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차오를 만큼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말이란 뱉어내기만 한다고 해서 속이 후련해지는 건 아니다. 뱉어냈다가 오히려 몇 배로 더 무거워져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묻어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 뱉어야 그 말은 온전히 살아나 허공으로 맑게 흩어졌다가 다시 삶으로 회향한다.
홀로 있음이 싫지 않으면서도 가끔씩 밀려드는 시장기 같은 외로움이 있다. 가을바람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외로움을 재촉한다. 나의 소리를 알아주는 이(知音)를 만나는 일,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눈빛으로 알아채는 일... 그만한 인연을 만나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하다.
이제는 제법 밤바람 소리가 가을스럽다. 바람이 유리창을 때리며 내 마음을 올렸다 내렸다 저울질한다. 그래,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고 인연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으니 의연히 흐르는 대로 흘러가자. 그리고 다가오는 외로움을 밀어내지 말자. 피하지도 말고 아닌 척도 말고 외로움과 함께 있어주자. 외로움 자체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