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분 : 제주 사람들은 예전부터 화투, 장기 같은 놀이를 할 때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못할 경우 ‘파분!’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제주어 감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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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공터나 옥상에 모여들어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성별도 나이도 다 뛰어넘는 다양한 역할놀이를 했었다. 좋고 나쁜 배역이 따로 없었고 언제든 마음 내키면 멈출 수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무원칙이 원칙인 놀이였다. 한나절 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넘나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 옛날에는 요즘처럼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고가高價의 장난감이 없기도 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길가에 흔한 크고 작은 돌멩이들,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나뭇잎과 가지, 작은 열매들, 발 디디면 널려있는 흙... 자연에서 나오는 그 모든 것이 다 장난감이었다. 흙으로 밥을 짓고 나뭇잎과 꽃잎으로 국과 반찬을 만들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며 우리는 행복해했다.
문득, 우리의 삶도 소꿉놀이처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즐거운 놀이가 된다면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과욕을 부리지도 않고 지금 주어진 삶 자체를 즐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획일화된 삶의 목표나 기준 없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며 자유롭게 삶에 몰입하는 그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해 질 녘 시간이 다 되어 엄마의 부름 소리가 들려오면 하던 놀이를 툭 던져놓고 아무런 미련 없이 즐거운 진짜 나의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게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