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출신 개발자의 장단점
저는 이제 개발자로 일한지 곧 2년이 되는데요, 지금까지 이 일이 꽤 잘맞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개발자가 되기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개발자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경영학과 학생이었고, 학과 공부가 잘맞고 재밌었기 때문이죠.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창업자나 경영자가 되고싶다는 목표로 공부했고, 그래서 경영학과에 진학했었습니다. 실제로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수업들은 경영자에게 필요한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용도 꽤나 재밌었죠. 기업 내부의 숫자를 다루는 '회계'나, 외부에서 기업의 숫자를 보는 '재무', 효율적인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조직행동론', 기업의 전략을 분석 및 공부하는 '전략경영' 등등 다양한 분야를 신나게 들었습니다. (당장 사회초년생이 될 대학생들에게 유용한 공부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창업동아리에 들어가서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사업도 잠시 해보고 IT전략경영학회에서 학회 활동도 했습니다. 잠깐 사업을 할 때에는 아침부터 막차 때까지 일을 하거나 시험 하루 전에도 밤새면서 서비스를 운영해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이 때 더욱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죠.
창업을 목표로 할수록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바로 직접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시도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는 대부분 IT 서비스였는데, 개발을 직접 하지 못하다보니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항상 아쉬움이 따랐던 것입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 같은 학과의 선배가 온라인 코딩 교육 서비스를 창업하여 해당 서비스를 통해 조금씩 코딩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저에게 코딩 공부는 여전히 전문적인 개발자가 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발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교양 공부의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개발자를 직무로 삼은 것은 매우 현실적인 계기였습니다. 개발과 관련된 학위가 있으면 병역특례로 복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인데요, 사실 아예 무관한 분야에서 새로 공부해야하고 또 기업에 합격하지 못하면 군대가 그만큼 늦춰지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결국 고민끝에 (4학년 2학기에 이미 신청해둔 군휴학을 취소하고) 관련 학과(컴퓨터과학과)로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해당 학기에는 3, 4학년 수업만 열려서 첫 학기부터 난이도 높은 수업을 들어야 했었는데요. 이는 매우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개념들인데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았고, 타과생이라 주변에 물어볼 친구도 없었습니다. 한 번은 교수님께 찾아가서 질문하니까 그런 기초 개념은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하라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었죠. 또한 입사를 위해서는 학교 공부 외에 코딩테스트를 위한 알고리즘 공부도 틈틈히 병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지인을 통해 관련 컴퓨터과학과 선배를 찾아서 멘토링을 받기도 했고(ㅅㅈ형 고마워요!), 새벽까지 공부하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경영학과 수업을 들으면 조모임이 많아서 지인이나 친구가 늘어났는데, 컴퓨터 공부를 하니까 혼자 방에서 새벽까지 컴퓨터랑 있어야해서 친구가 줄어들더라구요.
다행히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점을 받으며 첫 학기를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방학때부터 좋은 회사에서 남은 한 학기랑 병행하며 미리 일을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4학년 2학기에 컴퓨터과학과 부전공을 시작해서 한 학기 초과학기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했던 언어나 스택 등의 실무 공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문과생 출신 개발자로서 느끼는 장단점은 명확했습니다. (사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장점은 소통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는 컴퓨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직무 못지않게 소통이 많은 직업입니다. 기획자와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디자이너와 소통하기도 하고, 다른 개발자와 소통하는 경우도 많죠. 다행히 조모임을 하는 등 평소에 협업했던 경험이 많아서인지 개발을 모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보다 비개발자의 입장에서 말하고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느꼈는데요, 바로 전문성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생활 내내 경영학(경제학도 부전공을 했었습니다) 공부를 했는데, 마지막 1년에 대한 공부로 직업을 삼는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진짜 유명한 반도체나 시스템 설계자는 관련 전공 석/박사들이고 개발자 중에서도 전산학과/컴퓨터과학과 출신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부트캠프를 통해 양성되는 개발자들과, 고등학생 때부터 개발을 공부한 뛰어난 마이스터고 친구들도 있는데, 그 속에서 제가 전문성을 갖고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던 것이죠. (제 주변 친구들이 취준 시기가 되면서 대기업, 로스쿨에 가거나 CPA,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볼수록 그런 생각은 커져만 갔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전문성은 이제부터 길러나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초에 제가 목표로 했던 창업가를 생각한다면 개발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자 직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제는 틈틈히 개발 공부도 하면서 재미있게 전문성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개발자가 된 지금, 정말 직무를 잘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생각하는 범위도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저는 취미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데요, 개발을 배운 덕분에 제가 직접 구독 신청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게 되었죠.
(사이드프로젝트나 뉴스레터 운영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뤄볼게요!)
사실 요새 코딩 공부가 각광받고 있지만, 모두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유망하다고 해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으면 재미있게 일할 수 없고, 실력을 키워나가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간단한 파이썬(그리고 가능하다면 파이썬을 통한 업무자동화나 웹크롤링 등) 코딩 공부는 필수 교양의 느낌으로 모두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죠. 실제로 많은 산업과 직무에서 점차 컴퓨터를 활용하게 되고 있습니다. 코딩 경험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변화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실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코딩은 일상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인턴을 할 때 수많은 쇼핑몰 주소를 갖고 판매중인 제품과 가격을 정리해야했던 경우가 있었는데요, 코딩을 통해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코딩을 접해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 혹시 코딩 공부는 하고싶은데 방법에 대해 고민중인 분들이 있으시다면,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온라인 코딩스쿨, 코드잇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