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波紋

by 풍경

똑.

똑.

빗방울이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냐고

괜찮냐고

딱새처럼

따박따박

내려앉는다

빗줄기는

바닥에 날카롭게

내리꽂힐 것 같아도

중심점이 되어

어떤 애는 크게

어떤 애는 작게


자기만큼의

동그라미를 그린다

빗방울에도

삶의 질량이 있나 보다

빗방울에도

삶의 무게가 있나 보다

크고 작은

삶의 파문波紋이

물결처럼

일었다가 사라지며

흥겹게 춤을 춘다

/


지난 금요일에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1차 접종 때보다 두통, 근육통이 심하고 감기 증세처럼 오한이나 미열이 계속돼서 오늘 낮까지도 맥없이 누워만 있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몸은 근질거렸다. 예전이었으면 이런저런 핑계로 외출을 포기했겠지만 ‘일단 나가보자, 비가 심해지면 돌아오자’는 마음으로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섰다.

1층 현관을 나서는데 코로 들어오는 상큼한 공기와 비 냄새에 왠지 몸이 가벼워졌다. 문득 어린 시절의 어느 비 오는 날이 떠올랐다. 어릴 때는 몸이 허약해서 잘 나가 놀지 못하다 보니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소심한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안에서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가슴에 묻어두는 일이 많았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그렇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것들을 조금씩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적이 드문 숲은 온통 비로 물들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숲을 한 바퀴 천천히 돌고 카페 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유심히 지켜봤다. 빗줄기는 날카로운 직선인데 바닥에 곧장 내리 꽂지 않고 중심점이 되어 수면 위에 부드러운 원을 그렸다. 그리고 크고 작은 파문이 꽃이 피고 지듯이 일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물방울의 움직임을 매직아이 보듯이 바라보니 어떨 때는 모두 왼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고 시선을 틀면 오른쪽 방향으로 흘러가게도 보였다. 그렇게 흥겹게 춤추는 빗방울들의 협주곡을 들으며 ‘빗줄기’와 ‘빗방울’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삶에도 크고 작은 빗줄기가 내리 꽂히지만 중심점을 잘 잡는다면 빗방울처럼 크고 작은 원을 그리며 자신만의 파문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 파문波紋 / 2021. 9. 5.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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