링을 사용한다.) 원래부터 나의 이름이었던 것처럼, 소개할 때 입에 잘 붙었고 귀에 쏙쏙 들어왔다. 밴쿠버에서 생활하면서는 'Reina' 를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오히려 내 한글 이름을 이야기할 때 어색해하며 이야기해도 괜찮은가? 하는 순간이 있다. 

Chloe, Yewon, Harry. 어쩌면 캐나다라는 낯선 땅에서 도와주고 어려운 것이 있을 때마다 알려주는 이들이 캐나다에선 나의 가디언이다. 이들로부터 내 이름을 선물 받았다. 

앞으로 캐나다에서 살아갈 날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캐나다뿐만 아니라 영어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살아갈 내 인생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다. 이 글을 쓰며 한번 내 이름을 선물해 준 Chloe, Yewon, Harry 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Chloe 가 해준 보쌈이다. (feat. Jasmin의 spring roll까지)

나는 어쩌면 내가 지은 이름에 따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Rela' 라는 이름, Cinderella 처럼 어떤 동경하는 삶을 그리며 그저 당장 해야 할 일만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Cinderella 는 요정을 도움을 받아 무도회장으로 갈 수 있었던 드레스, 유리구두를 걸친 Cinderella 는 아마 자신감에 넘쳐흐르며 파티를 즐겼을 것이다. 그리고 왕자가 구두의 주인을 찾기 위해 Cinderella 의 집에 들렀을 땐, 아마 평소와 같이 허름한 모습, 축 처진 어깨, 주눅들은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서로를 못 알아봤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도움을 받을 땐, 다른 친구들과 함께 했을 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함께 한다는 것은 Cinderella 의 '드레스, 유리구두'와 같은 것이었다. 혼자가 되었을 땐 '할 수 있을까? 이게 맞는 걸까?' 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렇기에 캐나다에 오기 전, 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 몰랐다. 그저 꿈만 같은 이야기였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동경하며 살아왔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영화 속, TV 속에서, 길을 가며 제 3자의 입장에서만 지켜보던 '외국인'이었다. 

아마 스스로가 영어를 못 한다 라는 '틀'에 가두고 살았기에, 더욱 기회가 없었다. 그저 두려워했고 무서워했다. 자신감이 없었고 '못 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지어버렸다.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잡으려 하지 않았던 나였던 것이다. 더 이상 틀을 깨고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캐나다에 오면서 'Reina' 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의 태도가 변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가고, 기회가 찾아오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결국, 내 인생의 주인은 '나'고 내가 '여왕'이다. 내 인생에서는 나만의 속도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방식대로 나아가도 괜찮다. 


이젠 Reina 로써 내 인생에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캐나다에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리핀 가정에서의 한 달 이야기, 영화 속 홈파티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