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읽고나서
관리자와 직원은 모두 회사에 필요한 존재이지만 서로의 역할은 매우 다릅니다. 직원은 실무에만 집중해도 되지만, 관리자는 실무를 하는 동시에 관리 업무도 수행해야 합니다. 여러 직원과 함께 조직을 성장시켜야 하는 관리자에게는 많은 역량이 요구되는데요. 오늘은 인텔 전 회장인 앤드류 그로브가 집필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참고하여, 관리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관리자가 아닌 직원에게도 시사점을 제공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리자의 업무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인력, 돈, 자본 등의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리자가 매일 할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을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직원들의 롤모델이 되려는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정주부처럼 관리자의 일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항상 마쳐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의 양이 할 수 있는 일의 양보다 많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여러 개의 공을 돌리며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곡예사처럼 자기 조직의 결과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여러 활동에 자신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수시로 전환해야 한다. 관리자는 자신의 레버리지가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으로 움직여야 한다.
업무 범위가 뚜렷한 직원에 비해 관리자는 상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책에서 앤드류가 관리자를 가정주부에 비교한 것처럼) 마치 집안일을 할 때 바닥을 닦고 빨래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해도, 내가 끝내지 않는 이상 할 일이 계속 남아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관리자에게 있어서 시간을 할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 내용을 보고 저는 어느 실리콘밸리 출신의 개발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한 이야기(한기용 님의 EO채널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관리자가 될수록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관리자가 되고 역할이 커질수록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완벽하게 할 수는 없으니,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여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관리자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시간이 촉박한 일들' 간의 빈 곳을 ‘필요하지만 촉박하지 않은 일들'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
- 처리능력을 넘어서는 일은 거부해야 한다.
관리자는 원재료 재고(해야 하지만 당장 끝낼 필요가 없는 일들 - ex. 장기적으로 부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관리자가 재량껏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프로젝트 재고'가 없다면 관리자는 직원을 간섭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쓸 것이다.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은 중요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어떻게'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지가 관건인데요. 저자는 급박한 일을 진행하면서 틈틈이 장기적인 작업을 챙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기적인 작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급박한 일이 끝났을 때 필요 이상으로 직원에게 간섭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급박한 일만 처리하느라 필요한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개인적인 업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인 저는 매주 회의를 통해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기능을 설정하는데요. 만약 개발자가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코드의 구조나 퀄리티에 신경 쓰지 못하게 됩니다. 틈틈이 코드의 안정성을 챙기지 않으면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쉽게 버그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코드의 퀄리티 등의 문제로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을 기술 부채라고 합니다.) 이는 비단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직무에 있어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기획자의 경우도, 매번 새롭게 진행할 작업만 신경 쓰다 보면 서비스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놓칠 수 있는 것입니다.
경험상 관리 감독이 주 업무인 관리자 한 명은 여섯 명에서 여덟 명의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 각 직원에게 매주 4시간의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서 나온 것이다.
사소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내용입니다. 아마 큰 회사에 다니고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고민 없이 인사팀에서 정해준 대로 관리할 팀이 결정될 것입니다. 작은 스타트업이라면 인재 여부나 사업 방향에 따라 자주 변동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사실 관리자가 관리하는 직원의 수는 관리자의 역량이나 조직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에, 저는 저자가 설정한 기준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인사팀이거나 관리자라면, 여러 상황과 관리자의 리소스를 고려하여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적합한 직원 수가 어느 정도일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회의는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수단이다. 이 말은 회의의 존재를 비난하고 거부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회의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 정보와 노하우 제공 목적의 회의는 지식이 공유되고 정보가 교환되는 ‘과정 지향 회의'라고 부른다. 이런 회의는 정기적인 일정에 따라 열린다.
- 의사결정 목적의 회의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한 ‘미션 지향 회의'라고 부른다. 이 회의는 문제가 발생할 때 즉석에서 열리기 때문에 미리 일정을 세우지는 못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회의로는 문제와 이슈의 80%밖에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 20%는 미션 지향 회의를 통해 다뤄져야 할 것이다.
(회의가 많으면 조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 ...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미션 지향 회의에 업무시간의 25% 이상을 쓸 때가 진짜로 조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징후라고 말이다.
