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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적인 체험 Jan 10. 2018

[한 잠] 이별을 해야만 한다면

사랑에 여러 모습이 있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그 중에 이별이 있는 줄은 몰랐지.

꿈 같은 순간은 꿈을 꾸는 것처럼 좋다는 것과 꿈처럼 언제고 깰 수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라는 것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지.

나는 이별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사랑을 해야만 한다는 말보다 더 힘이 센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


끝나버린 사랑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말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다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영원은 믿지 않지만, 사랑은 믿는다는 것.

그래서 영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랑을 여전히 꿈꾼다는 것.

 

*


인연이나 운명에 대해서 맹렬하게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만약에 우리의 생이 반복되어, 지금 인연이 닿았던 많은 사람들을 전생에서 만났거나, 다음 생에서도 만나야 한다면 말야. 그래서 이별을 이미 했었고, 앞으로도 반복해야 한다면 말야.


아마 전생에는,

나는 어느 시장 가장 구석진 자리의 어설픈 상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알록달록한 조약돌이나, 조개 같은 것을 주워다가 얼기설기 엮어서 아주 형편 없는 목걸이를 만들어 팔았을 지도 모르지. 누군가는 그 목걸이를 대충 뒤적이다가, 에이 이 쓸모 없는 것! 하고 지나가거나 또 어떤 사람은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사지 않고 지나가기도 했을 거야.

지난 사랑은 아마 내 첫번째 단골 손님이었을 지도 몰라. 실망한 나에게, 이 것 참 멋진 걸요. 하고 오래오래 머물렀을 지도 몰라. 그래서 용기를 얻고 그 후에 더 정진하여 대단한 상인이 된 내가, 죽음을 앞두고 '다음 생에는 그 손님과 꼭 사랑하게 해달라'고 바랐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번 생에 이렇게 또 만나서 해야만 하는 이별을 했다면,

다음 생에는 우리 교실에서 만나자.


1학년 때부터 단짝 친구가 되어 오래오래 재밌게 지내다가 졸업을 하게 되어 예전처럼 못보게 되어도,

같이 많은 것들을 하면서 성장했음을 아니까   

앞으로 잘 지내, 라는 말에 너무 상처받아 하지 않아도 되고

이제부터는 서로 모르는 시간 속에 살게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

함께 한 시간들은 나중에 떠올리면 그리운 젊은 날의 어느 한 장면처럼 남을테고.


*


꿈에서 깨어 다시 긴긴 겨울잠에 들어간.

다시 봄을 기다리는

2017.12.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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