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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Sep 15. 2023

'비욘세콘서트 알바' 를 하는 날이 오다니..!

새삼 깨달은 7개월이라는 시간

나는 이번주 월요일에 비욘세콘서트장 단기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 이전부터 에이전씨를 통해 종종 파트타임 가던 'BC Place' 에서 콘서트가 열리는 것이었다. 사실 BC place 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도 이전 BC Lions (미식축구) 경기 있을 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도 아마 마지막일 것 같다는 말도 했다.

BC place

나는 아침에 Gmail 창을 확인한다. 한국에서는 메일창을 들여다 볼일이 없었지만 캐나다에 와서는 매일 2~3번 정도는 주기적으로 들어가 보는 듯하다. 문득 보인 'Beyonce Concert' 라는 글자.

더욱이 팝송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기에 외국 배우나 가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비욘세는 이런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콘서트표를 사서 가라고 한다면 망설여지겠지만 알바인데? 그렇게 나는 고민은 하지 않고 가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좌석마다 다르겠지만 아는 분 친구가 400불 주고 보러 갔다고 한다.)

매번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다 �

그리고 월요일에 비욘세 콘서트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 다른 가수의 콘서트도 왔었는데 그 가수는 캐내디언 사이에서는 유명한 듯 했지만 나는 몰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보통 Concession stand server 로 일을 했는데 평소 이벤트가 있을 때 종종 왔었기에 일하는 부스만 다를뿐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었다. 나는 주류를 팔 수 있는 Serving it Right 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메뉴 주문을 받곤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Serving it right 가 없는 사람은 주문을 받지 못하고 뒤에서 주문받은 메뉴들을 챙겨주거나 냉장고를 채우거나 요리가 있는 부스라면 뒤쪽에 가서 주방보조로 일을 하곤 한다.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나는 시간에 여유를 두고 가는 편인데 보통 가면 슈퍼바이저를 제외하고는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하곤 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가장 먼저 도착했는데 나를 보자마자 오늘 키친에서 일한 적 있냐고 바쁠 거 같으니 키친에서 일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뒤편에서 일해본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것도 여기 출근한 첫날 아무것도 모른 채 주방보조로 끌려갔어야 했다. 그땐 지금보다 영어 듣기가 훨씬 안되던 터라 알려줘도 눈치껏 알아들은 척하고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셰프로 온 BC Place 소속 직원들에게서 설명을 들은 후 나름 평탄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콘서트에 오는 관객들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자들끼리 온 사람도 있고, 남녀 커플이서 온 사람들도 있고, 남자들끼리 온 사람들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들 정말 화려한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욘세 '코스튬'을 하고 왔는데 옷뿐만 아니라 머리장신구와 화장 귀걸이 얼굴에 붙인 신기한 액세서리까지 말이다.


우리나라도 콘서트가 있으면 저렇게 하는가? 하고 떠올려보았다. 사실 가수 콘서트를 많이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최근 '싸이 콘서트'를 가는 모습을 SNS를 통해 구경했는데 아니었던 거 같다. 오늘 이 풍경을 보며 다시 한번 더 '외국이 맞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콘서트가 시작하고 나는 무대 바로 뒤편 부스였기에 라이브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앞에서 무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정말 음원인 마냥 생생하게 다 들렸다. 정말 비욘세 콘서트장에 오긴 왔구나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한국에 비욘세가 내한공연을 한다고 해도 이럴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비욘세콘서트 티켓을 사 공연을 보러 갈 사람도 아니었고 알바를 할 사람은 더욱이 아니었다. 하지만 밴쿠버에서는 입장이 조금 달랐다. 정말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이었다.

나는 마감 후 1층에서 비욘세 무대 1~2곡 정도를 구경 할 수 있었다. 무대까지 보다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욘세 무대를 직관하는 날이 오다니. 아무리 비욘세에 관심없었던 나지만 정말 신기하고 두다리의 피곤함이 싹 가시면서 무대에 빠져들었다. (비욘세는 날고있었다.)

내 휴대폰 화질은 정말 별로다 ㅠ.ㅠ

자주 오진 않았지만 한 달에 1~2번 정도 이곳에 들렸는데 그 새에 아는 얼굴들이 많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일 알바를 하며 이야기를 한 친구A가 있다. 그는 본인 기억하냐며 물었는데 약 2달 전에 같이 일을 한 친구였다. 다른 친구 B도 지난번에 함께 했던 친구였다. 이곳으로 가면 한국인이 정말 없지만 항상 계시는 분들이 있다. 나와 소속은 다르지만 BC Place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다. 이분들과도 이젠 얼굴을 알고 인사하며 지낸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땐 만나는 모든 인연이 신기하고 좋았다. 지금이라고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친구들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그 인연들을 계속 이어가려 했다. 내가 먼저 자리를 만들고 항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생활로 돌아왔다. 나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함께하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혼자서도 굉장히 잘 지내는 편인데 그렇기에 굳이 먼저 약속을 잡진 않는 편이다. 물론 만나면 누구보다 잘 놀지만 말이다. 현재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잘 지내지만 연락처 교환까지는 하지 않는? 그런 사이인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 어떤 워크숍이나 교육에 갔을 때 옆자리에 앉는 사람들과 같은 인연이랄까. 캐나다에서도 결국 같았다. BC Place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었고 그 외 교육을 통해 만난 인연들도 대부분이 그랬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만나며 잘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Vancouver firework

이 모든 사람들이 떠오르며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내 생각보다 '밴쿠버'라는 곳에 내린 뿌리가 더 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만 28년간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만 살아왔다. 그리고 캐나다 '밴쿠버'로 왔고 7개월이 지났다. 도시이주가 아닌 정말 '한국'으로 돌아갈 땐, 이곳에서의 인연들과 인사를 해야 하는 시간이 오는데 마지막이 아닐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해졌다.

한국 캐나다의 물리적 거리가 먼 것을 알기에

지금과 같은 순간은 다시는 안 올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씁쓸함이라는 감정에서 나 생각보다 이곳에 정이 많이 들었구나 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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