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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Jun 10. 2023

과거 연애 돌아보기, 내가 감정표현을 못했던 이유

상대방보다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먼저였던 관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먼저였던 나를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 글을 적어도 될지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계속 고민만 할 바에야, 적어보자고 다짐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부모자식, 형제, 친구, 직장동료, 선생님과 제자, 선후배 등 정말 많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에 따라 나의 역할이 달라진다.

그중 정말 특별한 관계는 두사람 간의 관계, '연인'의 관계이다. 연애관계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 중 가장 어려운 관계이고 사실 정답이 없다. 연애라는 것은 '결혼' 가족이 되기 이전의 단계이기도 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 부분을 언급한 이유,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1순위였던 나와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들이 생각났다. 오랜 시간 함께 한 과거 인연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 함께 했던 인연도 있다. 그 인연들이 생각이 났다.

 나는 지금까지 '나'라는 사람과 만나는 사람은 다 편하고 힘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저 '나'만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나아졌지만 20대 초중반의 나는 철저히 나 위주였다.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엔 관계유지를 위해 화해하며 받아들이는 척했던 거 같다.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선 '내가 이렇게 다 맞춰주고 있는데, 왜 이렇게 원하는 게 많을까? 내가 맞춰주는 걸 모르는 걸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고,
동시에 '아니야,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 건데 왜 알아주길 바라는 거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알아주길 바라지말자' 이렇게 꾹 참고 누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갈등이 없는 게 이상했다. 연애라는 건 두 사람이서 만들어 가는 관계이다. 100쌍의 커플이 있다면 100쌍의 커플이 다 다른 연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상대방이 원하는 부분에 맞춰주던 것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나와 상대방 둘이 하는 연애였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먼저였고, 거기서 내 생각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순조로웠을 리 없다. 내가 이미 불안정하고 흔들리고 있었고 함께 맞춰가야 할 기준이 없었고 본인도 모르는 상태였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먼저였던 관계

상대방보다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먼저였던 관계

그 시선들로 인해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억누르며 살아가는 나와 연애했던 상대방.


나는 나와 그 사이에 원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내가 원하는 부분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서 괜찮은 부분들,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되겠지?' 무의식적으로 뇌에서 거친 후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 사실조차 알아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 감정이 어떤지 말해보라 하면 말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감정'이란 흐르는 에너지이다. 모든 감정은 억누르고 참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억눌렀던 감정이 쌓이고 쌓여 행동으로 표출될 때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바로 옆에 있던 상대방은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 사실조차 모르고 나는 그저 나만 모든 걸 맞춰가는 줄 알고 살아왔다.

연애라는 건 쌍방의 관계이다. 내가 맞춰주고 있다고 느낀다면, 상대방도 맞춰주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나의 기준이었던 시절, 나는 상대방이 말하는 부분은 무시한 채 '이렇게 하면 그가 좋아하겠지?' 하고 혼자 판단하고 맞춰주고 혼자만의 배려를 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를 위한 것도, 상대방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상대방을 위한 것도 아닌 혼자만의 배려를 해놓고, 상대방이 몰라주면 혼자 불만이 쌓이고 감정이 하나씩 고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부분이었다. 매일 나의 내부에선 나도 모르는 갈등이 일어나고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걸 알아주지 않는다면 배로 서운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그건 상대방이 바란 부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상대방이 요구한 부분도 아니었고 그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 적 없었다.

나 혼자 배려했다 생각하고 알아주길 바라고, 알아주지 않으면 혼자 서운해하고 혼자 감정이 쌓이고 고이기 시작했다. 그런 연애를 해왔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한 사실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 기분, 생각이 기준이라고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관계의 사람의 기분과 생각은 고려하지 못했을까?

당시에 이 사람은 내 편이었으니까,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내 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사람의 생각과 기준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상대방의 기준과 내가 생각했던 빛나는 사람들과의 기준은 달랐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가 따라가기로 결정 내린 사람들의 기준으로 상대방과의 연애를 했다. 20대 초중반 모든 것이 미숙했던 나는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모든 걸 알아주길 바랐고, 나와 같은 생각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길 바랬다.

연애를 하다 보면, 서로의 감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종종 가진다. 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엄청났던 거 같다. 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건 당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나도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온전히 내가 느끼는 그 감정.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꽁꽁 숨기고, 억누르고 살았다. 당시 나의 감정,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아갔다.


'이 부분에서 이렇게 느껴도 괜찮을까?' '이 상황에선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화내는 게 정상인가?' '이게 맞나?'


두 사람이서 만들어가는 관계인데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상황, 생각은 정답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자꾸 다른 사람들에게서 정답을 찾아갔다. 그래서 바로 표현할 수 없었고, 있는 그대로 나의 감정을 나 스스로에게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연애를 했던 '나'인데 순조롭게 될 리 없었다.


연애의 정답은 나와 상대방 사이에, 모든 정답은 내부에서 찾아야 했다. 외부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부족한 부분을 외부에서 채우려 했다. 스스로가 확신이 없고 불안해서 그랬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나'도 불안했고 나의 '연애'도 불안했던 것이다.

캐나다에서 생활하며 '자기 사랑'에 대해 한걸음 씩 배워가면서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이 부분은 부모님과의 감정을 해소하면서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도 가족도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배려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걸 채워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연애는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과정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하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서로 채워주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글이 나와 함께 했던 과거 연인에게 닿을지는 모르지만, 이 내용이 닿지 않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과 상대방이 언제나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은 전달 될 것이라 믿는다. 상황에 따라 미안하기도, 원망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상대방이 누구든 후회하길 바라던 때 있었다. 스스로를 바라보고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과거 지나간 인연에게도 너무 감사하고 덕분에 행복해졌다.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소중한 추억을 선물 받았다. 덕분에 나의 20대가 빛이 났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앞으로의 날들 모두가 인생에 행복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나처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우선순위인지, 그 부분이 우선순위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아가, 내 의견을 잘 표현 못 하고 항상 꾹 참고 있는 분들, 항상 상대방에게 맞추려는 분들도 진정 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방향이 둘을 위한 방향인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천천히 정답을 찾아가 보길 바란다. 정답은 그 다른 누군가가 아닌 본인이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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