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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Sep 19. 2020

프로세스가 기업문화를 만든다

기업문화는 수단이 아니라 결과이다

#복지는 기업문화가 아니다


내가 대학교 신입생일 때에는 선배들 중에서 스타트업에 취업한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 토스', '마켓컬리' 등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지원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기업(특히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기업문화가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휴가를 더 준다든지, 자기개발비를 준다든지, 간식을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항은 '복지'이지 '기업문화'가 아니다.


복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복지도 누군가에게는 그 기업에 애사심을 갖고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고 싶은 말은 복지가 '틀린'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랑 '다르다'는 것이다.




#'좋은' 기업문화라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기업문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문화란,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기업문화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구성원들이 행동하는 방식과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나쁜 기업문화라고 하면 강제로 시간을 떼우기 위해 원하지 않는 야근을 하는 분위기, 꼰대같은 상사들 밑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문화 등을 뜻한다.


그러면 좋은 기업문화는 반대로 야근을 하나도 안하고, 가르쳐주려는 상사가 넘쳐나는 기업일까? 


누군가는 야근을 하면서 더 배우고 일하는 것을 즐기고, 누군가는 딱 8시간 확실하게 일하고나서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모든 사람의 취향이 다른 것처럼 모두에게 좋은 기업문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세스가 기업문화를 만든다


만인에게 좋은 문화는 없더라도 본인이 선호하는 기업 문화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문화를 찾아가고, 경영자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직원뿐만 아니라 경영자도) 기업문화는 상위 직급자가 '이런 문화가 좋겠다!'라고 정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단 조직 문화란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공통의 목표를 위한 행동양식이다. 


즉, 업무를 하는 방식과 목표 설정이 기업 문화를 구성해나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책임과 권한을 직급에 따라 분배하고 명확한 체계와 질서로 일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수직적인 기업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며 토론하고 회의하는 방식으로 일하다보면 수평적인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업문화를 목표로 한 '특정한 정책'이 아닌, 일상의 업무방식이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현재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개발팀에 있는데, 입사 초반에는 개발팀이 두 팀(프론트엔드, 백엔드)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후 회사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 등의 이유로 한 팀이 되었는데, 소통을 통해 서로의 분야를 알아가야한다는 취지를 알고 있음에도 팀을 합치거나 공지를 받는 것으로는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다른 팀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업무 프로세스가 바뀌면서 우리 개발팀의 문화도 빠르게 바뀌었다. 우선 기존의 비슷한 분야의 개발자끼리 대화하던 채널(채팅방)을 없애고 전체 개발팀의 채널에서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그리고 각자의 업무에 대해 리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외에도 몇 가지 프로세스 변화가 있었는데, 이러한 업무 방식의 변화로 인해 현재는 자연스럽게 한 팀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더욱 협력하며 일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팀은 나아가는 과정이며, 어떤 프로세스가 좋을지 나도 종종 고민을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CEO나 팀장이 아니더라도 프로세스를 바꾸는 데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원하는 기업문화가 있는 사람들은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영자나 높은 직급이 아니라서 거창하게 기업문화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진 못하더라도, 회의에서 제안한 약간의 업무 프로세스 변화가 더 큰 기업문화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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