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 고양이 다큐멘터리
"사라진 대상과 점차 합일되는 도시 괴담의 얼굴을 한 인드라망 고양이 다큐멘터리"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네는 좋은 동네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해코지 하지 않는 동네는 자연스럽게 고양이들이 사람을 많이 경계하지 않는 동네고, 동네 사람들이 그만큼 공격적이지 않고 작은 동물을 대할 때 배려한다는 뜻을 품는다.
<고양이 사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시기, 일본의 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고양이가 없는 마을은 이상하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보이는 동네의 모습에는 고양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스코트 캐릭터나 지나가는 화물 차량의 마스코트 캐릭터, 엉성한 그라피티로만 언뜻 보일 뿐이다. 카메라는 구석구석 고양이가 있을 법한 좁은 골목이나 건물 틈, 주차된 차량 밑을 탐색하지만, 고양이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의 흥미를 끌기 위해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도 돌아오는 답변은 없다.
동네를 지나다니는 개들, 개의 형상을 한 조형물들을 발견한 카메라는 어쩐지 그들이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라고 말하는 듯한 음산한 메시지를 읽어낸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욱 뛰어나다며 고양이가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양이에게도 전파될 수 있으니까, 고양이가 사람들을 피하는 게 아닐까, 혹은 고양이들이 무슨 일을 겪었기에 동네에서 자취를 감춘 것일까, 아직 확실하지 않은 가설들이 펼쳐진다.
카메라는 고양이들이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어느새 사유지에 무단출입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건 곧 고양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고양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된다. 고양이가 없는 기이한 상황의 원인을 추리하는 건 곧 사라져 버린 대상과 자신의 마음을 겹쳐본다는 걸 의미한다.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고양이가 흔적을 감춘 동네에서 마침내 자신이 고양이가 된 카메라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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