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숨결에
솔바람 잦아드니
마음은 호기浩氣로워 하늘을 나네
세상에
부침浮沈하면서도
사랑 하나면 그만인 것을
바람은 소슬하고
사위는 고요하니
마음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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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라산에는 올해 첫 대설주의보가 내렸단다. 오늘 저녁도 산간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으니 눈길 안전에 주의하라는 안내 문자가 먼산 자락 어디선가 발송됐구나.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겨울은 우리에게서 모든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을 앗아가 앙상하고 볼썽사나운 운치만을 내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그 겨울의 냉혹함 덕분에 우리 마음은 오히려 더 온기가 넘치는 듯하다.
날이 추워질수록 더 자신에게 의지하여 몸을 꼼꼼히 살피는 것 같아. 스스로 알아서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핫팩과 속옷 등을 든든하게 챙기면서 자신을 지키지. 사계절이 따뜻했다면 우리는 늘 받기만 하면서 고마운 줄을 모르고, 자신을 챙길 줄도 모른 채 살았을 거야.
게다가 겨울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앙상한 겨울 앞에서야 지난봄과 여름, 가을이 우리에게 베푼 행복에 대해 뒤늦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지. 지난 계절 덕분에 이렇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고 마지막 계절인 겨울을 통해 삶의 겸손함과 소중함을 배우게 되는 것 같구나.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 내가 있는 이유는 지난날의 내가 있기 때문이고 지난날의 내가 있기에 이렇게 삶의 겨울 앞에서 버틸 힘을 낼 수 있으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겨울은 진정한 사랑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그저 받기만 할 줄 알았지 줄줄 몰랐던 나를 돌아보게 하고 그리하여 올해가 가기 전에 무심코 놓친 온정을 전하고픈 애틋함이 피어나는 것 같구나. 미처 신경 쓰지 못했거나 미안했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고 아쉽고 서운했을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용기 내어 전해 보길.. 그 순간 온기가 되어 내게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 말이야.
또한 겨울은 유독 몸과 마음의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 같다.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 조금만 찬 기운이 느껴져도 손가락 끝이 저려오고 뺨이 시리고 코끝도 시큰하지. 감성적인 선율에 평소보다 가슴 울림통이 몇 배는 더 진동을 하여 눈물샘은 한순간 터져 나오고, 미세한 것 하나에도 섬세하게 마음결이 살아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미워하는 일도 그로 인해 행복해하는 것도 상처 받는 것도 너무 쉬운 일이 된다. 그러니 유리알 다루듯 내 마음을 조심히 살펴야 할 것 같아.
그럼에도 겨울은 사랑이 충만한 계절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니 다른 헛된 것, 금방 사라질 것에 마음을 주지 말고 오직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그 사랑 안에서 샘솟는 기쁨을 또 다른 이에게 나눌 수 있다면 결국 사랑 하나가 우리 삶 전체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니 외부적인 기준에 나를 맞추어 무모하게 재단하는데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오로지 내 마음 하나 믿고 나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 사랑으로 나를 이끌고 삶을 이끌어라. 그때 세상의 시선은 아무 무게도 없는 한낱 빈 껍데기임을 알게 될 거야. 그러니 우리 삶은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
별콩달콩아, 앞으로 날은 점점 더 추워질 것이고 덩달아 몸도 웅크리겠지만 그럴수록 나를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보렴. 나의 따뜻한 마음으로 차가운 얼굴을 만져주고 손을 맞잡아주면 나의 몸은 온기를 되찾아 나의 마음에게 사랑을 전하리라. 그 사랑은 곧 나의 사랑이리니.
나의 사랑 별콩달콩아, 엄마의 사랑이 너희들의 품 안에서 늘 충만하길 바란다. 엄마의 가슴이 늘 너희들의 사랑으로 충만하듯이...
p.s 얼마 전 한라수목원에 갔다가 오랜만에 노루 가족을 만났단다. 그런데 저 안쪽에서 졸고 있는 노루는 엄마 같고 앞쪽에서 맛있게 냠냠 쩝쩝거리는 두 마리 노루는 영락없이 너희들 같더구나. 오늘이 '빼빼로데이'라 하여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크한 별콩에게는 시집을, 달달한 초코 같은 달콩에게는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엄마도 오늘 우리 반 학생한테 사랑이 가득 담긴 빼빼로 선물 받았다~~
# 사랑 하나면 그만인 것을 / 2021. 11. 11. punggyeong