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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BFirefly Mar 27. 2019

김우창 선생 때문에

⁠⁠"문장의 힘은 감상(感傷)에서도 응고된 관념에서도 오지 아니한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을 꿰뚫고 그것과 더불어 움직이는 언어의 리듬에서 온다. 좋은 스타일이 파토스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그 파토스는 생존과 역사의 진실이 가능하게 하는 파토스이다. 그리하여 가장 추상적인 철학 사고에도 또 가장 실증적 사실의 해명에도 이러한 진실의 파토스는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이 언어 속에 묻어날 수 있는 것이다."  

                                                                            (<법 없는 길>, "전체적 반성", 446)


어떤 훌륭한 통찰은 여러 책에서 만날 수 있으나 또 어떤 훌륭한 통찰은 한 책에서만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위에 적은 김우창 선생의 말씀은 두번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다.


"문화에 대한 이해의 기초가 되는 것은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이다."  

                                                                            (같은 책, "학문의 정열", 450-51)


오늘 아침에 이 문장을 읽고 다시금 내가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너무 모른다는 가책을 느꼈다. 그래서 이 방면으로 더 책을 읽어야지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오늘 저녁 시립도서관에서 이규태 기자가 한국문화에 대해 쓴 책 두 권을 빌렸다.


김우창 선생 때문에 근래에 가끔씩 사는 게 힘들어지는 때가 있다. 그러니까 선생의 학문과 인품의 경지가 너무도 높아서 인문학자를 보는 내 눈이 너무 높아졌고 따라서 용렬한 인문학자에 대한 참을성이 빈약해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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