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체국에서

by 풍경

고개 들어

빈 하늘가를 바라봅니다

구름 한 점 없습니다

그리운 이는

흰 구름 되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파아란 가을 하늘에

그대 고운 얼굴을

그려봅니다

코스모스 살랑대는

가을 바람결에

코끝이 찡긋해 옵니다

그대 고운 숨결이

꽃씨가 되어

게로 달려온 것이지요

가을 우체국에서

싱그러운 햇살을 한 줌 담은

소박한 편지를 씁니다

맑은 미소는 추신追伸입니다

/


사랑하는 나의 ★콩☽콩에게


며칠 전 한라산 고지대 나뭇가지마다 때 아닌 상고대가 폈단다. 사진으로 볼 때는 눈꽃인 줄 알았는데 상고대는 서리가 얼어서 눈꽃처럼 보인다는구나. 단풍잎마다 서리가 내려앉고 나뭇가지에도 하얗게 상고대가 활짝 피어 이미 겨울이 온 듯한 착각이 드는구나. 한라산은 11월 초순이면 첫눈이 내린다고 하니 산자락에서는 벌써 가을 너머 겨울맞이 채비를 하나 보다.


시월도 어느덧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는 시간이 점점 야속하게 느껴지는 시월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계절인 것 같다. 10월을 ‘[시붤]’이 아니라 ‘[시월]’로 발음하는 활음조 현상을 보면 우리말이 참 맛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월]’이라 발음하면 뭔가 입가를 맴도는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드라마 제목처럼 ‘보고 또 보고’ 싶은 게 그리움인가 보다. 금방 보고 돌아섰는데 또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을 참 애타게 하지. 가슴은 짙은 그리움으로 잔뜩 물들어 파란 물결이 넘실대는구나.


별콩달콩아,

말없이 그리워하지만 말고 보고 싶을 때에는 보고 싶다고 말하기로 하자. 가슴에 묻어둔 그리움은 멍울이 되어 시름시름 앓기만 하는 것 같아. 이 그리움이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란다면 조용히 입가를 맴돌게 읊조리며 ‘보고 싶다’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구나.

혼자만 앓는 그리움은 하지 말자. 그건 늘 외로움과 짝이 되는 일이니까 서로의 마음이 가닿을 수 있는 그리움을 하자. 그때 그리움은 사랑이 전제되기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의 힘이 서로의 접점을 만나 은은한 파도처럼 가슴에서 하나둘 부서질 것을 믿는다.


먼 훗날 그 언제가 되더라도 엄마는 늘 너희들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하리라. 그 소리가 꽃씨 되어 너희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바람결 따라 날아갈 것을 믿기에. 그리고 너희를 향한 엄마의 맑은 미소가 고운 너희 가슴에 살포시 전해질 것을 또한 믿기에.

“보고 싶다. 나의 사랑, 나의 별콩달콩아.”



* 상고대 :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것으로, 나뭇가지 등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말한다.

* 활음조 현상 : 한 단어의 내부에서 또는 두 단어가 연속될 때에 인접한 음소들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로 모음조화나 자음동화, 모음 충돌을 피하기 위한 매개 자음의 삽입 따위가 있다. 즉 발음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음운 현상

cosmos-2816214_960_720.jpg
cosmos-2804339_960_720.jpg
snow-4810728_960_720.jpg
# 가을 우체국에서 / 2021. 10. 23.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