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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Sep 05. 2023

영알못 워홀러 백수가 되었을 때 드는 생각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할 수 있는 힘

지난주 도시이주가 거의 확정이 되면서 밴쿠버에서 생활을 하나둘씩 정리해 가는 중이다. 워홀 처음 오자마자 활동했던 '시니어센터'에 들려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Drake' 에이전시를 통해 단기알바에도 참여했다. 오랜만에 사회활동을 하며 '밴쿠버' 속에 다시 녹아들었다. 봉사를 하면서 그리고 단기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다. 그 며칠간 영어를 안 썼다고 내 영어는 멈춤이 아닌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들린 시니어센터

최근 나는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스스로도 말이 안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당연했다. 과거 공인중개사 준비를 하며 사람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말을 거의 안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땐 한국말도 잘 안 나왔다. 영어든 기술이든 해왔던 기간이 길고 많이 익숙해질수록 멈췄던 기간이 길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대개 '몸이 기억한다'라고 말한다. '다 잊었어'라고 하지만 오래전부터 프로그래밍되어 있던 내 몸이 나도 모르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전에도 매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근엔 더 말이 안 나왔다. 하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20분 정도 흐른 뒤엔 조금씩 귀와 입이 트여 그때부터 조금씩 말을 하곤 했다.


나는 어린 시절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뭐야?라는 질문에 일관되게 '영어공부해'라는 답을 적었다. 영어는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있어 벽이었기에 '영어공부' 해라는 답을 해주곤 했다. 

지금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젠 반대로 '영어공부해'라고 답하던 나에게 되물어보았다.


'이 정도면 네가 원하던 정도가 맞아?'


과거의 나는 영어를 정말 못했기에 '의사소통'이 되기만 해도 얼마나 좋을까? 를 생각했고 그 정도도 너무나 대단해 보였고 단순한 목표였다. 외국에서 살아가기, 경제활동하기, 친구 사귀기 정말 단순하면서 소소한 목표들이었다. 그리고 영어말하기를 써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현재 어찌저찌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을 그려가야 했다. 물론 무엇이든지 다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

공부라는 것은 시작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까지도. 시작하기 전 생각했던 단순한 목표들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는 게 많아질수록 '이제 시작이다'라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배움은 끝도 없고 공부는 끝도 없다. 과거에는 정말 이 정도 수준만 돼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스스로가 계속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니까 말이다.


나는 '영어'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과 앞으로의 나의 길을 확실히 했어야 했다. 여기서 만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또래 친구들은 크게 2 부류로 나뉘었다.


1. 학교를 여기서부터 나온 친구들.

2. 캐나다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영주권'을 준비하는 친구들.


1번 친구들은 영주권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20대에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을 이곳에서 보내며 쌓은 친구들이었다. 한국에서의 경제활동이나 생활보다는 캐나다가 오히려 편해진 친구들이었다. 당연히 미래도 여기서 그려 갈 친구들이었다. 2번은 워홀비자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고 LMIA 비자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다. 2번 친구들은 '영주권'에 집중하여 영주권을 취득한 후 본인의 한국에서의 전공을 살린다던지, 다른 학업을 이어가려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국에서의 경제활동을 하고 쌓아놓은 커리어가 있지만 그 커리어를 놓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친구들이다. 이렇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향의 찾아가는 부분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2번의 선택지로 갈 수 있었고 초반에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이곳에서 자리 잡는 것이 아닌 다른 길을 가길 택했다. 한국 그리고 여기서 내가 만들어가야 할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에 만난 한국인 또래 친구가 말해주었다.


"끝까지 놓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정말 매일 조금씩"


이 친구는 또래이며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로 왔었다. 물론 살아온 과정은 나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말했듯 20대 후반, 30대 초에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경우 영주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나와 나아가는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 이 친구는 나와 비슷하게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물론 이 친구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는 했지만 말이다. )

 

이 말을 들으니 내가 현재 여기서 영어를 쓰지 못해 불안해했던 부분들이 해소가 됐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의 기반을 만들어 놓는 것이 나에게 있어 우선이었고 또 재밌었기에 모든 것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어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갑자기 영어 책을 펴 뜬금없이 복습을 하곤 했었다. 집중도 안 되는데 말이다. 이것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었다. 이것은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시험기간 시절 공부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놀지도 못해 결국 성적도 시간도 버리던 나의 가장 안 좋은 행동 패턴이었다.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우선 그 부분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원하는 영어 말하기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구체화하고 그려보는 중이다. 목표가 없으면 갈피를 못 잡는 게 당연했다. 그랬기에 목표를 정말 구체화해서 생각해 보는 중이다. 그리고 다른 중요한 부분은 매일, 조금씩, 꾸준히의 힘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영어를 1도 못하던 사람으로서 밴쿠버에 오고 6개월간 정말 영어환경에 노출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는 지금까지 부딪히며 성장하는 나의 모습들에 대해 적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 노력을 다른 방향에 기울이며 영어에 대한 성장의 속도가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영어'에 대한 부분 꾸준히 성장해 왔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글을 꾸준히 적어가야 하고 스스로도 계속 이루어가야 한다는 어떤 무언의 압박감? 을 느끼게 돼서 이 부분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영어에 대한 성장속도가 줄어드는 것.

이 부분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느낄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는 빈도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얻었던 가장 큰 부분은 '영어 말하기가 향상된 것'이 아니었다.

영어를 '매일, 조금씩,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힘이었다.  

또한, 이젠 영어, 해외가 두려워 도망가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이다. 이전이라면 해외라는 벽 앞에서 도망갔을 테지만 이젠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용기'를 얻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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