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마지막 날은 왠지 여름의 끝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그 지난한 여름의 시간과 안녕! 하고 작별해야 할 것만 같은 날이다. 늘 시간 속에 있을 때는 못 느끼다가 어떤 경계에 닿으면 못내 아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던가. 늘 ‘이럴 줄 알았으면’이라는 아쉬움을 남긴 채 성급히 다음으로 넘어가곤 하지만 사실 시간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는 듯하다.
시간은 어김없이 오고 가기에 매정한 듯해도 사실 가장 공평한 배분이 아닐까 싶다. 시간만이 아니라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나간 시간에 갇혀 몽상 속을 헤매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어김없이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일정하게 낙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남은 모래알의 개수를 헤아리는 일은 무의미하다. 다만 어떤 모습으로 낙하하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오늘 하루도 수천, 아니 수만 개의 시간의 모래알이 낙하했을 수 있다. 나는 그중 얼마나 의미 있는 낙하를 했을까. 단호하게 떨어지는 지난봄의 화려했던 꽃잎처럼 나의 지난여름은 어떠했으며 다가올 나의 시간은 어떻게 낙하해야 할까. 9월을 맞으며 낙하하는 시간의 의미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