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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Feb 13. 2021

사막의 바다를 만나다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모래시계를 샀다.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지만 꼭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 망설이다 돌아서곤 했다. 올해는 그러지 않기로 생각을 바꿨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직접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것은 시대의 반영일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자세일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자 많은 디자인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지금 만들어진 신제품을 사야겠다고 매장으로 갔다. 그런데 종류는 한 가지뿐이었다. 신제품인지 구제품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투명한 아크릴 소재의 직육면체로 만들어진 손바닥에 들어오는 크기였다. 속에든 모래의 색깔만 흰색, 회색,으로 구분될 뿐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둘 다 집어 들었다.
 또 다른 매장으로 갔더니 거기엔 모래시계의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모양과 소재는 같아 보였고 단지  1분, 3분, 5분이 검은색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거침없이 세 개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책을 읽다가 모래시계를 눈높이로 올려놓고 바라본다. 글을 쓰면서 바라보기도 한다. 갇힌 공간에 혼자 있으면서 모래시계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기도 한다. 

 모래시계는 시간을 낙하시킨다. 위층에 있는 모래를 좁고 가는 통로를 통해 밑으로 흘러 보낸다. 가늘고 좁은 통로를 통과한 모래는 쌓이면서 시간의 과거를 보여준다. 집요하고 꾸준하게 좁은 통로를 찾아가는 모래는 순간 사구처럼 능선을 만들고 떨어지는 순간 과거로 쌓여간다. 모래시계 속에는 시간의 미래와 현재가 보이고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바닥에 쌓인다.
 아날로그시계는 초침의 째깍거림으로 분침을 움직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침에 도달한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일정하게 둘레를 원으로 그리며 한 번의 호흡도 어긋나지 않게 돌고 있는 초침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힌다. 날카로운 초침의 끝이 내 목을 겨누는 칼날처럼 느껴지곤 한다.


 모래시계는 시간의 유한을 한눈에 보여주지만 반복적이고 일정함이 주는 지루함은 덜한 것 같다.
나는 모래시계를 통해 시간의 생성과 소멸을 보기도 하고 사막을 떠올리기도 한다. 갖가지 색깔의 모래시계를 통해 꽃이나 나비를 연상하기도 하고 울트라 마린 색상의 모래시계에서 저 멀리 바다에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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