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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Feb 12. 2021

워낭소리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 집에서 키우던 소는 코뚜레가 있었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가 꿰었던 코뚜레는 악귀를 쫓고 복이 찾아온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코뚜레를 방문 앞에 걸어두거나 방안에 걸어두기도 합니다. 덩치 큰 황소의 고집을 꺾게 하고 순종하게 만든 코뚜레를 가짐으로써 닥쳐오는 어떤 역경도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신적 위안과 평안을 빌었던 것 같습니다.

 코뚜레는 소와 인간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첫 번째 접점입니다. 코뚜레를 통해 소를 부리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소는 사람의 지시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소통합니다. 고삐를 통해서 코뚜레로 전달되는 미묘한 기류를 소는 느끼고 예감했을 겁니다. 코뚜레는 말 못 하는 소에게 사람이 전하는 확실하고 분명한 의사표현의 도구였습니다. 그것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이고 단도직입적입니다. 가차 없고 직선적입니다. 소에게는 억압과 구속이었고 사슬이었을 것입니다. 평생 동안 일한 소가 생을 마감했을 때 남긴 것은 코뚜레일 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한 소의 성실과 희생과 순종의 상징인 코뚜레가 집안을 지키게 됩니다. 소와 사람의 관계가 끝나는 마지막에도 코뚜레가 있습니다.  

말이나 소에게 물리는 재갈과 코뚜레는 소통과 공감으로 포장된 복종과 순종의 또 다른 단어일 수 있습니다.


소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코뚜레가 없이도 고집 센 소를 움직이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제 갈길을 가는 소의 걸음에 맞춰 워낭 소리가 들려오는 한해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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