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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Dec 17. 2020

`나는 회화나무를 보았다`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낡고 남루한 고택

삐그덕 거리는 문을 열자

마당가에 오래된 회화나무 한 그루

소탈하게 구부러진 가지와

사연의 무게만큼 기울어진 시간이 지나고 있다

수피의 생명선을 파고든 푸른 이끼를

흉터처럼 새기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오래된 꿈들이 먼지처럼 모였다 사라지고

총기 잃은 까마귀 한 마리 나무에 걸려있다


지팡이 하나로 마법을 부리듯

언젠가 그 가지로 시를 쓸 수만 있다면



( `회화나무는 영험하단다. '행운을 주는 나무'라고도 하고 '선비의 나무'라고도 하는데 학문이 높은 학자에게 임금이 하사 했다고 하는구나. 미색의 하얀 꽃은 밤이면 고즈넉한 처소를 달빛과 어울려 은은하게 비추며 액귀로부터 지켜 주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판관이 재판 전에 이 나무의 가지를 꺾어서 책상 위에 놓고 판결을 했는데 나무에 서린 영험함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염주처럼 생긴 열매는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는데 주로 까마귀가 먹고 상서로운 일이 생길 집으로 날아가 미리 알려 주었다고 한다. 팽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 어귀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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