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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BFirefly Sep 11. 2020

차별

1


1980년대 초 김용옥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얼마 안 있어 이어령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어령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조심해라. 우리 사회는 못난 놈은 밟아죽이고 잘난 놈은 띄워죽인다.” 이 말에서 못난 놈을 밟아죽이는 것과 잘난 놈을 띄워죽이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우리는 우월감과 열등감이 동전의 양면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이해를 차별이라는 개념에 연결시켜 볼 수 있다. 우선 못난놈을 밟아죽이는 행위는 어떤 사람을 나보다 못하다고 판단하여 차별하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차별이 잘난놈을 뛰워죽이는 것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차별하는 의식과 행위는 단지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대상뿐만 아니라 나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대상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리는 이런 행위까지 ‘차별’이라고 명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이런 반대 방향의 영향도 반드시 존재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낳는 의식은 나 자신을 무시하는 의식을 낳으므로 우리는 ‘타인을 차별하는 것은 나를 차별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2


차별하는 마음의 뿌리는 두려움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어떤 면에 불편함을 느낄 때 이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이 사람을 차별한다. 이 불편함은 두려움의 표현일 것이다. 달리 말해 우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차별한다. 이것은 그 자체로서는 부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기위한, 이른바 소극적인 반응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별은 많은 경우 습관, 곧 거듭 반복되는 행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지 두려움을 피하는 것에 더해 차별 의식과 행위를 좋아하게 된다. 달리 말해, 차별이 습관으로 정착됨은 많은 경우 그것이 도착으로 고착됨을 뜻한다. 이러한 도착은 우리 심성 안에 도사린 악마성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차별도 도착이 됨으로써 우리는 자기 차별과 비하와 학대를 한편으로 좋아하게 될 수 있다.


3


차별의 근원이 되는 두려움은 많은 경우 그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차별은 무지 및 자기 기만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도 있다. 차별하지 않으려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확하게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두서없이 말해본다면, 우선 독일 철학자 헤겔이 <정신현상학>이라는 책에서 한 말 “진실은 전체이다”가 한 중요한 지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대상을 제대로 알려면 그 대상을 전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더하여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에리히 프롬이 제시하는 한 주장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는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기 도취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이성’과 ‘겸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롬이 사랑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덕목은 차별하는 의식을 극복하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차별하는 의식에 포함된 자기 확신과 이기심을 없애는데 겸손이라는 덕목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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