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밀려올 때

by 풍경

외롭다는 것은

꼭 혼자이어서가 아니다

손 맞잡은 둘이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외롭다는 것은

마음에 묻어둔 세상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하늘을 바라봐도

다른 생각을 할 때

멀어진 거리만큼 쌓이는

감정의 파편破片들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해도

다른 곳에 마음을 둘 때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정의 동요動搖들

밤바람 소리가

나의 흉금을

저울질할 때쯤


홀로이 떠 있는

고요한 달만이

그윽이 나를 내려다본다

/


목구멍이 차오를 만큼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말이란 뱉어내기만 한다고 해서 속이 후련해지는 건 아니다. 뱉어냈다가 오히려 몇 배로 더 무거워져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묻어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 뱉어야 그 말은 온전히 살아나 허공으로 맑게 흩어졌다가 다시 삶으로 회향한다.

홀로 있음이 싫지 않으면서도 가끔씩 밀려드는 시장기 같은 외로움이 있다. 가을바람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외로움을 재촉한다. 나의 소리를 알아주는 이(知音)를 만나는 일,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눈빛으로 알아채는 일... 그만한 인연을 만나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하다.

이제는 제법 밤바람 소리가 가을스럽다. 바람이 유리창을 때리며 내 마음을 올렸다 내렸다 저울질한다. 그래,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고 인연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으니 의연히 흐르는 대로 흘러가자. 그리고 다가오는 외로움을 밀어내지 말자. 피하지도 말고 아닌 척도 말고 외로움과 함께 있어주자. 외로움 자체가 되어보자.


밤하늘을 홀로 밝히는 둥근달만이 그윽이 나를 내려다본다.

# 외로움이 밀려올 때 / 2021. 9. 25.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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