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心志

by 풍경

마음의 심지

느슨하여

몸이

엿가락마냥

축 늘어지니

머리는

시시각각時時刻刻

산란散亂하다

중심中心을

똑바로

세우지 못하니

백여덟 가지

소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일곱 빛깔

무지개 세상에

현혹이 되네

서른세 마디

척추 꼿꼿이

치켜세우고

시뻘건

등불을

불호령 삼아

마음의 심지

바투 잡는다

/


느슨한 일상은 느슨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마음은 점점 흐트러지고 잡다한 생각과 유혹에 붙들린다. 그렇기에 느슨함은 여유와는 다르다. ‘여유’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사리 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즉 ‘느긋함’이다. ‘느슨함’은 ‘느긋함’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긴장됨이 없이 꽉 조이지 않고 풀어져 헐겁다는 의미이다. 즉 ‘느리다’의 의미와 유사하다.

내일이 개학인지라 지난 일요일에 학교에 가서 대강 2학기 평가 계획을 살펴보고 개학 준비를 했다. 오늘도 학교를 갈 요량이었으나 혹시나 해서 교재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오후에 딸아이 학년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서 전 학생이 개별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던가. 결국 딸아이의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올 때까지 자동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셈이다.

개학날에는 담임이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데다가 갑작스럽게 우리 학교마저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가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제 밤에는 내일 일찍 보건소 가는 일, 학교에 연락하고 담임 업무 처리할 일, 수업 교체 등등을 생각하면서 하루로 끝나지 않고 며칠 계속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침착하게 학교에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 평소 집에서도 학교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학급 아이들과는 반톡으로 연락이 되는 상황이었다. 집에서 미리 프로그램을 설치하니 메신저로 학교나 학년 전달 사항을 받아볼 수 있어서 혹시나 며칠 늦어져도 교과 수업까지는 가능할 정도였다.

오늘 아침 일찍 서둘러 보건소에 도착했지만 벌써 50명 가까이 줄 서 있었다. 가족 단위, 연인 사이, 나이 드신 노부부 등 전 연령대가 골고루 섞여 있었다. 공항에서 검사를 받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길게 줄 선 모습은 TV에서나 본 광경이었다. 긴박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다.


코로나 검사를 하는 앞 쪽에서 엉엉 우는 꼬마를 달래는 소리가 들려오고, 옆에서는 잘했다고 어르는 어른들의 모습이 낯설었다. 저쪽 편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줄을 서지 않고 직원한테 가서 사정하는데 직원도 난처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학교 업무를 파악하고 아이들한테 전달사항을 공지하고 수업 자료도 살펴보았다. 그새 동학년을 맡은 젊은 국어과 선생님은 벌써 교재 연구를 끝내고 메신저로 자료를 공유해줬다. 선배 교사로서 늘 긴장을 늦추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한발 늦었다. 오후 시간에는 공유할 자료들을 대강 정리했다.

평소와 달리 오늘 하루는 유독 길게 느껴졌다. 무난한 일상을 보내다가 갑작스러운 일들이 닥치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느긋함과 느슨함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느긋함은 준비된 사람의 너그러운 마음에서 비롯되고, 느슨함은 준비되지 않아 걱정이 많은 사람의 조급한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을. 그간 방학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여 중심을 바로 세우고 일상이 느긋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사진 출처 : pixabay]
# 심지 / 2021. 8. 16.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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