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오기 전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함께 여행을 하자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들이 있다. 정말 농담으로만 나누었던 친구들이 있는가 조금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말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친구도 못 오게 되기도 했다. 반면,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고 비행기 티켓까지 구매해 정말 와버린 친구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친구가 한국으로 간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다.
친구 공항 드랍 후 주운 단풍
돌아보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현주 네가 캐나다에 있을 때 내가 갈 수 있을까?'로 시작된 이번 여행은 정말 정신없이 파란만장하게 흘러갔다. 캐나다에서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밴쿠버, 빅토리아, 동부여행, 밴프여행, 그리고 한국으로의 귀국배웅까지 눈 깜짝할 새 흘러간 여행이다. (여행일정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자세히 적도록 하겠다.)
친구를 포함하여 4명이서 대학시절부터 항상 붙어 다녔다. 졸업 후 자연스럽게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했지만 이 친구와는 몇 년 전부터는 일도 함께하면서 다시 학창 시절처럼 붙어 다녔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처음 만나던 날, 학교에서의 첫 수업 듣던 날, 처음으로 다 같이 술 먹던 날 등에 대해 말하곤 한다. (주로 나를 놀리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매 순간 함께하면서도 정말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게 너무 좋고 감사하다.
친구 어머니께서 친구에게 '평생 잊지 못할 너무 좋은 순간들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캔모어 / 모레인레이크
아이스필드 스카이워크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자연풍경 사진,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하던 나였다. 그런 아름다운 풍경들이 실제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여행이었고 혼자가 아닌 생각과 느낌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옆에 있었다.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와 이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이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캐나다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나의 인생에서 잊지 못하는 소중한 순간들이지만 특히 이 여행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 되었다.
나의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임과 동시에 내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풀숲의 대표님, 그리고 프리랜서의 길을 걸어오는 데 있어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는 친구. 처음에는 여행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지만 풀숲 레깅스출시를 앞두고 제품촬영, 그리고 아로마정식수입을 위해 아로마회사와 미팅 일정을 소화했다. 또 내가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명상 및 아로마 워크샵일정과 타이밍이 맞아 함께 참여하기도 했고 야외요가 밋업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 부분은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가 되었다.
딥코브
친구가 캐나다에 오고 초반에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일정을 소화하기에 바빴다. 동시에 내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좋았던 곳들을 소개해주었다. 밴쿠버에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기에 모든 곳을 보여줄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아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빅토리아, 노스벤쿠버에 위치한 딥코브는 보여줄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여행인지 일인지 헷갈릴 만큼 바쁜 일정들이 끝나고 동부로 넘어갔다.
아로마미팅 / 토론토행 아침비행기
약 5시간의 비행을 통해 토론토로 넘어갔고 그때부터 있었던 일정은 여행일정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바쁜 일정은 끝이 나지 않았다. 제품촬영도 함께 했기에 더 바빴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동부여행을 할 때는 여행사를 통해 돌아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나와 친구는 여유롭고 좋은 곳이 있으면 충분한 시간을 원했지만 단체로 하는 여행이었기에 시간을 맞춰줘야 하는 것이 필요했다. 여행사에서도 시간에 맞춰 이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가 정말이지 너무나 땅덩어리가 큰 나라이기에 그런 듯하다.
오타와 퀘벡시티
몬트리올
친구와 내가 한국에서부터 이야기를 해온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호텔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늦게 끝났던 투어인 데다 렌터카를 빌리는 데 있어 시간이 걸렸고 원래도 운전에 미숙한 나인데다 모르는 길을 처음 운전해 보았던 나이기에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나이아가라
처음 받았던 룸에서 업그레이드해 우리는 호텔에서 가장 높은 층의 룸을 받을 수 있었고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나이아가라 폭포의 불빛이 꺼질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이쯤이 벌써 여행의 반이 흘렀을 때였다. 정말 순식간에 흐른 시간들이지만 많은 일들을 했고 그동안 우리는 못다 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었다.
' 나이아가라폭포가 보이는 호텔에서 눈을 딱 뜨면 너무 좋겠다! 우리 꼭 가자 '
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 순간 정말 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한 순간이었다. 이날 나이아가라폭포 보트투어를 하면서도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다. 중간에 큰 이슈가 하나 있었는데 그래서 너무 정신없이 공항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에는 부랴부랴 밴쿠버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비행기 자리에 앉고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내 인생에 이런 날들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말이다.