관리자라면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렇게 회의에 참석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회의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실제로 조직문화 팀에서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자'는 것을 강조하는 회사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회의가 많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일대일 면담, 직원회의, 운영 점검 회의와 같은 과정 지향 회의는 관리자 업무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진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이라는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미션 지향 회의'가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 회의의 의장은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회의가 정말 필요한지', '회의 소집의 이유가 충분하고 정당한지' 스스로 자문하고, 하나라도 '예'가 아니면 회의를 소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을 내릴 단계에 다다랐지만 아직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상급자가 포지션 기반의 힘과 권위를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 하지만 상급자가 그보다 일찍 자신의 권위를 행사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뿐더러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관리자의 핵심업무 중 하나는 사전에 다음과 같은 여섯 개 질문에 답을 마련해놓는 것이다.
-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 언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 누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 결정을 내리기 전에 누구와 상의를 할 것인가?
- 결정에 대해 누가 동의 혹은 거부를 할 것인가?
- 결정된 사항을 누가 알아야 하는가?
만약 최종 결정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기대와 크게 다르다면, 통보를 하되 그로 인한 이슈를 피하지 말라.
미션 지향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이때 최종 결정권은 상급자인 관리자에게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통일시키기 어렵다면 관리자가 판단하여 결정을 해야 하는데, 관리자는 이 과정에서 판단 기준과 시기를 명확히 설정하고 충분한 의견이 나오기 전에 권위를 행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무엇이 프로다운 것이고 적절한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친구인 부하직원에게 성과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상황을 상상함으로써 스스로를 실험해보라. 그런 상상을 하면 마음이 거북해지는가? 그러면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지 마라.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당신은 개인적 관계를 통해 업무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회사의 사람들, 특히 상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저는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자는 이에 대해 프로답게 공과 사를 잘 구분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개인적 관계를 형성하라고 말합니다.
몇몇 연구자들은 어떤 특정 상항에서 최고의 관리 스타일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에 근본적인 변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변수는 바로 직원의 ‘업무 관련 성숙도(Task-Relevant Maturity, TRM)’로 학력, 교육, 경험뿐만 아니라 ‘성취 지향의 정도'와 ‘책임지려는 자세'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직원의 TRM이 높아지면 효과적인 관리 스타일은 구조적인 방식으로부터 소통, 감정적 지지, 격려가 요구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즉 관리자는 담당 업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직원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적인 관리 스타일이 의사소통 중심의 관리 스타일보다 가치 없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좋다' 혹은 ‘좋지 않다' 식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해서는 안 된다. 가장 효과적인 것이 있을 뿐임을 명심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좋은 통제 방법은 없음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직원이 얼마나 업무에 익숙한지에 따라 적합한 통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업무의 방향성을 설정해주는 구조적인 관리 방식이 효과적이고,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하고 의욕적인 직원에게는 직접적으로 업무 방식을 결정해주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지지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내가 중간관리자에게 확실한 공식을 알려줄 수는 없다. 하지만 숙고해볼만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1. 관리자로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정보전달자에 불과한가?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가? 부서 내에서 업무를 진정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면 당신은 분명 관리자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의 핵심적인 요지는 바로 해당 부서의 성과가 바로 관리자의 성과라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관리자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책임하에 있는 직원의 성과와 그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써야 한다.
2.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을 잘 알고 있는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꿰뚫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의 상사(경영자)나 타인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기를 그저 기다리고 있는가? 당신은 다른 사람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일원인가, 아니면 섬처럼 홀로 존재하는가?
3. 당신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법, 새로운 기술을 단순히 인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시도하려 하는가, 아니면 그런 새로운 것들이 당신의 일터와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누군가가 알려주기를 그저 기다리고 있는가?
많은 고민과 노력을 거듭해도 자신이 훌륭한 관리자인지, (자신이 직원이라면 자신의 관리자가 좋은 관리자인지)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 위에 언급된 저자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과연 여러분(혹은 여러분의 관리자)은 훌륭한 관리자인가요?
앤드루 그로브는 인텔의 전 회장으로서 많은 업적을 쌓아왔고, 이 책을 통해 모호한 관리자의 업무를 명확히 구조화하여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저자의 의견이 전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인텔은 제조업 회사이고 책은 수십 년 전에 출판되었으며 훌륭한 관리자에 대한 정의나 관리자의 올바른 역할은 회사의 종류나 상황, 시기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관리자에 대한 저의 생각 역시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훌륭한 관리자란 어떤 관리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