최근에는 캐나다 밴쿠버에 살면서 해외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이전에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혀 다른 세상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이야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정말 부러워 하기는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물어봤다.
'우리나라 전 국민 5천만 명이라고 했을 때, 캐나다/미국 같은 북미대륙에 와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라고 말이다. 친구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음..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사실 반도 안될 거 같네'라고 답했다.
그리고 친구도 내가 아니었으면 캐나다에 와보진 못했을 거라 했다. 나 또한 이번 기회에 오지 못 했다면 평생 못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밴쿠버로 돌아오고 하루 재정비시간을 가진 후 바로 캘거리로 이동했어야 했다. 우리는 숙소는 예약했었지만 렌터카, 투어에 관련해서는 예약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남들은 숙소보다 렌터카를 가장 빨리 예약한다고 하는 밴프지만 우리는 출발 하루 전에 예약을 했고 밴프에 위치한 유명식당에도 저녁식사 예약을 했다.
빅토리아 다녀오며 만났던 한 아저씨가 추천해 주었던 아이스필드 빙하투어와 곤돌라도 예약했다. 그렇게 출발 하루 전에 전체적인 틀을 잡고 밴프로 향했다. 당시 몰랐지만 모레인레이크와 레이크루이스에 가기 위해서 예약을 했어야 했다. 우리는 가서 예약을 추가로 했다. 이 시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우리는 옷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추웠지만 감기 안 걸리고 잘 넘긴 듯하다. 그리고 정말 멋진 풍경들을 다행히 시간이 돼서 볼 수 있었다. 첫날과 마지막날은 캘거리에 있었고 다른 날들은 밴프와 캔모어의 숙소에 있었는데 막 날씨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비도 내렸고 날씨가 추워서 눈으로 변하기도 했다. 물론 낮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밤에 비와 눈이 내려 아침 아이스필드, 재스퍼로 향하는 길 우리가 보았던 풍경은 정말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밴프곤돌라 / 레이크루이스
재스퍼가는길
캘거리무지개 / 아이스필드
여행을 하면서 친구와 '처음의 설렘'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첫 순간의 설렘은 한 번밖에 없으며 정말 소중하고 두 번, 세 번 했을 때는 그 느낌과는 또 다르다. 아무리 좋아도 처음을 행복, 설렘, 기쁨을 따라갈 순 없었다. 되돌아보면 그랬다. 내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순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순간,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일들을 시작한 순간, 그리고 처음 해외에서 생활을 해보았을 때. 지금.
그래서 이 첫 워홀이 더 설레고 특별함이 오래갔나 보다. 사실 별거 없던 스카이트레인을 탈 때도 다 아름다워 보이고 좋았다. 심지어 내가 도착했을 땐, 겨울이었는데 말이다.
여행 후 하루는 집 앞 공원에서 밴쿠버의 풍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정말 평화롭고 밴쿠버, 캐나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중한 풍경이었다. 드넓은 공원에 강아지와 뛰어노는 아이들, 코트를 설치해 놓고 배구를 하는 어른들, 한쪽에서는 풋살하는 남성들, 한쪽에서는 돗자리 펼쳐놓고 가족끼리 이야기하며 놀고 있는 모습들. 이 모든 풍경들이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콘도 앞 공원. 밴쿠버에서의 일상이었다. 사실 밴쿠버에 카페, 술집 등 오락에 대한 시설들은 발달했다고 볼 수 없지만 테니스, 축구, 배구 등 야외 취미활동적인 부분은 크게 발달했고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그게 정말 큰 장점이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 모습들을 보며 정말 아이 키우기엔 좋은 환경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아이를 키운다면 이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생각으로 이민을 택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반면, 여기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에서의 모든 풍경과 시스템들이 이국적이고 신기하겠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어떤 환경이 나의 일상이었으면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캐나다와 한국의 장단점은 정말 극명하게 나뉘었다. 캐나다가 가진 장점, 한국이 가진 장점. 반면 캐나다가 가진 단점, 한국이 가진 단점. 많은 사람들이 헬조선 헬조선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이 정말 싫은지? 반대로 개나다 개나다 하는 그 시스템들. 지금은 당장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이 아니지만 산다고 생각했을 때 다 감내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당장 영주권을 딴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오니 자연스럽게 이런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